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제목부터 먹어준다. '읽고 개념 탑재하라는 건가?' 책도 금색으로 아주 이쁘게 생겼고, 소설도 문고판
과 보통 책 사이의 딱 알맞은 크기. 사전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읽기도 좋게 생겼고, 막상 들여다보면 꽤나
어려운 말들로 가득차 있다. 한마디로 읽고 있으면 아는 척 하기 딱 좋은 책이다.
기본적으로는 철학 서적이라고 할 수가 있는데, 일단 고등학교 윤리 시간에 들었던 유물론, 사회 계약론, 현
존재 등의 개념들과 구조주의, 근본주의 등과 같이 그 수준을 조금 넘거나 최근에 부각되는 이데올로기나 철
학 개념들이 소개되어 있다. 또 관음증이나 에로티시즘 호기심을 자극하는(나만 그런가 -ㅅ-a) 소재도 있고,
어디서 한번 들어 본 것 같기도 한 빅 브라더, 디아스포라, 호모 루덴스같은 개념도 있으며, 데우스 엑스 마키
나, 앙시앵레짐과 같은 알 수 없는 말에다가 빅뱅, 엔트로피 같은 물리학의 개념도 있다. (물론 물리학적인 고
찰이라기 보다는 결국엔 철학적인 고찰이지만)
읽다보면 무릎을 탁 치며 개념이 쏙쏙 탑재되는 내용들이 꽤 있어서 즐겁다. 이제는 상식이 된 '패러다임'이
라는 개념도 막상 풀어서 설명하라고 하면 참 난처해지는데, 이 책에서는 패러다임이라는 말이 생겨난 기원
을 설명하고 과학 혁명의 예를 들어서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으며, 실제로 경영 분야에서 훨씬 자주 쓰이는 최
근의 경향까지 덧붙여 개념 하나를 완성해 준다. 철학 서적에 있는 철학자들의 예는 철학을 전공하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누구나 무릎을 딱 치도록 쉽게 설명하려면 그뿐만 아니라 분야를 가리지 않는 지식과 깊은 사유
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 책을 읽다 보면 곳곳에서 그런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인식론/존재론'과 같이 골치아픈 철학 개념이 나타나면 역시나 하품이 나오고 만다. 내 경우에는 책
의 내용 하나하나를 음미하면서 읽던 초반에는 그야말로 사유의 즐거움을 만끽했으나, 기말고사 기간에 찔끔
찔끔 보는 동안에는 그런 부분들은 졸면서 넘어가거나 그냥 대충대충 읽었다. 어려운 부분들은 한적한 주말
오후 도서관에서 다시 한번씩 읽어보면 좋다. 사전 형식이기에 가능한 부분이다.
이 개념에서 했던 소리를 저 개념에서 또 하는 경우도 많고, 고집을 피우는 부분도 보이는데, 애초에 저자 서
문에 '내 멋대로 순전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쓴 개념어 사전'이라고 낚시임을 자백하고 있으니 뭐라고 할 수는
없겠다. 나는 조금 주관적 일지라도, 어느 정도는 자신의 주관에 입각하여 개념 체계를 말하는 사람을 좋아한
다. 정말로 맞는지 틀린지는 크게 상관없다. 사실 자연 과학이 아닌 이상에야 개념이 맞는지 틀리는지에 대한
정답이 있을 리 없고, 특히 철학은 더욱 그렇다. 생각하는 주체에 따라서 모든 것은 달리 해석될 수 있다. 이 책
에서 자주 나오는 인식론적인 관점이라고 해야겠다. 이를테면 이런 부분.
P.243 '신화' 에서
'과거의 신화학자는 신화의 연구를 통해 과거 사회의 조직 원리와 삶의 방식을 파악하고자 했다. 그러나 현대
의 신화학자는 신화에서 현대 사회에 관한 지식과 정보를 알아내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이데올
로기로 작용하는 현대의 신화를 당연시하지 않고 그 안에 담긴 의미와 형태를 파악해 그 허구성을 폭로하는 것
이 신화학자의 임무다.'
나라는 주체가 고도의 사고를 하게 만들고, 그 사고에 의해서 정말 이런 개념이구나! 하고 끄덕거리게 만든다면,
그것이 약간 틀리면 어떤가? 정형화된 철학서나 철학 강의보다 다소 편견이 박혀 있을 지라도, 개념 자체를 이해
하고 써먹기는 훨씬 쉽다. 유재원 교수님의 강의를 들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랄까? 토머스 불핀치의 그리스/로마
신화를 읽다가 졸고 나서 유재원 교수님의 '그리스 신화의 세계'를 읽었을 때, 책에서 강한 주관의 포스가 느껴
지지만, 읽고 나면 그리스 신화에 대해서 훨씬 많이 말할 수 있게 됐었다. 이 책도 그런 느낌이다.
다시 말하지만, 읽고 있으면 개념있어 보이는 책임에는 확실하다. 빈정대듯이 말했지만, 확실히 요즘같이 정신
없는 시대에 사유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책인 것은 확실하다. 생각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과 보통 책 사이의 딱 알맞은 크기. 사전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읽기도 좋게 생겼고, 막상 들여다보면 꽤나
어려운 말들로 가득차 있다. 한마디로 읽고 있으면 아는 척 하기 딱 좋은 책이다.
기본적으로는 철학 서적이라고 할 수가 있는데, 일단 고등학교 윤리 시간에 들었던 유물론, 사회 계약론, 현
존재 등의 개념들과 구조주의, 근본주의 등과 같이 그 수준을 조금 넘거나 최근에 부각되는 이데올로기나 철
학 개념들이 소개되어 있다. 또 관음증이나 에로티시즘 호기심을 자극하는(나만 그런가 -ㅅ-a) 소재도 있고,
어디서 한번 들어 본 것 같기도 한 빅 브라더, 디아스포라, 호모 루덴스같은 개념도 있으며, 데우스 엑스 마키
나, 앙시앵레짐과 같은 알 수 없는 말에다가 빅뱅, 엔트로피 같은 물리학의 개념도 있다. (물론 물리학적인 고
찰이라기 보다는 결국엔 철학적인 고찰이지만)
읽다보면 무릎을 탁 치며 개념이 쏙쏙 탑재되는 내용들이 꽤 있어서 즐겁다. 이제는 상식이 된 '패러다임'이
라는 개념도 막상 풀어서 설명하라고 하면 참 난처해지는데, 이 책에서는 패러다임이라는 말이 생겨난 기원
을 설명하고 과학 혁명의 예를 들어서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으며, 실제로 경영 분야에서 훨씬 자주 쓰이는 최
근의 경향까지 덧붙여 개념 하나를 완성해 준다. 철학 서적에 있는 철학자들의 예는 철학을 전공하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누구나 무릎을 딱 치도록 쉽게 설명하려면 그뿐만 아니라 분야를 가리지 않는 지식과 깊은 사유
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 책을 읽다 보면 곳곳에서 그런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인식론/존재론'과 같이 골치아픈 철학 개념이 나타나면 역시나 하품이 나오고 만다. 내 경우에는 책
의 내용 하나하나를 음미하면서 읽던 초반에는 그야말로 사유의 즐거움을 만끽했으나, 기말고사 기간에 찔끔
찔끔 보는 동안에는 그런 부분들은 졸면서 넘어가거나 그냥 대충대충 읽었다. 어려운 부분들은 한적한 주말
오후 도서관에서 다시 한번씩 읽어보면 좋다. 사전 형식이기에 가능한 부분이다.
이 개념에서 했던 소리를 저 개념에서 또 하는 경우도 많고, 고집을 피우는 부분도 보이는데, 애초에 저자 서
문에 '내 멋대로 순전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쓴 개념어 사전'이라고 낚시임을 자백하고 있으니 뭐라고 할 수는
없겠다. 나는 조금 주관적 일지라도, 어느 정도는 자신의 주관에 입각하여 개념 체계를 말하는 사람을 좋아한
다. 정말로 맞는지 틀린지는 크게 상관없다. 사실 자연 과학이 아닌 이상에야 개념이 맞는지 틀리는지에 대한
정답이 있을 리 없고, 특히 철학은 더욱 그렇다. 생각하는 주체에 따라서 모든 것은 달리 해석될 수 있다. 이 책
에서 자주 나오는 인식론적인 관점이라고 해야겠다. 이를테면 이런 부분.
P.243 '신화' 에서
'과거의 신화학자는 신화의 연구를 통해 과거 사회의 조직 원리와 삶의 방식을 파악하고자 했다. 그러나 현대
의 신화학자는 신화에서 현대 사회에 관한 지식과 정보를 알아내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이데올
로기로 작용하는 현대의 신화를 당연시하지 않고 그 안에 담긴 의미와 형태를 파악해 그 허구성을 폭로하는 것
이 신화학자의 임무다.'
나라는 주체가 고도의 사고를 하게 만들고, 그 사고에 의해서 정말 이런 개념이구나! 하고 끄덕거리게 만든다면,
그것이 약간 틀리면 어떤가? 정형화된 철학서나 철학 강의보다 다소 편견이 박혀 있을 지라도, 개념 자체를 이해
하고 써먹기는 훨씬 쉽다. 유재원 교수님의 강의를 들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랄까? 토머스 불핀치의 그리스/로마
신화를 읽다가 졸고 나서 유재원 교수님의 '그리스 신화의 세계'를 읽었을 때, 책에서 강한 주관의 포스가 느껴
지지만, 읽고 나면 그리스 신화에 대해서 훨씬 많이 말할 수 있게 됐었다. 이 책도 그런 느낌이다.
다시 말하지만, 읽고 있으면 개념있어 보이는 책임에는 확실하다. 빈정대듯이 말했지만, 확실히 요즘같이 정신
없는 시대에 사유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책인 것은 확실하다. 생각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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