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이야기 네번째.
짜장 큰사발 포스팅의 '이오반감-_-' 으로 좌절했으나 나는 나의 라면 철학을 계속 이어가려 한다.
큰사발 시리즈보다 몇년 앞서 범벅 시리즈가 시장에 나왔었다. 시리즈의 주력 상품인 짜장범벅에 대한 이야기는
지난 포스팅에도 침을 튀겨가며 칭찬을 늘어놓았는데, 그 장점은 다음과 같다.
1. 육개장 사발면과 같은 부류의 스낵틱한 면발
2. 30%쯤 덜 녹아도 충분히 짭짤하도록 배분되는 과립스프
3. 사이즈의 컴팩트함과 더불어 '아, 한그릇만 더' 하는 아쉬움을 갖게 하는 중량 밸런스(게임이냐!)
어떤 사람은 '국물 처리부담이 없음'이 왜 빠졌냐고 할 지 모르지만 지난 포스팅부터 계속 밝히듯이 짜장범벅 개발자의 철학은 '일정량의 짜장 국물을 같이 마시는' 즐거움이다. 어쨌든 1, 2의 장점이 기막히게 어우러질 때가 바로 짜장범벅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짜장 큰사발은 면이 굵고 스프농도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절대로 이 맛을 낼수가 없다.
면이 익은 후 뚜껑을 막 따면 위에 커피 뭉친것처럼 과립스프가 녹아 있고, 뒤에는 맹물같은 물이 남아있다. 뒤섞으면 그들은 하나가 되고 처음 면을 먹을때는 '스낵면'류 면발 특유의 바삭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반 정도 먹은 후에 이르러 면은 쫄깃해져서 맛있고 면을 대략 다 먹을 즈음이면 바닥에 깔리듯이 남은 짜장 국물과 건더기, 부서진 면발의 잔해가 한데 뒤섞여 최고의 기쁨을 준비한다.
한입에 후르릅. 부담도 없다. 이 맛에 짜장범벅을 먹는다. (짜장 큰사발에서 한 이야기잖아!!)그런데 사진의 짜장범벅이 아닌, 몇년 전에 나왔던 신 짜장범벅도 아닌, 뚜껑부터 컵부터 전부 새까만 초기 짜장범벅을 기억하시는지? 기억이 난다면 같이 나왔던 카레범벅, 케찹범벅도 기억나리라 생각한다.
짜장범벅은 그야말로 소량 컵라면계의 지존이라 할 수 있었지만 카레범벅, 케찹범벅도 짜장을 선택할 때마다 약간의 아쉬움을 남기는 수준은 됐었다.
하지만 그 둘은 1년이 지나지 않아 사라지고 짜장범벅만 남았다. 맛도 조금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였지만 아무래도 이름 자체가 널리 퍼지기엔 좀 그렇지 않은지? 특히 케찹범벅은 이름만 들었을 때는 그냥 케찹 으로 떡을 쳐놓은 장면이 상상되기에..
어쨌든, 정말 먹어본지 15년은 족히 넘었고, 다시 먹어볼수도 없는 그들이 그리워 인터넷을 뒤져봐도 모습을 찾을 수는 없었다. 그런데 의외로 나처럼 그들을 추억하는 사람은 꽤 있었다. 그런데 아쉬운 마음에 조금 더 뒤져보니..
!!!!!!!!!!!!!!!!!!!!!
이전의 실패작을 프리미엄급 최신작으로 슬쩍 밀어넣은 멋진 녀석들. 그러나 케찹범벅은 역시 이름때문에 안되나 보다. 생각해 보면 맛도 카레에 비해서 조금 더 매니악했던거 같고. 농심에 입사해서 임원급이 되지 않는 이상은 케찹범벅은 맛볼 수 없는 것인가? 또하나 드는 의문은 카레 스프란 대체 무엇이였을까!? 하는 것. 분명 페이스트 스프는 아니였는데..
어쨌든 카레범벅이라도 맛볼까 하고
에 가봤더니, 용기 감자면 라인업 자체가 사라져 있었다.
감자면도 오래갈 것 같지는 않고..깔끔한 맛은 좋은데 밍밍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비싸다. 어쨌든 아쉬운 일.
누가 감자면 카레범벅좀 구해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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