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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만화, 애니메이션

[애니메이션] 코드 기어스 반역의 를르슈(루루슈?)

두릅이 2008.10.20 22:51

 마크로스 프론티어로 오랜만에 내 몸속에 흐르는 오덕의 피-_-; 에 각성하고는, 내친 김에
달려버린 애니메이션. 오덕이고 나발이고 너무 재밌어서 일주일만에 50화를 땡겨버렸다. 뭐
그정도가지고...라고 하실 분이 많겠지만 나는 한 번에 2화 이상을 보기도 힘든 사람이다.

 치열한 심리전과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는 플렘군 표현대로 데스노트를 떠올리게 한다. 
이야기는 흥미진진하고, 악랄하면서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는 주인공은 매력적이다. 긴장의
강도가 지나친 데스노트에 비해 이 쪽은 애쉬포드 학원의 에피소드로 적절한 완급 조절을
해 주고 있다. 선라이즈 애니메이션에 으레 나오는 초중반의 발랄한 분위기(?)라서 그냥 웃
으며 속아주자면서 보았지만, 후반에 이 잔잔한 일상은 더욱 비극적으로 다가오게 된다. 
(그 역시 선라이즈 공식이긴 하지만..)

 작품 속의 루루슈는, 스자크는 사람들 표현대로 막장에 막장을 치달아 가지만, 그게 꼭 남의
모습 같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저렇게 살지 않고 있는 사람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현대사회에서는 누구나 가면을 쓰고 살고 있으니까, 오히려 그것이 더 자연스러운 것일지도..

 기본적으로 나는 이상론자다. 하지만 요즘에는 그게 그저 어렸던 것이 아닌지 의심하던 중
이었다. 지인이 내게 주사위 여섯면이 다 똑같은 사람이라고 해서 기분이 좋았던 적이 있는데,
요즘엔 생각하는 그대로 말하는 것이 바보가 아닌가 생각할 때도 있었다. 살면서, 사람을 보면
서 나 역시 좀 더 약아지자고, 하고싶은 말이 있어도 자신을 좀 더 숨기자고, 현실적이 되자고
하고 있다. 언제부터 그렇게 됐는지는잘 모르겠지만, 여튼 그런 마음이 될랑말랑 하는 요즈음
이었다.

 서로 사이 좋았던 사람들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 하고 의문을 가지며 이상을 실현하려 하는
유페미아를 보면서 조소가 나왔다. 하지만 유페미아의 거울 속엔 틀어진 사람들 사이에서 힘
들어하던 내 모습이 있었다. 내가 나를 비웃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모두가 잘 지내게 될
수 있지 않냐고 설득하던 내 모습이 너무 초라해 보였다. 살면서 바꿀 수 없는 것이 있다는 사
실을 알게되는 것은 현실적이 되었다고 해야할까, 아니면 어른이 된다고 해야 할까.

 올해 본 애니가 그렌라간, 마크로스, 코드기어스 3가지인데, 세 작품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절대악(?)들은 모두 극렬한 허무주의에 기반한다는 점이다. 모두가 욕망을
품고, 서로 빼앗고 죽이며 살아가느니 차라리 하나가 되는 것이 낫다는 적의 이론에, 주인공들은
이상을 이야기하며 맞서고, 승리한다. 그런 장면을 보면서 나는 다시금 마음의 모르핀을 맞는다.

시궁창같은 현실을 이겨나가는 데에는 2가지 방법이 있다. 현실의 늪에 더욱 몸을 담그던지,
아니면 이상이라는 마약에 의존하던지. 전자를 택하자고 다짐하다가도 결국엔 후자를 택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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