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게임/게임 기획 이야기

재미있는 게임의 타협점은 어디일까?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3. 25.
 최근 밸런싱 작업을 준비/계획하면서 그 동안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니 여러가지 일이 많았다.
그중에도 반복을 거듭해 왔고, 현재진행형이며, 앞으로도 계속될 담론 하나. 그것은 바로 게임
의 허들에 대한 논쟁이다.

 '너무 떠먹여주는 것 아니냐..하드코어 유저가 생겨날 여지가 없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게임
이라면  쉬워야 한다. 그 외에 다른 가치는 무의미하다','그랬다간 게임에 긴장감이 없어져 버
린다', '어려워서 떠나는 유저는 어떻게 할 것인가',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손맛'을 살리려면
어느 정도의 긴장감은 필수 불가결하다'...등등..

 위와 같은 주제로 수없는 논쟁을 해 왔지만 막상 제3자가 되어 저 말들을 바라보니 애초에 정답이
없는 상황을 가지고 열을 올렸던 것은 아닌가 싶다. 떠먹여주느냐 어렵냐의 기준도 상대적이고 애
초에 '손맛'의 정의는 뭐냔 말이다. 유저를 객관화하여 판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근거는 무엇일까?
 물론 베타 테스트 결과겠지만, 이건 그 이전의 이야기다. 무조건 테스트로 해결된다면 그 동안 나
온 콘솔 패키지 게임의 밸런스는 운이란 말인가.

 요즘 책에 맛을 들여서 게임을 거의 하지 못했는데 가장 최근에 구입했던 2개의 게임이 같은 장르
이지만 허들의 높이가 완전히 다르고 그때문에 추구하는 게임플레이도 완전히 다름을 발견했다. 

 레고 스타워즈 2
- 다양한 오브젝트와 탈 것이 있어서 다채로운 게임플레이가 가능하다.
- 죽어도 별다른 페널티가 없다. 허들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
-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했으나 게임하다 조는 경우가 발생.(액션인데!)

 극마계촌
- (몸으로 체득한)학습패턴 대로 플레이해야만 한다.
- 게임을 하는 내내 '죽느냐 사느냐'가 관건. 허들에 10번 걸린 후 한번 넘어가는 진행.
- 너무 어렵다고 집어던지기 일쑤지만, 가끔씩 다시 도전하고 싶은 욕구 발생. (몬헌처럼)

 불특정 다수의 유저를 노린다면 분명 전자가 맞겠는데, 승부욕을 자극하고 충성도 높은 하드코어
유저를 확보하려면 후자의 요소도 무시할 수 없다. 빌 로퍼가 항상 언급하는 '시작하기는 쉽지만
마스터하기는 힘든 게임'이라는 것은 그 중간 단계의 허들 배치가 적절할 때만 의미를 가질 수 있
는 말이다. 그런데 그 타협점에 정답이 없다. 이건 뭐 사회과학도 아니고..

 이럴 때 내가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 바로 '손맛'이다. 수없이 즐겨 온 아케이드성 게임에서 느꼈
던 느낌이랄까. 게임 담론에서 자주 회자되는 '손맛'과도 약간은 비슷한데, 손맛은 화려한 이펙트와 타
격 사운드, 연출 노하우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절대 그것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긴장된
상황' 과 '입력 타이밍의 적절함'이 수반되어야 한다. 버튼(키)를 누르는 행위가 적절한 상황에 맞는 행
동과 일체화되어 자신이 키를 누른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없도록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손맛이다.

 레고 스타워즈에는 손맛이 없다. 오브젝트를 파괴할 때의 연출과 사운드는 연출은 100점짜리지만, 허
들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긴장되는 상황보다는 그저 의미없는 파괴 행동만 자주 이루어진다. 라이트
세이버 액션을 할 때 적캐릭터와 약간의 인터랙션 문제가 있는 것도 그에 한몫한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손맛을 기준으로 삼다간 극마계촌 같은 게임이 되기 마련이기 때문에, 나는 내
기준의  손맛을 끝까지 고집할 생각은 없다. 최대한 귀를 열고 다른 의견들을 수용해 볼 생각이다. 내가
아무리 신봉하는 기준이라도 그건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서 얻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손맛에 대한 고
집으로 게임을 한번 산으로 몰고 갔던 경험에서 얻어진 생각이기도 하다.


 

'게임 > 게임 기획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TC] 학교 도서관에서 게임기획 공부하기  (0) 2007.09.27
게임 기획자가 되려면...  (0) 2007.09.11
게임업계 벌써 일 년  (0) 2007.01.17
그간의 잡상  (0) 2006.09.04
수학과 게임 기획  (0) 2006.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