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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영화, 전시

[영화] 트랜스포머 3

by 일본맛탕 2011. 7. 2.
7월 1일 밤 9시, 강변 CGV 4D plex관에서 트랜스포머3를 보고 왔다.
트랜스포머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두근거렸고, 처음으로 4D 상영관을 예매해서 기대를 많이 했다.
이 아래에는 스포일러가 가득하므로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은 주의하시길!


한마디로 평하자면, '악평하기도 귀찮을 정도로 최악이었다'.



스토리의 개연성 부족

액션에 대단한 스토리를 기대하지 말자. 기분 좋게 보고 나오면 된 거다.
이렇게 위안하기에도 모자랐다. 한참 모자랐다. 실드를 칠려야 칠 수가 없다.

현란한 액션과 화려한 CG를 내세운 액션 영화임을 감안하더라도, 스토리에 개연성이 너무 부족하다.
지금 스토리가 없다고 까는 게 아니다. 이야기를 제대로 풀지를 못하더라는 거다.

전반부엔 뭐 아무것도 없었다. 유머도 없고 액션도 없고 그렇다고 상황 설명이 탄탄한 것도 아니고.
액션 신이 많이 등장하는 후반부도 별다를 건 없었다. 내용 따위.
끝까지 보고 나온 후에도 그냥 뭐 갸우뚱. 왜 이랬을까.
게다가 달 착륙과 체르노빌. 좀 무리수 아니었나..

사실 이런 류의 영화에서 스토리는 유치해도 된다. 뻔한 영웅물이 되어도 상관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뒷맛이 찝찝한 건 스토리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연출이나 편집의 문제인 것 같다.
좀 더 멋있게, 재밌게, 모두가 이해하게끔 풀어낼 수도 있었을 텐데.

심지어 인간들이 먼저 동맹을 파기하고 우주로 추방까지 했는데도 옵티머스는 말한다. 인간을 지킬 거라고.
전작을 봤으니까 인간한테 느끼는 유대감은 뭐 알겠는데, 이 맹목적인 절대선악 구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차라리 사이버트론을 부활시키려는 메가트론의 논리가 훨씬 그럴듯하다. 

눈에 뻔히 보이는 복선, 진부한 클리셰의 연속

옵티머스가 처음 입을 열었을 때, 바로 이거다 싶었다. 그냥 뭐 입만 열면 간지가 좔좔 포스가 철철..
하지만 그 옵티머스가 그렇게 진부한 대사들만 줄줄 읊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오마이갓.
"넌 네 자신을 배신한 거야."......아 미안해 하나도 안 멋있어. 눈물 좀 닦고..

난 설마 후반부에 샘 일행과 합류한 오토봇 중 누군가가 자기 입으로 "우리는 로켓에 타는 척만 했던 거야"라는 대사를 할 줄은 몰랐다. 으아아, 이러지 마세요. 정말 초딩 만화도 아니고. 더 멋있게 말할 수도 있잖아요. (생각해 보니 이건 번역의 문제인가 싶기도 하다. 나 저 대사에서 정말 한 3초간 벙쪘다. 너무 멋이 없어서.)

복선..이랄까 스토리의 반전이나 캐릭터의 성격도 그냥 뭐 눈에 뻔히 다 보였다.
아, 이놈은 살리면 배신 때리겠군. 이놈은 결국 나쁜놈이겠군. 여기서 밀리다가 여기서 만회하겠군.
나 그렇게 어려운 관객 아니에요. 머리 굴려서 복선 맞히지도 못해요. 적어도 이런 날 좀 놀라게 해 달란 말야.

통쾌하지 않은 액션 신

후반부엔 액션 신이 많이 등장한다. 그래, 화려하고 좋다. 멋지다 이거야. 근데 왜 하나도 통쾌하지 않지?
호탕한 액션 신은 그냥 보고만 있어도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고 기분이 유쾌해지고 뭐 그래야 하는 거 아닌가? 무너지는 빌딩에서 도망가는 신은 왜 그렇게 길며, 트랜스포머들은 왜 하나같이 재미없는 포즈로 싸우며, 액션을 펼치는데도 왜 이렇게 기분이 좋아지지 않는 걸까?

기억에 남는 장면? 그런 거 없다. 그래서 문제다.
네임드들의 전투 신이 있긴 있었나.. 기억도 잘 안 난다.
이 영화의 묘미는 트랜스포머들끼리 싸우다가 자동차로 변신해서 우다다다 추격하다가 또 변신해서 싸우다가...가 아니었던가? 이번 편에도 그런 신이 없지는 않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추격전을 벌인 건 그저 디셉티콘 졸개들이었지, 네임드들끼리 그러진 않았다. 네임드는 그저 끔살당하거나 재난 영화 만들기에 일조했을 뿐.

전지전능한 오토봇

오토봇들은 위급한 상황에서 어딘가로 없어졌다가도 일촉즉발의 상태까지 가서 간지나게 등장한다.
범블비는 절묘한 타이밍에 등장해서 건물에서 떨어지는 샘을 구하고, 인간들이 죽음의 문턱에 섰을 때 옵티머스가 갑자기 날아온다. 그것도 친절히 "내가 돌아왔다~" 하는 재미없는 대사를 외치며. (그래 봐야 거미줄에 메즈 당해 있을 거면서;;;;)

디셉티콘들이 시카고를 점령했을 때는 누가 봐도 오토봇이 불리한 상황인데(오토봇 몇 기였냐.. 9기?), 아무 대안도 없는 오토봇 군단을 이끄는 옵티머스는 자신있게 말한다. 저들과 전쟁을 선포한다고. 그래, 전지전능하니 가능하겠지. 아니, 그보다 더 전지전능한 미군 특수부대가 있으니까 가능하겠지;;;

센티넬은 아주 짧은 시간 내에 어이없이 죽었고, 저 나름 위대하다는 메가트론은 찌질하게 뒷치기하다가 한쪽 팔이 없는 옵티머스에게 순삭당한다. 옵티머스는 그냥 졸라 짱 세다.. 이유는 없다. 그냥 그래야 한다.

게다가 범블비의 비중이 너무 적어서(=귀여움이 한껏 발산되지 않아서 ㅠㅠ) 아쉽기 짝이 없었다. 흐아앙 나의 범블비는 이렇지 않아 ㅠㅠ

실망스런 3D, 무서웠던 4D

장대한 스케일과 박진감 넘치는 액션을 3D로 즐기면 어떤 느낌일까 굉장히 궁금했었다. 근데 영화 전체에서 3D가 차지하는 비중이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적다. 제일 앞부분 정도? 중간에 귀가 아파서 안경을 벗었는데 화면이 너무 멀쩡하게 나와서 그냥 내내 벗고 봤다. 감상하는 데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 -_-;; 누가 말하더라, 자막만 3D라고..

4D는, 처음에는 신기했다. 3D 화면이랑 함께 의자가 움직이고 바람이 나와서 꼭 놀이기구를 타는 기분 같기도 하고 즐거웠는데, 오히려 이 때문에 영화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가만 있다가 갑자기 의자가 흔들리면 공포영화도 아닌데 화들짝 놀라게 되고, 게다가 바람 구멍 가까이에 얼굴이 있는데 바람이 확 나오면 소스라친다. 액션 영화 한 편 보면서 몇 번을 몸서리를 쳤는지..

4D는 이제 다시는 안 볼 것 같다. 그리고 이 영화는 3D로 볼 필요도 없을 것 같고, 그냥 일반 상영관에서 보거나 DVD 나오면 그때 봐도 좋을 것 같다.

번역? 번역... 번역......

제발 이러지 맙시다. 칼리가 갑자기 샘한테 오빠라 그래서 식겁했음.



나와 똑같이 실망한 김두릅씨의 감상은 여기에.
두릅씨는 트랜스포머니까 당연히 2번 이상 볼 거라고 기대에 차 있었는데, 보고 나오더니 2번은 못 볼 것 같다고..

아무튼 그랬다. 좀 많이 안타깝다. 기대했는데...
이렇게 된 거 1편이나 다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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