수퍼에서 무슨 라면을 살까 두리번거리다가 카레 코너에 발길이 멈췄다.
가끔 생각날 때마다 바몬드 카레(バーモントカレー, 사실은 버몬트 카레)를 사먹는 정도지만 그리 즐기지는 않는다.
여느 날처럼 카레가 있나 보다 하고 그냥 지나치려는데..
세금포함 96엔!?!? 발길이 멈췄다.
아무리 인스턴트 카레라도 1000원도 안한다니 대체 어떤 물건인가 궁금해져서 하나 먹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은 인스턴트 카레의 명가 S&B이기도 하니 집어들었다가
결국 하나씩 다 집어들고 말았다.
이렇게 꽂아두니 가지런히 꽂아둔 책 같기도 하고 오래 전의 게임 소프트웨어 같기도 하고.
중간 매운맛(中辛, ちゅうから) 부터 맛보기로 했다.
정말 인스턴트 그 자체에 충실한지라, 접시조차 필요없이 박스를 활용해서 렌지에 데운다.
레토르트 식품이라 라면 리뷰와 달리 중간 과정도 없다. 전자렌지 땡! 하면 딱 붓는 것.
일단 끼얹어보고 나니 건더기가 보이지 않는다! 왼쪽 아래에 살짝 보이는 흰 것은 맛을 내기 위한 비계..로 전체적으로 카레라기 보다는 유사 카레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건더기가 실한 오뚜기 3분카레의 위대함을 새삼 느낀다.
카레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일본식 장아찌인 후쿠신즈케(福神漬). 이렇게 잘게 잘라서 간장과 미림에 절인 것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포장을 보니 무, 가지, 연근, 오이, 작두콩, 생각, 깨를 사용했다고 한다. 보통의 절임이나 장아찌를 츠케모노(漬物) 라고 한다.
시간없는 현대인을 위한 인스턴트에 충실하게 그냥 위에 얹어줬다.
카레 소스의 맛은 나쁘지 않지만, 역시 300엔 전후의 보통 인스턴트 카레와 비교하면 건더기라는 물리적 차이가 있어서 딱 100엔의 맛이라고 느껴진다. 너무 싸서 그런지 자주 먹으면 안될 것 같기도 하고..
카레는 대충 파악했으니 이번에는 맛보기 하야시(あしわいハヤシ)
설명을 보니 비프 하야시라고. 그래서인지 지질과 칼로리가 약간 더 높다.
중간 매웃맛 때 너무 한 방에 워프해서 그래도 과정을 좀 찍어봤다.
요렇게 뚜껑 부분을 받침대가 되도록 접고 데우는 식.
실수로 꺼내버린 사람을 위해서인지 상자에 넣는 방향이 친절하게 쓰여 있다.
600와트 모드가 없어서 500와트로 맞추고 1분 10초.
오늘도 또한 인스턴트의 컨셉에 맞게 인스턴트 밥을 준비했다. co-op(생협 비슷한 식재료 업체) 즉석밥 중 120g씩 소분한 팩. 가볍게 먹기 좋다.
렌지에 데운 후 퐁~ 하고 떨궈준다.
하야시 소스를 끼얹어줬다. 카레와는 달리 본래도 건더기가 많지 않아서 이 쪽은 위화감이 덜한 편.
밥을 포함하여 인스턴트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지만, 맛있다!
마치 함바그를 먹는 듯한 느낌. 이 자잘한 건더기들은 무엇일까 궁금해져서
원재료를 살펴보기로 했다.
쇠기름(牛脂, ぎゅうし)이 이미 있는데 비프 오일(ビーフオイル)은 무엇일까? 그 외에 비프 엑기스도 있고 비프 부용이 있는데, 부용(ブイヨン)은 프랑스어로 고기와 뼈를 삶아낸 국물이라고 한다. 아무튼 간단해 보였지만 대단히 많은 재료를 배합하여 만드는 모양이다.
하야시라이스의 경우, 100엔 치고는.. 이 아니라 그냥 준수하게 맛있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기름이 많아서 역시 카레나 이쪽이나 싸다고 자주 먹을 물건은 아니라고 사료된다.
최근에는 집에서 만들어먹는 카레에 심취해 있는데, 언젠가 카레 포스팅도 한 번 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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