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이야기 세번째.
지금으로부터 16년 전. 육개장 사발면으로는 양이 안차고 두개를 먹기는 곤란한 젊은이들을 위해 큰사발 시리즈가
등장했다. 초기 라인업은 '새우탕 큰사발', '우육탕 큰사발', '김치 큰사발', '튀김우동 큰사발' 이렇게 네 가지였는데
당시 농심의 추종자가 되어가던 아홉살 소년에게 이 시리즈는 축복과도 같았다. 소년은 그때부터 큰사발을 주식으로
삼았다는 전설이 있다 -ㅅ-;
그로부터 몇년 후에 '육개장 큰사발'과 함께 라인업에 추가된 것이 바로 '짜장 큰사발'이다. 두가지 모두 확실한
맛을 자랑하는 오리지널이 있기 때문에 소년의 기대또한 컸다.
'육개장(짜장범벅)을 2개 먹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둘다 실망스러운 수준이였다. 오리지널과의 비교를 하자면 짜장 큰사발이 육개장보다
더 심각한 상태였지만 짜파게티 사발면이라는 특징 때문에 지금은 잘 보이지 않는 육개장 사발면에 비해 항상 라면
코너에서 한 자리 차지하고 있다.
실망스러운 원인은 국물의 농도와 면발에 있었는데..
우선 조리법을 보자.
조리예의 조리법
1. 면 위에 '스프를 넣은 후' 뜨거운 물을 붓는다.
2. 끓는 물 280ml을 넣는다.(일반 큰사발은 430ml)
3. 용기를 닫고 4분 후에 잘 비벼 먹는다.
그러나 이 조리법만으로는 절대로 오리지널의 국물 농도가 되지 않는다. 미적지근하고 밍밍한 국물이 나올 뿐이다.
오리지널에 비해 굵은 면발도 문제. 오리지널의 면이 '스낵면'스럽기 때문에 약간 바삭바삭한 상태에서 먹기 시작해
딱 알맞은 쫄깃함이 되는 데 비해 이쪽은 면을 먹을만하게 익히는 순간부터 풀어져버린다. 절대로 오리지널의 맛을
느낄 수 없다. (이 부분은 육개장 큰사발도 마찬가지)
하지만 짜장 큰사발이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은 과립스프 농도가 조금 높아졌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알아서 이 조리
법을 피해갔다는 것이 더 큰 이유다. 많은 사람들이 조리법에 '스프를 넣은 후' 물을 붓는것을 모를 뿐만 아니라
거의 터부시하고 있을 정도이니..조리법에는 '물을 버리지 말고 비벼 드세요' 라고까지 쓰여 있는데!
조리예를 압도한 방법
1. 용기에 뜨거운 물을 붓는다.
2. 면이 익으면 물을 아주 약간만 남기고 따라버린다.
3. 과립스프를 넣어 잘 비벼 먹는다.
이 '비빔면'스러운 조리법 덕분에 짜장 큰사발은 육개장 큰사발과 달리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과립스프의 농도도 꽤 높아졌기 때문에 밍밍하지는 않게 됐지만 역시나 면의 한계 때문에 오리지널인 짜장범벅과 같은 맛은
기대하기 힘들다. 개인적으로 이걸 먹느니 짜장범벅 2개를 차례로 끓여먹기를 권하고 싶다.
90년대 중반부터 한동안 짜장범벅이 시장에서 사라졌을 때의 내 아쉬움이란..다행히 몇 년 전부터 중국 아저씨 그림이 있는 새 버전의 짜장범벅이 나오기는 했으나 스티로폼 용기라서 비호감이다. (환경 호르모오오오온)
하지만 역시나물짜장이최고 내 짜파게티 철학에 이 조리법은 영 아니다.
1. 면 위에 스프를 넣는다.
경쟁사가 페이스트에 비빔짜장에 별 짓을 다해봤자 따라올 수 없는 농심 과립스프.
그대로 물을 부으면 짜장경단이 생성되기 때문에 용기를 흔들어 섞어준다.
2. 물을 표시선까지 붓는다.
굵은 면이 아니면 안되는거냐..짜장만이라도 가는 면으로 해주세요..농심사마.
3. 뚜껑을 따고 잘 비벼준다.
젓가락으로 용기 바닥을 긁듯이 휘저어줘야 먹고난 뒤 허망한 과립스프 덩어리를 보지 않을 수 있다.
짜파게티도 그렇지만 다 끓인 면에 생 스프를 비벼먹는 것은 내 라면철학에 도저히 맞지 않는다. 특히나 물을 너무
많이 버린 탓에 잘 비벼지지 않아 백면과 흑면으로 나뉘는 사태는 최악. 거기다 가루가 뭉쳐진 과립스프 덩어리를
씹었을 대의 기분이란...그래서 나는 스프를 면 위에 뿌리고 미리 최대한 물을 적게 부어서라도 스프를 처음부터
녹여먹는 방식을 추천한다.
그러나 이 글을 읽는 사람의 90%는 먹던대로 물을 따라버리고 스프를 뿌려 비벼먹을 것을 나도 안다. 사실 내가
과립스프를 찢어 면 위에 뿌리는 순간 주위 사람의 눈은 휘둥그래지니까. 그 조리법이 일반화되어 있는데도 조리예
는 지금까지도 꿋꿋히 '스프를 넣은 후' 물을 부으라고 하는 걸 보면 짜장 큰사발 개발자도 조리법에 대해 엄청난
프라이드를 갖고있나 보다. (혹은 귀찮다던지)
나는 라면을 먹을 때 그런 개발자의 프라이드를 존중하자는 철학을 갖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조리법을 지킨다. 특히
스프 맛을 변질시키는 조리(이를테면 계란)는 거의 하지 않는다. 그건 스프를 만든 사람에 대한 모욕이다. 하지만
이렇게 먹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이 순간을 위한 거다.
적당한 농도의 국물에 약간 남은 면, 건더기가 푸짐하게 들어있는 이 순간. 후르릅 마시면서 쫄깃한 건데기를
씹어먹을 때의 맛이 바로 그거다. 건데기의 양배추나 콩고기가 중국산이건 뭐건 이 순간이 너무나 맛있는 거다.
참고로 이 맛은 농심의 과립스프에서만 가능하다. '스낵면'류의 면을 가지고도 짜장 큰사발의 맛조차 따라오질 못한다. 짜장면의 맛은 춘장이 결정하노니..
(치즈소세지불순물은 무시하자. 군대에서의 버릇이라..)
지금으로부터 16년 전. 육개장 사발면으로는 양이 안차고 두개를 먹기는 곤란한 젊은이들을 위해 큰사발 시리즈가
등장했다. 초기 라인업은 '새우탕 큰사발', '우육탕 큰사발', '김치 큰사발', '튀김우동 큰사발' 이렇게 네 가지였는데
당시 농심의 추종자가 되어가던 아홉살 소년에게 이 시리즈는 축복과도 같았다. 소년은 그때부터 큰사발을 주식으로
삼았다는 전설이 있다 -ㅅ-;
그로부터 몇년 후에 '육개장 큰사발'과 함께 라인업에 추가된 것이 바로 '짜장 큰사발'이다. 두가지 모두 확실한
맛을 자랑하는 오리지널이 있기 때문에 소년의 기대또한 컸다.
'육개장(짜장범벅)을 2개 먹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둘다 실망스러운 수준이였다. 오리지널과의 비교를 하자면 짜장 큰사발이 육개장보다
더 심각한 상태였지만 짜파게티 사발면이라는 특징 때문에 지금은 잘 보이지 않는 육개장 사발면에 비해 항상 라면
코너에서 한 자리 차지하고 있다.
실망스러운 원인은 국물의 농도와 면발에 있었는데..
우선 조리법을 보자.
조리예의 조리법
1. 면 위에 '스프를 넣은 후' 뜨거운 물을 붓는다.
2. 끓는 물 280ml을 넣는다.(일반 큰사발은 430ml)
3. 용기를 닫고 4분 후에 잘 비벼 먹는다.
그러나 이 조리법만으로는 절대로 오리지널의 국물 농도가 되지 않는다. 미적지근하고 밍밍한 국물이 나올 뿐이다.
오리지널에 비해 굵은 면발도 문제. 오리지널의 면이 '스낵면'스럽기 때문에 약간 바삭바삭한 상태에서 먹기 시작해
딱 알맞은 쫄깃함이 되는 데 비해 이쪽은 면을 먹을만하게 익히는 순간부터 풀어져버린다. 절대로 오리지널의 맛을
느낄 수 없다. (이 부분은 육개장 큰사발도 마찬가지)
하지만 짜장 큰사발이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은 과립스프 농도가 조금 높아졌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알아서 이 조리
법을 피해갔다는 것이 더 큰 이유다. 많은 사람들이 조리법에 '스프를 넣은 후' 물을 붓는것을 모를 뿐만 아니라
거의 터부시하고 있을 정도이니..조리법에는 '물을 버리지 말고 비벼 드세요' 라고까지 쓰여 있는데!
조리예를 압도한 방법
1. 용기에 뜨거운 물을 붓는다.
2. 면이 익으면 물을 아주 약간만 남기고 따라버린다.
3. 과립스프를 넣어 잘 비벼 먹는다.
이 '비빔면'스러운 조리법 덕분에 짜장 큰사발은 육개장 큰사발과 달리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과립스프의 농도도 꽤 높아졌기 때문에 밍밍하지는 않게 됐지만 역시나 면의 한계 때문에 오리지널인 짜장범벅과 같은 맛은
기대하기 힘들다. 개인적으로 이걸 먹느니 짜장범벅 2개를 차례로 끓여먹기를 권하고 싶다.
90년대 중반부터 한동안 짜장범벅이 시장에서 사라졌을 때의 내 아쉬움이란..다행히 몇 년 전부터 중국 아저씨 그림이 있는 새 버전의 짜장범벅이 나오기는 했으나 스티로폼 용기라서 비호감이다. (환경 호르모오오오온)
하지만 역시나
1. 면 위에 스프를 넣는다.
경쟁사가 페이스트에 비빔짜장에 별 짓을 다해봤자 따라올 수 없는 농심 과립스프.
그대로 물을 부으면 짜장경단이 생성되기 때문에 용기를 흔들어 섞어준다.
2. 물을 표시선까지 붓는다.
굵은 면이 아니면 안되는거냐..짜장만이라도 가는 면으로 해주세요..농심사마.
3. 뚜껑을 따고 잘 비벼준다.
젓가락으로 용기 바닥을 긁듯이 휘저어줘야 먹고난 뒤 허망한 과립스프 덩어리를 보지 않을 수 있다.
짜파게티도 그렇지만 다 끓인 면에 생 스프를 비벼먹는 것은 내 라면철학에 도저히 맞지 않는다. 특히나 물을 너무
많이 버린 탓에 잘 비벼지지 않아 백면과 흑면으로 나뉘는 사태는 최악. 거기다 가루가 뭉쳐진 과립스프 덩어리를
씹었을 대의 기분이란...그래서 나는 스프를 면 위에 뿌리고 미리 최대한 물을 적게 부어서라도 스프를 처음부터
녹여먹는 방식을 추천한다.
그러나 이 글을 읽는 사람의 90%는 먹던대로 물을 따라버리고 스프를 뿌려 비벼먹을 것을 나도 안다. 사실 내가
과립스프를 찢어 면 위에 뿌리는 순간 주위 사람의 눈은 휘둥그래지니까. 그 조리법이 일반화되어 있는데도 조리예
는 지금까지도 꿋꿋히 '스프를 넣은 후' 물을 부으라고 하는 걸 보면 짜장 큰사발 개발자도 조리법에 대해 엄청난
프라이드를 갖고있나 보다. (혹은 귀찮다던지)
나는 라면을 먹을 때 그런 개발자의 프라이드를 존중하자는 철학을 갖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조리법을 지킨다. 특히
스프 맛을 변질시키는 조리(이를테면 계란)는 거의 하지 않는다. 그건 스프를 만든 사람에 대한 모욕이다. 하지만
이렇게 먹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이 순간을 위한 거다.
적당한 농도의 국물에 약간 남은 면, 건더기가 푸짐하게 들어있는 이 순간. 후르릅 마시면서 쫄깃한 건데기를
씹어먹을 때의 맛이 바로 그거다. 건데기의 양배추나 콩고기가 중국산이건 뭐건 이 순간이 너무나 맛있는 거다.
참고로 이 맛은 농심의 과립스프에서만 가능하다. '스낵면'류의 면을 가지고도 짜장 큰사발의 맛조차 따라오질 못한다. 짜장면의 맛은 춘장이 결정하노니..
(
'음식 > 라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음식] 라면 이야기 - 6. 健麵世代 (건면세대) (0) | 2007.03.11 |
---|---|
[음식] 라면 이야기 - 5. 이천쌀 설렁탕면 (0) | 2007.01.14 |
[음식] 라면 이야기 - 4. 범벅 시리즈 (1) | 2006.07.22 |
[음식] 라면 이야기 - 2. 냉라면 (0) | 2006.07.14 |
[음식] 라면 이야기 - 1. 짜파게티 먹는 법 (0) | 2006.05.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