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모임장소에 아는 동생녀석과 2시간이나 일찍 가게 되었는데, 그녀석이 게임을 전혀 안 하는 녀석인지라
게임방엘 가도 달리 할 것이 없었다. 그래서 나도 한번도 안 해본 프리스타일을 했는데...결과는 8전 전패. 2:22라는
어이없는 스코어로 지기까지 했는데, 어찌됐건 그 날 이후로 며칠동안 거의 하루에 4~5시간씩은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 게임을 하다보니 중학교~고등학교동안 잘은 못했지만 아주 좋아했던 농구 생각도 나고, 그 계기가 된
슬램덩크도 다시 보고 싶어졌다. 다시 처음부터 보면서 의아한 생각이 드는 것이 분명 나는 정말 우연하게도 소년챔프에 첫 연재될 때 봤었고, 그 이후로 나오는대로 사 모으던 사촌형 덕분에 두번째 능남전까지는 어떻게 돌아갔었는지 기억이 났는데, 그 이후에 그저 산왕이란 팀과 경기한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머릿속에 없다는 것이였다.
'이 만화 대체 어떻게 끝났었지!?'
다시 읽어나가면서, 그리고 잘 몰랐던 풍전, 산왕전을 찬찬히 다 읽고 나서 밀려오는 감동은 이미 1억명도 넘는
독자들이 느낀 것이리라..그야말로 뒷북으로 감동을 몰아서 느끼고 있다. 줄기가 되는 스토리 라인은 다분히 소년
만화답다. 강력한 라이벌들이 등장, 그들과 사투에 가까운 시합을 벌인 후 그 후에는 친구가 되고, 또 더 강력한
라이벌이 나타나고 또 같은 과정의 반복.
예전에 읽을 때는 전혀 보이지 않던 부분들이 머리가 크고 생각이 많아진 지금에 다시 읽어보니 보였다. 베가본드를 읽으면서 인간의 내면 심리를 이토록 잘 파고들어 묘사해낼 수가 있나 하는 의문을 가졌었는데, 그건 이미 슬램덩크에 있던 농구에서의 것들이 진검승부로 옮겨온 것이였다. 또한 인물들의 회상 신을 오버랩시키면서 전에 는 의도적으로 숨겼던 부분을 보여주며 감동을 몇배로 증폭시키는 스토리텔링에서 그 이야기 구조의 치밀함은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뭐 그런 스토리텔링 스킬은 다 제쳐두고 진정으로 감동이 몰려왔다. 나는 뭔가 이런 감동을 주는 작품을 볼 때 정말 몸이 나도 모르게 부르르 떨린다. 역습의 샤아의 라스트신을 보았을 때가 가장 확실하게 기억난다. 이런 것을 카타르시스라고 하나? 기억나는 작품이 역습의 샤아밖에 없다는 점에서 아직 소양이 좁다는 것을 한탄해 본다.
이 부분부터 고조되는 감정은 절정으로 치솟기 시작한다. 이후 계속되는 감동의 파노라마. 산왕전에서 그동안 보여준 회상 신의 감화작용은 내 가슴속에서 절정을 이룬다. 거기다 그냥 시원섭섭하게 끝나는 것이 아닌, 언제까지고 이 작품이 가슴에 새겨지는 라스트 신 까지..끝까지 오차를 남기지 않는다.
일본에는 만화로 나오지 않은 직업이 없다. 우리가 잘 아는 미스터 초밥왕이나 닥터K는 물론이고 법의학자, 술집 호스티스에 이르기까지..슬램덩크는 농구를 다룬 작품이다. 하지만 농구를 별로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그 이야기속으로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으며 팬이 아니라도 최고의 만화중 하나로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이런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킬 정도의 작품을 창조해 낸 작가에게 경의를 표한다. 무진장 뒤늦게..
(누구나 다 아는얘기 왜 이제와서 뒷북치냐...라고 하시면 할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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