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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생각상자

나는 오타쿠인가 아닌가?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6. 12. 5.
 실용 일어회화 기말 발표를 위해서 인터뷰 자료를 이제야 준비하고 있다. (이놈의 전날 근성이란..) 오타쿠란
어떤 존재인가?'를 테마로 준비한 것은 단지 재미있을 것 같아서였기도 하지만 이전에도 말했듯이 나는오타쿠
인가 아닌가? 하고 내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슴가워너비님에 의하면 빨간색과 3배 빠른 것이 생각나면 무조건 오타쿠라고 한다. 확실히 우주세기의 연대기
를 꿰고 있다는 점에서 나는 오타쿠다. 하지만 동인지에 관심도 없고 로리 캐릭터로는 느껴지지 않는(?)것을 보
면 오타쿠가 아니다. 7살 이후 모든 사고가 게임을 중심으로 형성된 것을 보면 게임 마니아인지 게임 오타쿠인지
헷갈릴 때도 있다.

 전차남을 보면 소위 오타쿠의 전형이 나오는데, 내가 10년 전에 TV에서 본 '마니아'로서의 오타쿠는 온데간데
없고 그야말로 오덕후만 남아 있었다. 그때 봤던 전쟁 오타쿠나 자동차 오타쿠는 약간 부정적 이미지일지언정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있어서 전문가라는 점에서 멋져 보이기까지 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하는 아쉬
움이 들었고 왜 그렇게 흘러왔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오타쿠의 현 상황이 어떤지 일본인에게 인터뷰를 했더니, 이미 10만을 넘어 하나의 사회 계층이 됐다고
한다. 예전의 오타쿠도 사회적 이슈의 대상이긴 했지만 자신이 오타쿠인 것을 숨기고 몰래 동인 활동을 했던 반면,
지금의 오타쿠는 '아키바 계'로서 집단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타쿠를 보면 어떤 느낌이 드냐고 물
어보면, 역시나 대부분은 '기분 나빠요' 였다. 개인의 취미이긴 하지만, 메이드 카페에서 '주인님'이라는 말에 부르
르 떠는 모습에 왠지 모를 거부감이 드는 건 나 뿐이 아니지 않은가.

 가끔씩 엽기 동영상으로 올라오는 'FF 실사판' 등에서 서양의 오타쿠들을 보면 '이 놈들도 지독하구먼'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캐릭터의 모습을 똑같이 재현하는 코스프레가 목적이
아니다. 동영상의 내용이나 표정을 보면 천진난만하기 그지없다. 그저 자신들이 좋아하는 세계관 그 자체가 좋아
서, 그것을 표현하려는 것이다. (찬미일까..?)

  '실제로 팔리는 게임 만들기'라는 책에서 철권TT를 소개하는 내용을 보면 게임을 바라보는 데에 있어 동서양의
시각 차이를 알 수 있다. 배경의 군중을 통해 게임의 전체 분위기를 고조시킨다는 내용이였는데, 실제로 철권TT
에서 배경 인물들은 원래 빈 공간이였다가 PS2의 스펙을 이용해 세워진 구조물에 지나지 않는데 말이다.

 일본의 게임 세계관 대부분이 애니메이션의 것이고, 그런 세계관이 게임의 세계화에 점점 묻혀가는 요즘(FF 12
의 오프닝 동영상이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그 상상력은 더욱 좁아져 가고 있다. 닌텐도가 그런 면에서는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이미 콘솔 게임의 대세는 서양 쪽으로 기울지 않았는가?  일본 게임이 '이번엔 어떤 시스템
을 가진 RPG로 유저들을 이끌어볼까..'로 발상이 굳어졌다면 서양 쪽은 '이번엔 게임으로 무슨 짓을 한번 해볼까
..?'에서 출발한다는 것이 그 차이다. 그 힘은 상상력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Wii에 거는 기대는 크다.)

 나는 오타쿠가 싫은 것이 아니다. 편협한 사고를 가진 오타쿠가 싫을 뿐이다. 그리고 그 편협함이 극을 달리는
오타쿠를 사람들은 오덕후라고 부르는 것일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사고가 일본 게임/애니메이션에 한정되어 있
는 나 역시 편협함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그것을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어제 일하다가 팀원들과 너는 오타쿠야 아냐 네가 오타쿠야 이야기를 하다가, 결국엔 같은 결론을 내렸다.

'게임이 공개되면 우리는 전부 오덕후 취급을 받을 거야. 그러니까 애써 부정하지 말자..'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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