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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생각상자

공존의 이유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12. 5.

 오늘(아니 어제인가) 아침에 아는 분께 전해들은 시. 친필은 아니고 친키보드(?)로 옮겨 봤다.



공존의 이유 

조병화


깊이 사귀지 마세.
작별이 잦은 우리들의 생애,

가벼운 정도로
사귀세.

악수가 서로 짐이 되면
작별을 하세.

어려운 말로
이야기하지
않기로 하세.

너만이라든지
우리들만이라든지

이것은 비밀일세라든지
같은 말들은

하지 않기로 하세

내가 너를 생각하는 깊이를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내가 나를 생각하는 깊이를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내가 어디메쯤 간다는 것을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작별이 올 때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사귀세

작별을 하며
작별을 하며
사세.

작별이 오면
잊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악수를 하세


 






몇 번이고 되새기게 된 부분은..



내가 너를 생각하는 깊이를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내가 나를 생각하는 깊이를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꼭 사랑을 가지고 쓴 시는 아닌 듯 하지만..그냥 내가 느낀 감상에 멋대로 대입해 본다. 

 사랑을 시작할 때는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고, 남보다 좀 더 특별한 사람이기를 바라고, 그것을
확인하면서 사랑한다는 것을 느낀다. 배려를 위한 배려를 하고, 자신만을 알아주길 바라고, 그
사람을 배려하는 것과 자신이 바라는 것을 혼동하게 될 즈음에 사랑이 끝나기 시작한다. 그건
사랑이 아니라 애증이니까. 

 '너만 사랑할께, 세상에서 널 제일 사랑해' 같은 말을 하루에도 몇 번 하던 그 때, 난 과연 정말
그렇게 할 자신이 있었을까. 진심이었지만, 정말로 그렇게 할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었을까. 확
신할 수 없는 것을 다짐하고, 나중에는 상대 역시 그렇게 하도록 강요한 것은 아니었을까.

 사랑한다는 말을 천 번 만 번 말을 한들 사랑하는 깊이를 보일 수 있을까? 마음이 더하고 더해져
사랑한다는 말에 충분한 무게가 실렸을 때, 바로 그 때 꺼낼 수 있는 것이 사랑한다는 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제는 어른이 됐(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그럴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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