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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 전철역에 책 자판기가 생겼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6. 11. 11.
 수업이 끝난 오후 시간의 출근길, 한적한 학교 앞 역에 책 자판기가 들어왔다. 그동안 우리를 스쳐지나갔던
반숙계란 자판기, 팝콘 자판기, 구슬 아이스크림 자판기는 그다지 생명을 오래 이어가지 못했고, 일본에 가면
속옷 자판기까지 없는게 없다고 들었는데 막상 가 보니 맥주와 담배 자판기가 있다는 것과 자판기 수가 엄청
나다는 것 이외에는 크게 다를 건 없었는데...

 책 자판기. 왜 진작 이럴 생각을 못했을까?

 지하철을 기다리는 시간은, 나같이 기다리는 것이 힘든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기나긴 시간이다. 별
수 없이 신문 가판대를 들여다보지만 일간지에는 부동산, 주간지에는 정치 가십거리, 월간지에는
건강 이야기 뿐. 스포츠 신문은 타블로이드에 밀려 관심 밖이 된 지 오래이고..이런 시간에 하나라도
더 배울 수 있는 책을 소개해 준다는 것은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대략 이렇게 생긴 물건.

 

맨 윗줄엔 이런 책이..

이런 책들로 구성되어 있다. 가격은 전부 2천원.


일괄적으로 책장을 열어서 일부 페이지를 보여준다.

 XX리더십, 혈액형 관련, XX가지 법칙 등 너무 많이 찍어내는 책들만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사실은 서두에 쓴
것 만큼의 마음의 여유와 양식을 가져다 줄 만한 책은 없었다. '악인의 리더십'은 그래도 읽을만 해 보여서
한번 뽑아 보았다.

 2천원 균일가라는 점은 '한번 사 볼까?'라는 마음을 동하게 하지만 막상 책을 뽑아보니 약간은 낚였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빈약한 분량. 2번 환승하며 40여분을 가는 동안 80%를 읽어 버렸을 정도이니..사실은 맨날 책을 읽다
마는 내 습성에 비추어 보면 적당한 분량인지도 모르겠지만. 내용은 시중에 많이 있는 'XX리더십'류의 책을 더욱
더 간략화해 놓은 식이였다. 일대기 소개해고 사건 몇개 소개하면 끝. 고3때 메인 문제집을 사면 딸려 나오는
암기장 같은 느낌이랄까?

 5천원~7천원 정도로 다소 비싸더라도 정말 구입해서 아까울 것이 없는 베스트셀러를 맨 윗줄에 놓아보면 어떨까?
사는 사람은 큰 서점에 가지 않고도 요즘 무슨 책이 잘 팔리는지 알 수 있어서 좋고, 상대적으로 아래에 있는 책들의
저렴함은 더 부각될 테고.

 2000원대로는 어차피 저런 수준의 책 밖에는 갖다놓지 못할 텐데, 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처세술, 심리 관련
책만 있는 것을 보고 이내 돌아서겠고, 애초에 2천원보다 비싸서 책을 사지 않을 사람이라면 책 자판기를 들여
다 보기 전에 타블로이드 신문이나 뒤적거리고 있을 것이다. 애초에 책이란 것을 팔아보려고 한다면 좀 더 기대
수준을 높여서 제대로 노려보는 것이 어떨지?

 어쨌든 지하철역에서 교통카드 결제로 책을 구입한다는 새로운 책 구입수단이 생겼으니, 조금 더 머리를 써서 처음에 내가 기대했던 역할까지 충족해 주면 더 좋을 것 같다. 그저 기다리는 쓸데없는 시간이 지식의 폭을 넓히는 소중한 시간이 되는 순간이 어서 오기를.
 참고로, 남자 화장실에만 있다.







'그건가?' 하다가 타이틀을 보고 뭔가 노인분들 낚는 찌라시인가 했는데, 뒷면을 열어보니





 의도한 건 아니지만 모자이크를 필요없을 만큼 가독성이 낮게 찍혔다. 눈을 크게 뜨고 보다보면 키워드가
몇 개 보인다. 펼쳐보니 민망할 정도로 리얼한 모양을 한 무언가의 사진이 있었다. 더 안습이였던 것은 '아가
씨용', '아줌마용'의 2가지가 있다는 것. OTL..어쩌라고!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 찌라시를 쓰레기통에 버렸다. 하긴, 화장실 칸에 들어가면 가끔씩 벽면에 장기매매
전화번호가 붙어있는 걸 보면, 이정도는 애교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