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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생각상자

게임 중독의 순기능

두릅이 2010. 9. 29. 23:06
 엊그제 예비군 훈련을 가서 만난 고등학교 동창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내가 요새 한참 스타2에 빠져 있는데 이젠 좀 끊으려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자 친구는 그럴 것 없다고 말했다. 자기는 요새 신나게 할 게임도 없고, 계속 나타나지 않는데 내가 부럽다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나 역시 스타2덕에 실로 오랫만에 순수하게 재미만으로 게임을 즐겼던 것 같다. 집에 와서 10시부터 2시까지 게임하고 자고, 토요일 밤에는 밤새 하다가 다음날 낮까지 자고.. 2달을 그렇게 보냈다. 지난 일요일에 토끼양과 스타2는 주말만 하자는 약속을 한 뒤 갑자기 평일에 시간이 남아돌기 시작했다. 덕분에 책도 읽고 글도 쓰는 주중을 보내고 있다.

 내가 겪은 게임 중독 선순환 프로세스(?)로 설명을 해 보자면..

1. 별다른 목표 없이 무료한 나날을 보낸다.
2. 굉장한 게임을 발견하고는 밤낮없이 그 게임에 몰두한다.
3. 겨우겨우 게임을 끊은 뒤, 자신이 집착하던. 목표와 모은 재화들의 덧없음을 깨닫는다.

 그냥 당연한 귀결일 수 있지만, 2에서 3으로 넘어오는 단계에서 단순히 게임 중독을 벗어난 것 이상의 효과가 발생한다. 1일 때 생각했던 것보다 자신에게 꽤 많은 시간이 있음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1에 머무른 채로 2에 가지 않는다면, 자신에게 3의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할 수 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2의 단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80년대생인 나를 기준으로 하면, 스타는 재수생을, 디아블로는 낙제생을, 와우는 취업 준비생을 몇 십만명 양산하지 않았을까.. 여튼 그래서 내린 결론은, 게임에 중독되는 것이 나쁜 일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중독과 같은 경험을 하고 일상으로 돌아와서 더 큰 에너지를 낸다면, 그것은 좋은 것이다.

 그리고 한발 더 가서 1보다 2가 나은 것일 수 있다. 짧은 인생, 게임 중독과 같은 강렬한 경험을 몇 번이나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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