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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인문

[책] 대중문화의 겉과 속 1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9. 20.

 강준만씨에 대해 아는 것은 '한국 현대사 산책'정도가 전부였다. 그래서 민중 계통의
지식인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가 대한민국의 대표
'논객'으로, 현대사 뿐만 아니라 정치/사회분야에 있어 매우 다양한 저작을 내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책을 보기 전의 이미지 때문인지, 이 책도 정치/역사만 연구한 상아탑 속의 지식인이
구태의연한 태도로 대중문화를 비평한 저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실제
로 도움이 되는 지식보다는 대중문화에 대한 이론적 시각을 얻고자 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과 달리 대중문화 그 자체를 다루고 있었다. 1권은 94년의 초판을
99년에 개정해 내놓은 책으로, 90년대 초부터 말까지의 대중문화 이슈를 TV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결과적으로 저자의 통찰보다는 책에 담긴 수많은 정보가 내게는 더욱 
가치가 있었다.

 대부분의 이슈가 90년대 초중반에 걸쳐 있어 누나가 뉴 키즈 온 더 블럭에 열광하던
때부터 사춘기 때 아이돌 그룹의 팬클럽이 사회현상이 되던 시기에 이르기까지, 그 시
기에 10대를 보낸 나에게는 굉장히 흥미로운 내용이 아닐 수 없었다.  내 세대는 지식
인들에게 이렇게 비춰졌었구나..하는 느낌은 참 신선한 것이였다.

 비단 우리나라의 현상만을 놓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중문화가 생겨나고 소비되기
시작한 20년대~50년대 미국으로부터 대중문화가 세계로 전파되는 과정 또한 자세히
서술해 두고 있다.

 무엇보다 흥미진진한 것은, 인터넷이 아니라 TV중심의 내용이라는 것이다. 인터넷을
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지금의 사회가 되기 바로 직전의 대중문화는 어떻게 파급되고
있었으며, 어떤 영향을 주고 있었는지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의 내용
과는 완전히 판이하게 달라져 있을 2, 3권도 더욱 기대된다. 

 또한 중요한 점은 위의 내용들이 대부분이 신문기사 인용과 통계자료를 기반으로 있
는데, 그 양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저자 서문에도 일일히 주석을 달지 못해서 죄송하
다는 말이 있는데, 주석이 있었다면 책 두께가 훨씬 두꺼웠을 것 같다.

 70년대말~80년대 초 세대는 분명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며, 이슈마다 저자가
밝히고 있는 대중매체의 수용과 파급력, 자본과의 인과관계는 생각의 범위를 좀 더
넓혀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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