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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게임

[책] 둠 - 컴퓨터 게임의 성공 신화 존 카맥 & 존 로메로- (MASTERS OF DOOM)

두릅이 2007.10.20 22:25
 

 가을은 독서의 계절인지 책이 무진장 잘 읽혀지는 요즘, 지를 책이 없나 둘러보다가 발견했다.
기억을 돌이켜보니 번역판이 나오기 전에 나는 이미 이 책을 알고 있었다. 군대시절 게이머즈를
열독하다가, 키노피오씨가 편집후기에 최근 읽었다고 썼던 것을 본 적이 있다. 꼭 한번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지만 방법이 없어 완전히 잊고 살았는데..책하고도 인연이란 것이 있나보다.

 책 내용은 둠을 만든 이야기가 아니라 존 로메로와 존 카맥의 자서전적인 분위기를 띄고 있어서,
두 명의 존 이야기가 성장배경부터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다. 게임업계 일본을 건설한 거인들
마찬가지로, 이 책의 내용도 신화같은 이야기다. 성공 신화를 읽는 것은 언제나 즐거워서, 페이지
가 술술 넘어가고 내가 마치 그런 성공을 하고 있는 듯한 설레임을 대리 체험한다. 읽고 나서는 나
도 이렇게 한번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꿈을 꾸게 된다. 그러나 알아두어야 할 것은, 그들은 이전
까지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나는 지금 세상에 없는 걸 만들 수 있을까..?

 PC로 슈퍼마리오 3을 완벽이식한 이야기와 닌텐도의 거절로 탄생한 커맨더 킨, 혁신을 일으켰던
볼펜슈타인 3D의 이야기도 있지만 하이라이트는 역시 둠이 나올 때의 이야기. 둠이 나온 역사는
FPS와 멀티플레이의 탄생 그 자체였다. 일본에서 차세대 콘솔 게임기가 게임산업의 폭을 한껏
넓히고 있을 때, 미국에서는 둠에 의해 가히 산업적, 문화적 혁명이라고 할 만한 붐이 일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붐은 북미에서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헤일로3의 반응을 보라)

 하프라이프, 데이어스 엑스, 최근의 바이오쇼크까지 작품성을 위시한 2세대 FPS들과 비견되는
둠3의 평범함과 언리얼 엔진이 주도권을 장악한 시장을 생각하면 최근의 이드 소프트웨어는 빛이
바랜 면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그들의 족적은 게임 역사에 몇 가지의 패러다임 전환을 동시에 가
져왔다. 재미있게도 현재의 대한민국 온라인 게임시장을 그중 두 가지 패러다임이 지배하고 있다.
바로 '멀티플레이'와 'FPS'. 

 나머지 하나인 '사용자 레벨 편집'은 과연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질 수 있을까? 북미에서 FPS가
오랫동안 명맥을 유지하는 것이나 국내에서 스타크래프트가 10년 넘게 이어져 오는 것, 그리고
최근의 UCC붐을 생각한다면 국내 온라인 시장에서도 다음 패러다임은 '사용자 레벨 편집'일 것
같지만, 과연 그것을 개발할 수 있는 역량과 의지를 가진 개발사가 있을지 물음표를 던져본다. 
거기까지 도달하지 못한다면 지금의 FPS 붐은 아마도 집안 잔치로 끝날 공산이 높다.

 두 명의 존과 이드 소프트웨어의 이야기 외에도 다른 이야기가 많아서, 읽다보면 80년대 ~ 90년
대의 미국 게임시장의 맥을 짚을 수 있다. FPS라는 장르의 탄생에 그들이 어떻게 반응해 왔는지
읽고 있노라면 그들이 왜 헤일로 3의 발매일에 진을 치고 괴성을 지르며 축제 분위기를 즐기는지
알 수가 있다. 쉐어웨어 비즈니스를 만들어 낸 애포지, 윈95에서의 열악한 개발환경을 개선하고자
만들어진 다이렉트X, 둠의 아류작 마라톤으로 시작한 번지 소프트웨어나 이드에서 나온 로메로의
회사이온 스톰에서 워렌 스펙터의 팀이 만들어낸 데이어스 엑스까지..여러가지 비화들이 많다.

 읽기 시작하면서 내용의 깊이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단지 성공 신화만을 서술해 놓았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존 로메로와 존 카맥의 가치관이 부딪히기 시작하는 부분에서부터는 반목하
고 고뇌하는 그들의 생각을 보면서, 게임을 만들 때 고민하는 여러가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을 해
보게 된다. 기획은 마음껏 이상을 꿈꾸고, 프로그래밍으로 계속 그 이상을 현실화하는 데에 도전
해야 하는 것인지, 혁신적이지만 한편으로 범용적인 기술을 사용해서 재미 그 자체에만 최대한 
집중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기획서를 쓸 때나 새로운 게임을 생각할 때 매번 고심하는 사항이다.

 게임을 만드는 입장이라면 한 번쯤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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