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 오랜만의 라면 포스팅. 오늘 소개할 녀석은 이천쌀 설렁탕면이다. 이천쌀 설렁탕면? 그게 뭐야? 이름만 들어서는 나도 헷갈릴 수준인데. 알고보니 곰탕계의 지존 '사리곰탕면'에 부단히 도전해 온 영원한 2인자였던 것이다. 바로 전의 이름 '진국 설렁탕면'을 들으면 감이 좀 오는지?
농심이 매년 여름마다 열무 비빔면, 도토리 비빔면으로 변신을 시도해도, 삼양의 짜짜로니가 페이스트 스프로 변신해도 팔도 비빔면과 짜파게티의 점유율을 넘을 수 없었던 것처럼, 야쿠르트의 설렁탕면 역시 다양한 변신을 시도했지만 사리곰탕면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는 없었다.
그런데 설렁탕면이 위의 2인자들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사리곰탕면보다 퀄리티가 월등히 뛰어나다는 것. 그 비밀은 바로 여기에 있다. 페이스트 스프.
사리곰탕면은 조미료에 기반한 과립스프로 커피 프림을 탄 맛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큰사발 버전이 봉지버전과 맛에서 큰 차이가 없는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설렁탕면의 국물 맛은 설렁탕 국물맛에 꽤나 근접해 있다. 짜장라면의 경우에는 건더기의 한계로 진짜 짜장면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짜파게티같이 고유의 독특한 맛 쪽이 유리하지만(그래서 짜짜로니가 만년 2인자), 이 쪽은 '국물'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같은 차이가 있는 것이다.
우리집은 어렸을 때 설렁탕집을 했었는데, 이미 농심에 혼을 팔았던 나는 설렁탕을 맛없다고 안 먹고 사리곰탕면을 끓여먹는 배은망덕한 자식이였다. 그러나 진정한 설렁탕 맛을 알게되고 난 후에 이 라면을 먹었을 때 비로소 설렁탕 국물에 가게 만들려고 한 노력을 느낄 수 있었다.
자 보시라.
면이야 뭐 2분 넘게 끓이면 흐물흐물해지는 것이 사리곰탕면과 별반 차이없고, 중국산 쪽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국물이 약간 반투명이고 기름기가 떠 있는 것이 사리곰탕면과 구별되는 점이다. 프랜차이즈 설렁탕집에서는 그저 국물을 하얗게 하는 데에 집중하지만, 오래된 설렁탕 집(우리집은 망했다-_-)에서 나오는 설렁탕은 저 국물과 비슷한 빛을 띤다. 곰탕면의 핵심인 밥과의 궁합도 좋다. 나는 설렁탕을 먹을 때도 국물 그 자체를 즐기는 편이라, 이걸 먹을때도 밥을 반 쯤 먹고 나서야 말아서 후루룹 끝낸다.
아쉬운건 야쿠르트 이 바보들의 마케팅 정책이다. 제품의 핵심인 국물이 월등하게 앞서는데 왜 다른 쪽에서 돌파구를 찾으려고 하는 걸까?
면이 이천쌀이면 뭐 하나...
4.0%밖에 안되는거..어차피 정크푸드로 인식하고 먹는 라면에서 쌀 원료는 구매 포인트가 아니다.
어쨌든, 난 주말동안 4개의 설렁탕면을 먹고 말았다..(..) 진짜 맛있다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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