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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영화, 전시

[TV&영화] 100분 토론(디 워 관련)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8. 10.

 100분 토론에 대해서 이야기도 자주 들었고 드문드문 본 적은 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본 건 처음이였다. 토론 사안에 대한 관심이 있어서겠지. 결론부터 말하면 나올
것들은 다 나왔고, 결론도 좋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손석희 씨의 진행이 좋았다고 생각
하는데, 다른 토론을 전혀 보지 못해서 섣불리 결단을 내릴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초반 40분 동안은 정말 답답해서 못 견딜 지경이였다. 내가 끼어들어 몇마디
하고싶었을 정도. 인물평을 해 보자.


 문화평론가 하재근

 토론 전반부의 의견 전개에서 이 사람은 문화평론가보다는 민중운동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대로 차분한 의견 전개도 좋았고 학생 평가를 예로 든 것 역시 꽤
적절했는데, 문제는 중반부터. 
 
 '나는 디 워가 재밌었으니 그걸로 됐다.' 
 '소말리아 사람들은 소말리아 영화가 최고라고 하는 것이 옳다.'

 감정에의 호소가 시작되면서 되어 논리가 사라져 버렸다. 자기자신도 그걸 의식한 듯
이야기 도중 얼굴이 빨개지며 말을 더듬는 모습을 보였는데, 문제는 토론이 끝날 때까지
그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는 거다. 

 '모두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이지 관점이 아니다. 반론이 나올 수가 없는 '착한'
의견은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 지언정, 서로의 관점 차이를 희석시킨다는 점에서 토론
의 목적 자체를 불분명하게 한다. 개인적으로 '겉으로 좋게 끝난' 결론을 가장 싫어한다.


 김천홍 영화전문기자 

 하재근씨와는 논리 전개방식이 다르지만 입장은 거의 같았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던 디워
논쟁 촉발의 핵심이 이쪽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 어디냐면 '아 다르고 어 다르
다;' 를 언급한 부분. 하지만 중반 객석 토론자의 질문에 엉뚱한 소리, 그것도 같은 이야기를
반복했다는 점에서 토론 패널로서는 조금 실망. 마지막 정리 역시 꽤나 감정에 호소하고 있
었다.


 김조광수 청년필름 대표

 서두를 횡설수설로 시작한데다가 디 워에 대해서 '단지 수준이 낮다' 이상의 분석을
하지 못해 계속 헤맸고, 시종일관 '공격받았다'라는 표현을 쓰던 것도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진중권 교수의 분석 후에야 겨우 차분한 입장으로 돌아갔으나, 그 이후에는 더욱 복잡
해진 것이, 충무로의 이단아임에도 불구하고 충무로의 대표가 되어 토론 내내(본인의
의도와 관계없이) 어중간한 위치가 되었다. 
 그러나 객석 토론자가 '올드미스 다이어리'에 대해서 올린 호소성 글을 언급하면서 맹
비난을 펼쳤을 때부터 분위기 반전. 자기가 한 일과 누군가를 비판하는 것이 다르다는
반론은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로 일축해 버릴 수도 있으나, 분명 그것은
소신이였다. '올미다'의 경우가 '디 워'와 다르다는 것도 납득이 가고. 


 진중권 중앙대 교수

 진중권 교수의 저작을 조금이나마 읽어본 경험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분석은
반론을 제기할 수 없을 정도로 정확했다. 특히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예로 든 분석은 그
야말로 압권이였는데, 문제는 토론자들의 수준이 달랐다는 점. 상대 패널 2명은 물론 같
은 입장인 김조광수 대표조차  모두 감정에 호소하고 있기 때문에 분석의 질이 아무리 높
더라도 그것은 '냉혹한 분석'으로밖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쪽 관점(디 워 비판 측)에서 답답했던 부분 역시 결국엔 진중권 교수가 풀어주었다. 
어차피 이 논쟁의 결말은 헐리우드에서 난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 때까지 남은 시간동안 
좀 더 영화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것. 여기에 대해서는 정말 뼈저리게 공감한다.
 




 토론을 보기 전까지 나는 정확한 논쟁의 진행상황을 몰랐기 때문에, 디 워 옹호 입장이였다.
지금도 우뢰매를 재미있게 볼 정도로 심형래씨를 좋아하니까. 심형래씨는 어렸을 적 내 꿈을
반 이상 지배했고, 지금도 어느 정도는 해당된다. 미국인들의 조지 루카스에 대한 신뢰를 생각
하면 되겠다. 

 먼저 논쟁이 촉발된 부분을 살펴보면, 원인은 비평가들의 태도다. 디 워에 대한 비평가들의
태도는 냉혹한 것이 아니라, 냉소적이였다. 아직 우리나라 블록버스터는 해외에 비하면 한참
멀었다는데는 깊이 동감하는데, 이건 완전히 '심형래가 그렇지 뭐'로 오인될 수 있는 수준이다.

 냉혹한 비평이라면 '참 인간미가 없구나', '그래도 한국 영화인데 좀 띄워주지' 정도의 아쉬움이
남겠지만 냉소적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쉬움을 넘어 분노가 촉발될 수 있고, 단순히 말하면
재수없다. 관객들을 무시하느니 주류의 비주류 소외정책이니 하는 말들은 모두 '냉소적 태도'로
설명된다.

 논쟁이 불거진 이후에는 그냥 진흙탕 싸움이다. '비평을 옹호하는 자 vs 감정에 호소하는 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럼 현재의 상태는 어떤가? 토론에서도 대부분의 상황이 파악됐지만. 디 워에 대한 비평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다. 앞서 밝혔듯이 나는 심감독을 영웅으로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다. 의외
로 나 이외에도 많은 데에 놀랐지만, 용가리도 혼자 극장 가서 봤다. 

 하지만 디 워는 정말 아니였다. 비교하면 또 논쟁이 될까바 조심스러워지긴 하는데, 디 워는 괴물과
완전한 대척점에 있는 작품이다. 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괴물은 '할 수 있는 한도에서' 만든 최고
의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도 내에서 놀기 때문에 그 이상의 반향은 기대할 수 없다. 기대와 관
심 속에 미국에서 개봉되었지만, 결과는 한도 이내였다. 

 반면, 디 워는 '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과대 포장되어 있다. 스토리를 배제하고 연출 면에서만
생각해도, CG는 대단하지만 인물들과 따로 논다. 초반 한국 신은 거의 게임 동영상 수준이고, 부라퀴는
눈을 부라리며 주인공들을 위협하지만 전혀 무섭지 않다. 연출 자체가 어차피 멀리 있는 건물에만 헤딩
할 것을 예측 가능하게 만들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디 워는 트랜스포머가 아니라 10여년 전에 심감독을 좌절시킨 쥬라기 공원과 비교되어
야 한다. 그래픽 기술에서 쥬라기 공원을 넘었겠지만, 과연 영화로서는 어떤가? 훨씬 이전의 기술로
만들어진 쥬라기 공원의 공룡들이 온 도시를 부숴대는 부라퀴보다 훨씬 위협적으로 느껴진다.

 그래서 디 워는 괴물 보다 큰 가능성은 있지만 매우 불안하다. 미국 관객들이 타국 영화라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디 워를 배제한다면 차라리 낫다. 내가 가장 우려하는 사태는 국가에 대한 언급 없이
디 워가 '쓰레기 영화'로 부류되고 깡통을 차는 것이다. 

 디워를 옹호하는 입장의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영화는 꼭 보되, 정확한 비평을 막는 감정적인
의견 개진은 삼가하자는 거다. 다른 건 모자라고 CG는 뛰어나다. 딱 거기까지만 했으면 좋겠다. 다른
부분에서 보통이라도 되는 것이 하나라도 있으면 나는 그걸 가지고 진중권 교수와 논쟁할 자신이 있지
만, 실제로 그렇지 않은 걸 더 잘 알기 때문에 말할 수가 없다. 진중권 교수 수준의 패널이 옹호측에 
없었던 것도, 애초에 옹호 측면이 감정에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냉소적인 비평을 비판하되, 억지는
부리지 말자. 헐리우드에서 성공하길 원하면 심감독이 좀 더 현실을 바라보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쨌든 400만이 넘었다는 데에 누구보다도 기뻐하는 사람 중의 한명으로서, 디 워가 (운좋게라도)
헐리우드에서 성공하기를 간절하게 기대해 본다. 

 그리고 차기작도...기대한다..(우뢰매리메이크해주세요트랜스포머도애들꺼였잖아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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