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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게임 이야기

[PC] CALL OF DUTY 2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6. 4. 24.
사실 내가 FPS게임에 익숙해진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작년 여름에 시작했던 워록이 처음.
그전부터 헤일로나 카스같은 유명 FPS들을 해보고 싶어도 못하고 있었는데 역시 캐주얼의
힘이란 이런 것일까? 최근의 서든어택까지 FPS는 킬링타임 용으로도, 친구들과의 친선게임
으로도, 실력발휘를 위한 진지한 시합에도 어울리는 멋진 장르였다. 지금은 안타깝게 스러져
가는 격투게임을 대체하는 장르라고나 할까?

그래서인지 FPS는 쏘아 맞추는 재미만 확실히 충족시키면 된다고 생각했다. 카스 소스보다
피탄 판정이나 연출 면에서 훨씬 뒤떨어지는 스페셜포스에 사람들은 열광하고 있다. 비록
배틀필드를 모방했을 지언정 그래픽도 꽤나 멋지고 많은 맵이 준비되어 있는 워록보다 그래
픽은 단순하지만 작은 맵에서 쏘아맞추는 재미, 타격감에 집중한 서든어택으로 유저가 몰리는
현상을 봐도 그렇다.

며칠전 우연한 기회로 XBOX360에 다운로드되어 있는 게임들을 하게 됐는데, 먼저 돌린 배틀
필드2 체험판은 그냥 워록의 대폭 파워업판을 하는 느낌이였다. 베껴도 이리 심하게 베끼냐..
그런데 두번째 해본 콜 오브 듀티2는 그동안의 FPS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뒤집어 버렸다.

레인보우 식스나 카스로 위시되는 현대 대테러 진압전이야 이미 식상한지 오래고, 언리얼 시리즈
를 필두로 한 미래 배경의 FPS역시 그렇다. 2차대전을 모티브로 한 게임은 이미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이 있긴 하지만, 그 역시 배경과 무기만 바뀐 MOD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콜 오브 듀티2는 그야말로 전장에 있는 느낌을 확실히 제공한다. 이집트 사막에서 지프를
타고가는 느낌이나 계속되는 적의 폭격, 쉴새없이 총알이 날아드는 참호전과 전차를 앞세운 전격전에서
등장하는 폭발리얼한 그래픽은 정말 동료들의 외침 소리나 폭격 사운드, 라이언 일병 구하기 속으로 들어간
것 같았다. 이 게임은 왠만하면 5.1채널 사운드로 해 보기를 권장한다.





                       이집트의 사막 전선에서 롬멜의 전차부대에 맞서는 영국군 미션.
리얼한 전장의 느낌은 연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보통 FPS에서 보여주는 소총사격 이외에도 155밀리
야포 진형을 습격하여 전세를 바꾸거나 고지에서 관측병이 되어 사격제원을 하달해서 적을 막아내는
등의 다양한 전술도 보여준다. 군대에서 포병 생활을 했던 나는 야포부대가 인접한 보병에게 이렇게 쉽게
제압당할 수 있다는 것을 지식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이 게임에서는 그 사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죽어가는 자들의 비명소리와 살아남은 자들의 절규, 그 소리들을 가로지르는 폭격 소리. 이것이 전쟁이다.
          2차대전 당시의 대세(?) 였던 전차 전격전과 참호전이 완벽하게 게임속에 재현되어 있다.

점점 그래픽만 좋아지고 게임 디자인 면에서는 비슷비슷한 게임만 나오는 요즘의 게임계를 한탄하는
나이지만, 이 게임을 해보고 나서 그렇게 한탄만 할 것은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의 리얼함이
영화에 근접하면 상호작용에 의해 훨씬 큰 리얼리티를 제공한다.

현역 군인들이 매일 아침마다 우리는 '실전과 같은 훈련으로 지상전의 승리자가 된다'고 백날 외치면서
훈련 나가서는 크래커 몇방 터뜨리고 적포탄 낙하라고 가정하고 예행연습하는 것보다 이런 시뮬레이터를
체험시켜 보는게 훨씬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게임오버가 되면 전쟁사에 남는 명언이 하나씩 나오는데, 기억나는 한마디.


'전쟁은 겪어보지 않은 자들에게는 더없이 재미있는 것이다.'

모두가 비명을 지르는 전쟁영화 속에서 홀로 람보가 될 수 있어서 이 게임이 더 재미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_-;

개인적으로 요즘 빡세졌다는 동원훈련 한번 제대로 뛰어보고 싶다.
(그래도 8인치 실사격은 하기 싫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