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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생각상자

민주화의 오류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9. 29.

광주, 양곤, 천안문 그리고... 

 글을 읽으면서 광주사태를 기리는 마음은 느껴지지만,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좀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미 어떤 분이 광주사태는 다른 카테고리라고 리플을 달았으나, 반박의
리플세례로 잠재워져 있는 상태였다.  LA폭동과 같은 카테고리라는 것이 어떤 의도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광주 사태는 글에서 비교한 (민주화)사건과 카테고리가 전혀 다르
다는 것은 맞다.

 광주 시민들은 그냥 피해자였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일부 독재세력이 선거결과를 뒤
집고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르는 것을 못참아 일어난 것이 아니다. 바로 옆에서 내 친구가,
내 가족이 피를 흘리고 칼로 난자당하는 것을 보고 일어난 것이었다.

 이걸 어떻게 같다고 할 수 있을까?

 광주에서 벌어진 일이 기폭제가 되어 6월 항쟁으로 이어졌다면 그런 견해에 반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광주에서 그런 끔찍한 일이 벌어질 때, 그 외의 국민들은 광주를 걱정했
는가? 아니다. TV에서는 아무런 뉴스도 전달되지 않았다. 국외에서 비난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미얀마와 비견되는 부분이다. 

 신군부의 언론 통제 때문에 어쩔수 없는 일이었지만, 문제는 그 이후의 흐름이다. 광주사태를
알게 된 이후에도 국민들의 시선은 뜨겁지 않았다. 90년대에 들어서도 김대중씨를 북쪽과 엮으
려는 여당의 음모론에 휘둘리는 것만 봐도 그렇다. 광주에서, 호남에서 김대중씨에게 쏟아지는
몰표를 보는 시각도 곱지 않다. 그런데 이거 한번 보자. 공수부대 장교들이 광주사태 당시 했던
말들이다.

 "전라도 새끼 40만은 전부 없애버려도 끄떡없다"
 "김대중이가 니 애비냐? 김대중이가 밥 먹여주냐?"
 "김대중이 빨갱이인 줄 몰랐냐?"

- 한국 현대사 산책 1980년대 편 1권 P.129 내용 중에서

 광주사태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고개를 숙이지만, 광주 시민들이 정말 단순한 '피해자'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게 안타깝다. 민주화라는 고상한 겉포장도 그와 크
게 다르지 않다. 광주사태에 '민주화운동'이라는 고상한 이름이 붙는 대신, 실제로 그 안에서
일어난 일들은 이념을 위한 혁명으로 오도되는 것이다. 나는 이를 '민주화의 오류'라고 칭하고
싶다. 

 최근 개봉한 영화 '화려한 휴가'도 잘 나가다가 막판에 이 글과 비슷한 '민주화의 오류'를 범하
고 있다. (정도는 훨씬 덜하지만)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광주 시민들은 그냥 피해자였다. 천안문
사태나 지금 벌어지는 미얀마에서의 일들과 같은 범주에 넣기에는, 광주 시민들을 볼 면목이 없
는 것은 아닌지..

 내 관점에 대해서 더 자세한 내용이 알고 싶다면 위에 인용한 강준만씨의 '한국 현대사 산책
80년대편' 1권을 읽어보기를 권장한다. (어차피 곧 서평을 쓰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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