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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영화, 전시

[영화] 두레소리

두릅이 2012. 5. 14. 23:47
 극장에 걸린 것을 보고 워낭소리 속편인가 했는데, 지난 주 토요일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출연진의 공연과 인터뷰를 듣고 어떤 영화인지 알게 되었다. 전통예술고등학교의 국악합창 동아리 만드는 과정을 그린 독립영화로,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플롯이 있는 극영화라는 점이 의외였다. 2년 전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실제 주인공들의 2년 후배들이 직접 출연한다는 점도 이색적이었다. 

 하지만 어벤저스, 건축학개론, 은교를 연타석으로 보고 나서 같은 티켓값으로 독립영화를 보자니 약간 아깝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시작할 때까지도 이거 돈 버리는 거 아닌가 하는 불안함이 느껴졌고,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첫 장면부터 어색한 연기에 그 불안감은 현실화됐다. 오늘은 잘못 걸렸지만 이런것도 경험이려니 하고 한번 보자는 생각으로 보기 시작했다.

 신기한 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 어색함이 자연스러움으로 다가온다는 점이었다. 영화가 보여주는 여름방학 교실은 마치 내가 고등학생으로 돌아가 그 학교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했다. 여고생인 주인공들이 어울려 노는 장면도 여고생들이 모이면 정말 그렇게 노는구나 싶었다. 학교 외에는 기억이 없는 고3이라는 특수한 상황 역시 잘 살아나 있다.  

 그리고 음악이 좋다. 우리 가락이니 소중히 해야 한다 뭐 이런 이야기가 아니라 음악이 그냥 좋다. 서양음악을 전공한 선생님이 국악을 하는 학생들과 부딪히고, 융화되어 나온 국악 합창은 하나의 장르로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좋은 음악을 들려준다. 몇몇 곡을 들어보면 함현상 선생님의 멜로디 메이킹이 꽤 뛰어난 듯 싶다. (OST를 들어보니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술을 마시고 우리 가락을 뽑는 주인공들에게서 우리에게 한 뼘 앞으로 다가와 있는 국악이 느껴진다.

 분위기와 인물들에게 익숙해지면서 시트콤을 보듯 주인공 다섯 여고생의 캐릭터가 살아나기 시작한다. 학교다닐 떄 정말 이런애들 하나씩 있었던 것 같은 느낌. 초반에 어색해서 자연스러웠던 인물들이 점점 캐릭터로서 자연스러워지기 시작한다. 보는 우리가 더 어색했던 함현상 선생님은 만취 장면에 이르러 물오른 연기를 보여줄 정도로 일취월장한다.

 입시가 코앞에 있는 주인공들은 우리내 고3때와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 무엇을 할 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시련이 있을 지언정 방황은 없었다. "난 노래하는 게 참 좋은데, 어렸을 때부터 내가 노래하면 다들 좋아하는 게 참 기뻤는데.."하고 이야기하는 슬기가 참 행복해 보였다. 

 그리고 마지막 공연 씬. '두레소리 이야기'와 '우리의 노래가, 우리의 장단이'의 두 곡. 그리고 그것을 합창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시스터 액트를 비롯한 문제아 합창단 무비(?)들에 못지 않게 감동적이다. 특히 김슬기 양의 독창 부분은 마치 아쟁 연주를 하는 듯한 소리를 낸다. 우리 가락으로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은 처음이었다. 

 보고 웃으면서 나온 영화는 작년 써니 이후 오랫만이었다. 직장인의 우울한 일요일 밤은 무언가 뿌듯한 마음이 되었고, 그 이후 계속해서 OST를 듣고 있다:D 

덧. 아쟁처녀(?) 김슬기 양은 대장금의 오나라를 불렀다고 한다.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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