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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전] 훈데르트바서 2010 한국전시회

꿈토끼양 2011. 3. 8. 23:33
색채의 마법사, 나선의 미학, 건축 치료사, 환경 운동가 훈데르트바서展

지난 주말, 훈데르트바서 전시회를 보고 왔다.

친한 언니가 훈데르트바서전을 보고 싶다고 해서 함께 갔는데, 처음에 그게 사람 이름일 줄은 모르고 여러 예술가의 작품이 모여 있는 테마형 전시회인 줄 알았다. 일부러 미리 찾아 보지 않고 가서, 전시회장에 도착해서야 그게 작가 이름이라는 것을 알았다.

프리드리히 슈토바서(Friedrich Stowasser)가 본명이었던 그는, 평화롭고(Friedens) 풍요로운(reich) 곳에 흐르는 백 개(Hundert)의 물(Wasser)이라는 뜻을 지닌 '프리덴스라이히 훈데르트바서'라는 이름으로 스스로 개명했다고 한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그는 자연을 사랑하는 환경 운동가이기도 했고, 그런 그의 사상이 작품 전체에 묻어나고 있었다.


장소는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예술의 전당은 자주 갔지만 미술관은 처음이었다. 잔디 너머 맞은편에는 기념품 가게도 있었다. 전시 종료 일자가 다가와서인지, 관람 시간 전인데도 기다리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아이들이 좋아할 법한 약간 동화스러운(?) 그림체라 그런지 어린이 관람객들이 많았던 게 특징.


'아름다움의 창시자'라는 대문짝만 한 수식어가 붙어 있지만 사실 아름다움이라는 말은 너무 포괄적이라 무턱대고 붙여도 될지 잘 모르겠고(아름답지 않은 예술 작품이 어디 있을까), 오히려 오른쪽 모서리에 조그맣게 쓰인 '색채의 마법사', '직선은 선의 부재', '건축의 창의적 자유'라는 키워드 쪽이 그의 특징을 잘 드러내 주고 있는 것 같다.

전시관으로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곳에는,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으려는 듯 금박과 은박으로 장식된 화려한 작품들이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본 곳도, 또 실제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던 곳도 이쪽이었던 것 같다. 캔버스가 모자랄 정도로 빽빽하게 채워진 그림도 인상적이었지만, 더 흥미깊었던 것은 작품 주변의 여백에 자신이 사용한 색상 등의 다양한 정보를 담아 뒀다는 점이었다. 그는 작업 시 가급적 많은 정보를 남기고, 뒷면에도 항상 그림과 관련된 메모를 했다고 한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자신의 이름을 일본식 한자로 표현한 豊和百水라는 판화 도장이었다! 난 처음에 일본의 수집가가 소장하던 그림인 줄 알았다... 百水를 보고서 아하!

수많은 타이틀에 걸맞게 작품은 다양한 분야로 펼쳐져 있었다. 판화나 타피스트리(색깔 실을 가지고 직물 짜듯이 그림을 짜 내는 것)가 유독 많았고, 그가 디자인한 실제 건축물의 모형도 다수 전시되어 있었다. 그림 중에는 어딘가의 땅이라는 주제로 그려진 그림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는 평범한 물감뿐 아니라 아프리카의 흙을 재료로 쓰기도 했다고 하는데... 그 그림이 흙으로 그린 그림이 아니었나 싶다. (나는 처음에 보고 근육 내지는 혈관처럼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함께 간 언니들은 떡볶이와 순대볶음이라고 표현했다 ㅋㅋㅋ)

그림들을 보다 보니, 말로는 잘 표현할 수 없지만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공통된 사상 같은 게 보이는 듯했다. 뭐, 사상이라고 표현할 만큼 대단한 걸 발견한 건 아니지만. 화려한 색채를 구사했다는 것과 직선보다는 나선을 활용했다는 특징 이외에도, 그의 그림에는 반복해서 사용되는 동일한 모티브들이 종종 눈에 띄었고, 전체적으로 하나의 큰 덩어리로 표현하기보다는 낱낱이 쪼갠 사물들을 하나로 합쳐 표현하려는 듯한 방식이 특히 인상에 남았다. 그게 바로 그가 표현하려 했던 인간과 자연의 유기적인 관계일까? 또한 화려한 색채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모르게 쓸쓸한 느낌을 가끔씩 받았던 건 내 기분 탓일지... 오디오 가이드를 빌렸더라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겠지만, 나는 이번에는 오히려 편견 없이 관람하고 나올 수 있어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전시 종료가 3월 15일이라고 하니, 관심 있는 분들은 서두르셔야 할 듯하다. 듣자 하니 휴일 늦은 시간에는 사람이 미어터질 정도로 많다고 하니, 가급적 개관 시간에 맞춰서 빨리 보는 게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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