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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인문

[책] 죽음의 행진 - 문제 프로젝트에서 살아남는 법 -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6. 11. 23.
이미지는 요기서..

 전에도 포스팅으로 언급한 적이 있지만 나는 방법론에 관한 책을 믿지 않는다. 하지만 도움이 된다고는
생각하고 있다. 이 책도 결국엔 방법론이라는 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이 책에 소개된 사례나
방법은 시중에 널리고 널린 '합리적인 상황에서의 프로젝트'의 방법론과는 큰 차이가 있다.

 책 제목인 '죽음의 행진'은 원제목인 'death march'를 직역한 것인데, 본문에서 사용되는 '문제 프로젝
트'(death march project)를 가정하는 데 쓰이는 말이다. 이 책은 현 상황에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는 대부분 시작부터 실패할 가능성을 농후하게 가진 '문제 프로젝트'라는 부정적인 가정을 바탕
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딜버트처럼 조소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 프로젝트'의 상황을 일반적인 상황으로 두고 실질적
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조직 내의 정치와 협상, 낡아빠진 보편적 기업문화, 잘못된 관리 도구
사용이라는 원인들이 하나둘씩 드러난다.

 무작정 일에 몰두하다 보면 '저 사람은 왜 일찍 집에 가고 나만 남는걸까'라는 얄팍한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는데, 똑같은 프로젝트의 팀원이라도 '헌신도'를 구분하여 생각하는 것이 프로젝트를 더욱 효율
적으로 이끌어가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배우면서 조금 더 시야가 넓어지는 것을 느꼈다. 모호한 생각
으로만 알던 것도 확실한 개념으로서 배우면 절대 잊혀지지 않는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내용 중 하나인 '트리아지'(우선순위 설정)기법을 나는 책을 읽기 전 반 년 정도 되
는 기간에 몸으로 배웠다. 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 책에서 왜 그렇게 중요성을 역설하는 지 느낄 수 있
었다. 자신의 프로젝트에 맞는 트리아지 기준은 팀원 그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겠지만, 이 책에서 그 외
의 것도 건질 수 있었다.

 이 책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조금 다른 시각을 제공하지만, 결국에는 방법론 책이기 때문에 자신의
주관을 갖고 봐야 한다. 일일 빌드가 팀원들의 업무량을 효율적으로 체크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을 누가
모르랴. 하지만 이 책에서도 일일빌드가 기본적인 업무를 좀먹는 경우까지는 가르쳐 주지 못하고 있으니,
방법론 책을 과신하지 말라는 저자의 신신당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사실 PM 기준으로 쓰여진 책이기도 해서, 나는 '신입을 이렇게 관리하라'는 내용을 보며 '이렇게 관리받
아야 되는구나' 하는 식으로 생각했다. 본문에서 일상적으로 쓰이는 DFD, ERD등의 용어도 나에게는 생소
한 것이여서 많은 배움이 됐다. 그래도 이런 책은 반년에 한 번 정도만 읽어야겠다. 반 년 동안의 경험으로
형성된 나만의 기준에 약간의 보탬을 하는 정도면 충분하지, 또다른 기준을 읽으면 머리가 혼란스러워 질
것 같으니까.

 '조엘 온 소프트웨어'같은 책이 이런 분야의 명저로 꼽히지만, 프로그래밍 관련 내용이 많아 이해하기도
어렵고, 읽기 지루했던 나같은 사람에게는 이 책이 훨씬 도움이 되리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