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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만화, 애니메이션

[만화] 슬램덩크를 이제야 다 봤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6. 1. 13.

                  



얼마전 모임장소에 아는 동생녀석과 2시간이나 일찍 가게 되었는데, 그녀석이 게임을 전혀 안 하는 녀석인지라
게임방엘 가도 달리 할 것이 없었다. 그래서 나도 한번도 안 해본 프리스타일을 했는데...결과는 8전 전패. 2:22라는
어이없는 스코어로 지기까지 했는데, 어찌됐건 그 날 이후로 며칠동안 거의 하루에 4~5시간씩은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 게임을 하다보니 중학교~고등학교동안 잘은 못했지만 아주 좋아했던 농구 생각도 나고, 그 계기가 된
슬램덩크도 다시 보고 싶어졌다. 다시 처음부터 보면서 의아한 생각이 드는 것이 분명 나는 정말 우연하게도 소년챔프에 첫 연재될 때 봤었고, 그 이후로 나오는대로 사 모으던 사촌형 덕분에 두번째 능남전까지는 어떻게 돌아갔었는지 기억이 났는데, 그 이후에 그저 산왕이란 팀과 경기한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머릿속에 없다는 것이였다.


'이 만화 대체 어떻게 끝났었지!?'



다시 읽어나가면서, 그리고 잘 몰랐던 풍전, 산왕전을 찬찬히 다 읽고 나서 밀려오는 감동은 이미 1억명도 넘는
독자들이 느낀 것이리라..그야말로 뒷북으로 감동을 몰아서 느끼고 있다. 줄기가 되는 스토리 라인은 다분히 소년
만화답다. 강력한 라이벌들이 등장, 그들과 사투에 가까운 시합을 벌인 후 그 후에는 친구가 되고, 또 더 강력한
라이벌이 나타나고 또 같은 과정의 반복.


예전에 읽을 때는 전혀 보이지 않던 부분들이 머리가 크고 생각이 많아진 지금에 다시 읽어보니 보였다. 베가본드를 읽으면서 인간의 내면 심리를 이토록 잘 파고들어 묘사해낼 수가 있나 하는 의문을 가졌었는데, 그건 이미 슬램덩크에 있던 농구에서의 것들이 진검승부로 옮겨온 것이였다. 또한 인물들의 회상 신을 오버랩시키면서 전에 는 의도적으로 숨겼던 부분을 보여주며 감동을 몇배로 증폭시키는 스토리텔링에서 그 이야기 구조의 치밀함은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뭐 그런 스토리텔링 스킬은 다 제쳐두고 진정으로 감동이 몰려왔다. 나는 뭔가 이런 감동을 주는 작품을 볼 때 정말 몸이 나도 모르게 부르르 떨린다. 역습의 샤아의 라스트신을 보았을 때가 가장 확실하게 기억난다. 이런 것을 카타르시스라고 하나? 기억나는 작품이 역습의 샤아밖에 없다는 점에서 아직 소양이 좁다는 것을 한탄해 본다.






                                                                                        (윗 그림과 더불어 출처는 네이버 이미지 검색)


이 부분부터 고조되는 감정은 절정으로 치솟기 시작한다. 이후 계속되는 감동의 파노라마. 산왕전에서 그동안 보여준 회상 신의 감화작용은 내 가슴속에서 절정을 이룬다. 거기다 그냥 시원섭섭하게 끝나는 것이 아닌, 언제까지고 이 작품이 가슴에 새겨지는 라스트 신 까지..끝까지 오차를 남기지 않는다.

일본에는 만화로 나오지 않은 직업이 없다. 우리가 잘 아는 미스터 초밥왕이나 닥터K는 물론이고 법의학자, 술집 호스티스에 이르기까지..슬램덩크는 농구를 다룬 작품이다. 하지만 농구를 별로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그 이야기속으로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으며 팬이 아니라도 최고의 만화중 하나로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이런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킬 정도의 작품을 창조해 낸 작가에게 경의를 표한다. 무진장 뒤늦게..







(누구나 다 아는얘기 왜 이제와서 뒷북치냐...라고 하시면 할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