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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만년필, 잉크

만년필과 다이어리

by 일본맛탕 2014. 11. 24.

내년부터 제대로 된 육아일기를 써 봐야겠다고 다짐하고서, 회사 다닐 때 늘 쓰던 몰스킨 다이어리를 주문하려고 검색을 했다. 그런데 다이어리를 사면 만년필을 사은품으로 준다는 게 아닌가? (물론 저가형 만년필이었지만) 갑자기 만년필이 궁금해진 나는 여기저기를 뒤지기 시작했고, 파이롯트 만년필이 세필이라 일상적으로 쓰기에 좋다는 조언글을 보았다. 처음 찾았던 사이트에서는 파이롯트 만년필을 다루지 않았고, 그래서 다른 사이트를 검색하다 보니 베스트펜(http://www.bestpen.co.kr)을 찾았고, 정신을 차려 보니 만년필 세 자루를 장바구니에 담고 있었던 것이었다...


만년필을 써 본 적이 아주 옛날에도 있긴 있었다. 중학생 땐가 고등학생 땐가, 아버지가 어디서 구해 오신(선물을 받으신 건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만년필을 써 보려다가 너무 굵어서 이런 걸 누가 언제 어디서 쓰는지 의아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결국 내 손에 들어온 것들.


- 파이롯트 프레라(F닙)

- 파이롯트 에르고그립(EF닙)

- 로트링 아트펜(1.1 캘리촉)

- 이로시즈쿠 병잉크 송로(syo-ro)

- 펠리칸 병잉크 4001(블랙)

- 미도리 MD 노트 다이어리 S(+비닐 커버)

- 플래티넘 프레피 만년필 블루블랙(사은품)


아, 싼 맛에 같이 산 파이롯트 에르고그립이랑 사은품으로 받은 플래티넘 프레피, 펠리칸 병잉크는 사진에 없다. 라미 사파리 2014년 한정색 네온 코랄은 끝까지 고민하다가 결국 사지 않았다.


로트링 아트펜은 사실 주문하고 조금 후회했다. 저거 말고 딥펜을 여럿 살걸 하고. 그래서 베스트펜에 전화로 부분 취소 가능하냐 물었더니, 이미 각인이 들어가서 안 된단다. 각인은 프레라에만 해 달라고 썼었는데 못 보신 듯... 결국 딥펜은 따로 다시 주문했다 ;ㅁ; 엉엉.


다이어리는 몰스킨 대신 미도리로 주문했다. 회사 다닐 때 옆 자리 동료가 매년 사서 쓰던 다이어리였는데 국내에도 정식으로 판매되고 있길래... 심플하고 좋은 것 같다. 이제 매년 이거 써야지.



파이롯트는 듣던 대로 세필이다. 특히 프레라는 무게감도 적당하고 뚜껑을 열 때나 쓸 때의 느낌도 좋고 정말 최고다! F닙은 EF닙이랑 거의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가늘다. 사각거리는 느낌이 거슬린다는 사람들도 있던데 난 다른 걸 안 써 봐서 그런지 좋다. 하이테크 유니볼 이런 것만 쓰다가 만년필을 쓰니 필기감이 신세계...(*´∀`) 학생들 필기하기도 좋을 듯.


에르고그립도 가성비를 생각하면 나쁘지 않다. 다만, 뚜껑을 돌려서 여는 게 조금 귀찮을 뿐...


로트링 아트펜은 생각 외로 엄청나게 가볍다. 가벼워서 쓰기가 좀 불편할 정도. 게다가 뚜껑도 펜 뒤에 꽂히지 않아서 이것도 좀 불편... 역시 이 돈으로 브라우스 펜촉 6종+우드홀더 세트를 샀어야...



병잉크는 10ml짜리 바이알병에 소분해 두었다. 제일 왼쪽은 내가 구매한 이로시즈쿠 송로. 나머지 2개는 잉크 소분해 주시는 분께 얻은 코스모스와 저녁노을. 받아 놓기만 하고 써 보진 못했다. 주문한 딥펜이 오면 써 봐야지.


이로시즈쿠는 1병당 정가가 1500엔이던데, 당연한 얘기겠지만 우리나라에서 구하려면 꽤 비싸다. 뭐, 정가 자체도 싼 편은 아니지만... 하지만 비싼 만큼 색깔도 예쁘고 잉크 품질도 좋다. 색상별로 다 모으고파...



아직 올해가 다 가지 않았지만, 내년도 다이어리를 쓰기 시작했다. 육아일기라는 타이틀을 달고 쓰려다가 그냥 보통 다이어리처럼 쓰는 걸로. 혼자 쓰는 거니까 편하게 써야지. 역시 미도리 노트는 종이가 좋다. 만년필로 써도 번지지 않고 뒷장에 비치지도 않고... 부지런히 써야지.


이와 더불어, 잊고 살던 사람들에게 손편지도 조금씩 써 보기로 했다. 캘리그라피도 배우고, 글씨체도 교정해야지. 펜을 이상하게 잡는 습관도 좀 고쳐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