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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공연, 음악

다가오는 여름은 야마시타 타츠로(山下達郎)의 시티팝과 함께

by 대학맛탕 2024. 6. 27.

올해는 유난히 봄이 길었다.
이제 더워질거야 하며 입고 나섰다가 다시 들어가서 뭔가 더 걸치고 나온 적이 몇 번인지 모르겠다.

도쿄든 서울이든 이 변덕스러운 날씨는 갈수록 심해지는 듯 하다. 도쿄와 서울은 위도가 다른데도 날씨의 경향성이 너무 비슷해서, 어딘가 대기가 통과하는 웜홀이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망상에 빠질 때도 있다.
 
올해 5월 말 ~ 6월 초는 오랜만에 늦봄을 만끽할 수 있었다. 햇볕에 가면 따뜻하고 그늘로 가면 시원한 기분좋은 날씨.

하지만 이제 다 끝났다.
 
정확히 이번주부터 햇볕이 뜨거워졌고, 조금만 걸어도 땀이 송송 맺히기 시작했다. 정말로 봄이 끝난 것이다.

이제 여름에 접어들었다는 이야기를 뭐이리 길게 하는지.
 
'한자 때문에 재미있는 일본어'에서 간접적으로 처음 접한 시티팝. 거기서 처음 알게 된 두 곡이 다 여름 곡이라서인지, 여름이 되면 듣는 시티팝 하면 야마시타 타츠로(山下達郎)의 곡을 먼저 떠올린다.

함께보기>>> 한자 때문에 재미있는 일본어 / 한자 때문에 더 재미있는 일본어

한자 때문에 재미있는 일본어 / 한자 때문에 더 재미있는 일본어

※본래 처음 본 일본어 표현 메모 연재를 시작하며 서두에 붙였던 글이나, 두 가지 내용이 따로 놀아서 포스팅을 분리했다. 20여년 전 출간된 '한자 때문에 재미있는 일본어' 라는 책이 있었다.

willucy.tistory.com

 
 
 
LOVELAND, ISLAND


가라오케에서 가장 자주 부르는 야마시타 타츠로의 곡.
시티팝 명곡이 다 그렇듯, 도입부의 청량감은 이미 바닷가에 가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한글로 러블랜드, 아일랜드로 써 있는 것이 이 곡과의 첫 만남이었다. 타츠로라는 이름이 좀 옛날 이름이기도 하고, 책에서는 이노우에 요우스이(井上陽水)의 곡도 자주 소개하기 때문에 내맘대로 통기타 포크가 아닌가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십수년 가까이 지나 함께 처음 들어본 뒤 큰 오해를 하고 살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포크로 알고 읽었을 땐 지나간 과거 추억을 기리는 것인가 했지만, 처음 듣자마자 과거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음미하는 노래임을 깨달았다.
 
가사를 처음 읽을 때와 느낌이 많이 달랐던 것은 러블랜드의 읽기로, '오 러블랜드' 보다는 '오 라부랜드~' 라고 해야 느낌이 더 산다. 영어도 일본어도 아닌 중간맛으로. 

 
뮤직비디오는 2002년에 발매된, RCA레이블 시기의 앨범 7장을 모두 수록한 'THE RCA/AIR YEARS LP BOX 1976-1982' 라는 박스 발매 기념으로 만들어진 영상이다.

아무런 드라마적 장치가 없어도 이야기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신기함이 있다. 위 영상의 음악을 들으며 스크롤을 내려보시기 바란다.
 
청량한 인트로의 멜로디 때문에 새까만 화면임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타이틀.

 
전주 부분에 나오는 여름의 미국 어느 바닷가 풍경. 발매되는 박스판 앨범의 자켓이기도 하다.

 
 
간판의 한창 때(?) 야마시타 선생님이 움직이고

 
 
어느 바닷가의 한적한 수변공원에 있는 남녀를 비춘다.


 
조곤조곤 양산 댄스(?)를 선보이는 여자.

 
벌스에서 벤치에 앉은 남자가 먼 발치에서 여자를 바라보고,

 
여자는 그 시선을 조금은 의식하며 계속 춤을 춘다.

 
프리 코러스에 들어가서 멜로디가 고조되다가

 
2절로 돌아간다.

 
2절의 Oh loveland~ 와 함께 여자가 클로즈업되고

 
웃으시며 공연에 여념이 없는 야마시타 선생님.


두 번째 벌스에서 드디어 오랜 침묵을 깨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남자.

 
쓩~! 지팡이를 내던지고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범상치 않은 댄스를 선보이기 시작한다.

 
Oh Loveland~ Oh Island~ I love you~ I love you~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춤사위.

 
격렬한 퍼포먼스와 조곤조곤 양산댄스가 오묘한 조화를 이룬다.

 
I Love you~ wooo~~hooo~~ 로 마무리.

 
첫 장면과 같은 구도에서 춤추는 두 사람.
후반에 가공할 만한 공력의 댄스를 보여주는 남자배우는 아이돌 그룹 소년대(少年隊) 출신이라고 한다.

 
10살 젊어집니다. 라는 문구. 아마도 이 박스 앨범의 광고카피일 것 같다.

 
마지막 컷은 박스를 구성하는 7장의 앨범. 
박스가  발매된 것은 LP가 사양길에 접어든 지 한참 지난 2002년이었고, 다시 11년이 지난 2023년에 개별 음반을 리마스터 LP로 발매하자 순식간에 동이 났다.




야마시타 타츠로가 비추어지는 구간은 시티팝의 에센스 그 자체이고, 후렴에서 야마시타 타츠로의 성량과 두 배우의 댄스가 어우러지는 구간이 압권이라 이 뮤직비디오를 수백 번은 본 것 같다.
 
 
 
 
 
 
 
 
 
 
 

...길게 거짓말을 했다. 그냥 양산 쓴 여자 배우가 너무 아름다워서 자주 봤다.

 
 
 

LOVELAND ISLAND가 수록된 앨범 FOR YOU, 그리고 첫 트랙 SPARKLE


위에는 잘 아는 듯 설명을 해 놓았지만 사실 LOVELAND ISLAND의 뮤직비디오를 보고나서 90년대에 발표된 앨범이라고 생각하며 살다가, 뒤늦게 LOVELAND ISLAND가 실린 앨범 FOR YOU의 존재를 알게 됐다.

세상에 1982년 앨범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세련된 음악이라니.
 
처음 보는 앨범 자켓은 보는 순간 안으로 빨려들 것 같은 저 청량감. LOVELAND ISLAND 를 그림으로 표현한다면 이런 게 아닐까 싶었다. 

 


레코드를 구해보고 싶었으나 이미 중고가가 만엔을 훌쩍 넘어있었기 때문에

 
 
어차피 플레이어도 없어서 CD로 만족하기로 했다. 이렇게 꽉 차게 찍으니 LP같이 보이기도 하고.

 
 
 
아끼는 앨범들과 함께 늘어놓았다. CD도 여러 장을 함께 걸어놓으면 나름 운치가 있다.

 
 

CD를 구한 후 처음 걸어본 1번 트랙 SPARKLE. 이것도 인트로가 사람 뿅 가게 만든다. 들어 본 시티팝 인트로 중 세손가락 안에 꼽는 멜로디.

 
 작년에 유튜브 야마시타 타츠로 공식계정에서 리메이크한 뮤직비디오도 발표했다. 개인적으로는 이미지가 좀 다르다는 감상. 
 


 
여기서 잠시 개인적으로 꼽는 여름 시티팝 인트로 3대장을 짚고 넘어가자면, 두 번째는 안리(杏里, ANRI)의 TIMELY!에 수록된 WINDY SUMMER. 동 앨범에 실려있는 하야시 테츠지(林哲司)가 작곡의 悲しみがとまらない(슬픔이 멈추지 않아) 역시 인트로 끝판왕이다. (사실 이 시티팝 명곡이 다 인트로 대장에 끝판왕이다.)
 

이런 앨범자켓인데 12월 발매라는 것은, 추우니 남국으로 놀러가자~ 였던 것일까?

 


그리고 세 번째는 WINDY SUMMER를 작곡한 카도마츠 토시키(角松敏生)의 앨범 ON THE CITY SHORE에 실린 OFF SHORE. 안리의 TIMELY! 보다 불과 7개월 전에 발표한 앨범으로, 저 인트로가 여기서 왔구나.. 하는 생각도 드는 명곡. 

 

 

 

 


한참 지나 NHK라디오를 듣던 중 야마시타 타츠로의 앨범 복각판을 2차 생산한다는 뉴스를 들었다. 되팔렘들이 또 만엔 가까이 되는 가격에 팔아제끼기 시작하자 재빠르게 재판을 찍은 모양. 이번엔 지체없이 예약을 완료했다.

 
 
그리고 드디어 실물을 영접하게 된 FOR YOU의 레코드판. 역시 CD와는 비교할 수 없는 임팩트가 있었다.

 
 
자켓 안에 들어있는 RCA / AIR 바이닐 콜렉션의 광고. 7장 다 갖고싶지만... 그건 무리고 CD로나 모아야겠다.



자켓 속지에 들어있던 야마시타 타츠로의 한참 때 사진.

 

 

さよなら夏の日(안녕 여름날) 


책에서 처음 가사를 읽었을 때, 그 가사만으로도 학창시절 여름방학이 끝날 즈음의 아련함이 몰려왔던 곡.

 

 

波打つ夕立のプール
소나기에 물결이 일렁이는 수영장
しぶきをあげて
금새 물보라가 넘쳐흐르고
一番素敵な季節が
가장 멋진 계절이
もうすぐ終わる
이제 곧 끝나네

"時が止まればいい"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어" 라며
僕の方で
내 어깨에 속삭이던
つぶやく君見てた
널 바라보고 있었지

さよなら夏の日
안녕, 여름날
いつまでも忘れないよ
언제까지나 잊지 못할 거야
雨に濡れながら
내리는 비에 몸을 적시며
僕らは大人になって行くよ
우리는 어른이 되어 가네

 


3년 전에 워너뮤직에서 새로 만들어 공개한 뮤직비디오. 책에서 가사를 처음 읽으며 상상했던 그 이미지가 그대로 살아있어서 너무 좋았다. 

 

 
 

 
유튜브의 곡 해설에도 책에 쓰여있는 것처럼 야마시타 타츠로가 고등학생 때 여자친구와 수영장에 갔다가 소나기를 맞았던 추억을 바탕으로 했다는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있다.

가사를 충분히 음미하신 뒤에 이 영상을 한번 보시기를 권한다.

 

 
 



겨우 세 곡 소개했는데 또 너무 길어졌다. 야마시타 타츠로의 여름 노래는 이외에도 많으니 여름동안 기회가 되면 또 소개하겠다.

 
2012년에 나온 CD 3장짜리 베스트 앨범 Tatsuro Yamashita OPUS ALL TIME BEST 1975-2012를 구하면 대표곡은 대부분 들을 수 있다. 야마시타 타츠로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이 앨범을 먼저 구해보시기를 권한다.

 

가을이 오면  '일본판 소주 한 잔' 으로 꼽는 Get back in love가 수록된 내 안의 소년을, 쌀쌀한 겨울에는 JR 신칸센의 광고로 유명한 クリスマス・イブ가 수록된 MELODIES로 또 돌아오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