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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영화, 전시

[영화] 마리포사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6. 5. 14.

 

'남유럽 사회와 문화' 수업중 마지막 파트인 스페인으로 들어오면서 이 영화를 상영했다. 오늘 하루
제끼는구나~ 하고 쾌재를 부르는데 분위기 딱 깨는 교수님 한마디. '다음주까지 감상문 제출하세요..'


뷁-_- 가뜩이나 졸려운 유럽영화일텐데 왠 감상문을 쓰라는건지..

취침준비하던 학생들은 갑자기 앞자리로 우르르 몰리고 메모지와 펜을 꺼내들었지만, 원래 복학생
스럽게 앞에 있던 나는 그들을 비웃으며 그냥 영화를 즐기기로 했다. 감상문은 감상문인 거고 영화
보는데 일일이 메모하면서 보면 이미 영화를 영화로 볼 수가 없으니까.

뭐 졸리면 그냥 자려고 했는데 이 영화, 생각보다 괜찮았다. 포스터만 볼때 딱 삘이 오듯이 시네마
천국스러운 전개를 보여주긴 하는데 잔잔한 그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스페인 내전의 비극을
보여준다고는 하지만, 너무나 절제되어 있기에 그 슬픔만 딱 느껴볼 수가 있다.

CG로 범벅을 해서 그게 그거같은 블록버스터나 조폭이니 뭐니 다 갖다대고 해먹을 거 없으니까
유명세 탄 조연들로 밀어붙이는 한국 코미디영화만 보지 말고, 가끔씩 이런 영화도 봐주자.

비디오방엔 없다. 시네마천국도 없었으니까 그냥 그렇게 단정한다 -_-

 

근데 부산 서면에 마리포사라는 음식점이 유명한가? 네이버에 검색어치니 그쪽만 죄다 뜨데..


 


 

 

 

 '스페인 영화이고 1930년대의 내전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이 두 가지가 이 영화에 대한 사전정보의 전부였다. 감상문을 전제로 한 영화감상은 묘한 집중력을 갖게 만듦과 동시에, 영화를 그저 즐기기보다는 분석하게 만든다. 열심히 메모하 는 사람도 있고 아예 엎드려 자는 사람도 있었는데, 난 메모 같은 것은 하지 않고 그냥 영화를 보기로 했다. 이것저것 메모하다 보면 영화 자체에는 오히려 거리를 두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유럽 영화를 거의 본 적이 없어서 많이 생소할 것이라 생각했지만교양 수업에서 상영되는 영화는 으레 그렇듯이 실제로는 꽤나 알려진, 인터넷에 검색하면 좋게 평가된 리뷰가 한 두 개씩은 있는 영화였고,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메모하던 학생들도 하나 둘씩 영화에 그저 빠져들어 펜을 놓기 시작했다.

 내전 상황을 다뤘으니 전쟁 전의 평화로움과 개전 후의 공황상태, 그리고 전쟁의 비참함을 그대로 묘사하리라 하는 생각을 갖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기 때문에 19세기 스페인의 도시 는 어떨까? 사람들은 무엇을 하고 어떻게 살아갈까? 하는 데에 주안점을 두고 보려고 했는 데, 영화가 시작되고 나서 계속 그저 평범하고 잔잔하기 그지없었다.

 

 학교에 가면 무조건 맞는다는 형의 말에 겁을 먹었던 몬초는 선생님의 가벼운 꾸지람에 바지에 오줌을 지린 채로 뛰쳐나가고 만다. 그저 무서워 보였던 그레고리오 선생님은 몬초 의 여리고 세심한 성격을 이해하고 있었고, 몬초의 집으로 찾아가 사과를 한다. 몬초는 선 생님에게서 그 동안 보지 못했던 세상의 이치와 새로운 이야기에 푹 빠지게 된다.

 

내가 본 몇 안 되는 유럽영화 중 하나인 '시네마 천국'처럼 남다른 호기심과 생각을 가진 소년과 그의 인도자 역할을 하는 노인이 영화의 중심이였다. 영화를 본 소견이 좁아서일 까자신이 몰랐던 신세계에 대한 동경과 몰입, 그런 모습을 보며 흐뭇해하는 장면에서 역시 시네마 천국에서 영사기를 빤히 쳐다보는 토토가 오버랩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뿐 아니라 소년의 눈을 통해 어른들의 세상사를 좀 더 차분하게 비추어 본다.

 

 몬초는 친구를 따라가서 정욕을 주체하지 못하는 남녀의 성교 장면을 몰래 훔쳐보기도 하고 형과 같이 연주단을 따라다니며 이루어질 수 없는 형의 애틋한 사랑을 지켜보기도 한다. 또 자기가 훔쳐봤던 여자가 실은 자신의 이복 누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 아이의 눈에 비친 세상은 이해하지 못할 것 투성이다.

 

 그레고리오 선생님은 몬초에게 있어서 훌륭한 스승이자 몬초의 정신세계를 형성해 주는 후견인이다. 그는 수많은 자연의 이치를 자신의 철학으로 해석하여 아이들의 머릿속에 심어줄 수 있는 훌륭한 선생님이며 20대에 죽은 아내를 평생 그리며 살아온 로맨티스트 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의 가장 상징적인 요소는 자유를 모든 것의 근본이라고 보는 자유 사상가라는 점이다. 몬초뿐만 아니라 마을의 모든 사람이 그런 선생님을 존경한다.

  영화는 몬초의 어머니와 아버지의 사소한 말다툼이나 목사와 그레고리오 선생님의 대화에 서처럼 심각한 정치적 문제가 아닌그저 일상의 한 부분처럼 상당한 거리를 두고 이데올 로기의 갈등 요소를 아주 조금씩 풀어낸다그레고리오 선생님이 자유의 소중함을 아이들 에게 일깨우는 장면으로 한발짝 더 접근을 시도한 후 그레고리오 선생님의 퇴임식 이후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전쟁의 징후를 보여줌으로서 비로소 영화 속의 갈등 요소가 수면 위에 드러나게 된다.

 

 쿠데타가 일어나 국가주의자들과 군대가 마을을 장악하고, 공화주의자였던 몬초의 아버지 는 반란군 소집에 참여하지 않고 살아남는 쪽을 택하면서 자괴감에 괴로워한다. 그리고 공화주의자 들이 끌려가는 행렬 속에 그레고리오 선생님의 모습이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아버지는, 그리고 몬초는 존경하는 선생님에게 빨갱이라고 욕하며 돌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스페인 내전은 우리가 6.25를 기억할 때 느끼는 것만큼이나 스페인 사람들에게 가슴아픈 기억이다. 3년 동안 전장에서만 30만 명의 사람들이 희생되었고 그 외의 희생자를 합치면 100만 명이 넘는다. 그래서인지 묘한 동질감이 느껴진다. 우리가 6.25와 관련해서 수많은 문학 작품과 드라마, 영화를 보면서 느껴온 감정을 스페인 사람들도 느껴왔을 것이다.

 

 스페인 내전에서 충돌하는 두 세력을 지지했던 강대국은 우리나라에서 6.25때 충돌했던 미국, 소련과 다르지만 국내에서 이를 지지한 세력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스페인 내전에서 충돌하는 두 진영을 살펴보면, 교회나 대지주 등의 기득세력이 주축이 되는 우파 국가주의 세력과 농민이나 노동자가 주축이 되어 공화정을 지지하는 좌파 세력 이다. 절대왕정 시절부터 이어온 기득권층은 그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주의를 지지하고, 자유주의 세력은 평등을 위해 자유주의를 외친다.

 국가주의 세력은 이탈리아와 독일의 원조를 받고, 자유주의 세력은 소련의 원조를 받아 이데올로기적 대리전을 치른다. 여기서는 좌파가 자유주의이지만 그들은 곧 자유주의와 공산당으로 내분이 일어난다

 우리나라는 이와 달리 기득권 보호보다는 지역적으로 선택된 이데올로기에 따라서 나누어진 경우이긴 하지만 그 갈등속에 기득권층과 피지배층의 대립도 많았다.

하지만,  이데올로기라는 무형의 존재 때문에 서로 부대껴 살아가던 사람들을 적으로 돌리고 서로 죽이는 일이 수없이 일어나야 하는가? 그래서 내전은 너무나 크나큰 비극이다.

 

 몇 년 전에 해외 영화제를 휩쓸었던 '아름다운 시절' 이라는 우리나라 영화도 비슷한 소재 를 뛰어난 절제미를 통해 보여준 적이 있다. 전쟁의 참상 그대로는 하나도 보여주지 않고, 몇 발치 떨어져서 아픔을 그려내는 것이다.

 이 영화는 그런 아픔을 보여주는 방식에서 한 발치 더 물러나 있다. 영화를 보기 전에 했던 나의 예상과는 달리 이 영화에서는 한 사람도 죽지 않았고 전쟁이 일어난 장면도 없었다. 평온하고 안락한 시골 마을의 이야기만 보여주다가 내전이 일어나기 바로 직전 상황에서 끝나버린다그 뒤에 일어날 일들을 관객의 상상에 맡기지만, 이미 그 일들

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참혹한 것이기에 더 강하게 감정적인 동요를 불러온다. 비극의 시작만을 보여줌으로서 더 비극적으로 보이게 하는 것이다.

 

 이 영화에 나타난 비극들은 비단 스페인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다. 6.25전쟁 직전 우리

나라에도 수많은 몬초의 가족들이, 그레고리오 선생님이 있었을 것이다. 내전 70년을

맞아 내전사를 재조명하는 스페인을 바라보며, 우리도 느끼는 바가 많아야 할 것이다.

 

 

 

 

 

 

 

 

 

 

 

 

 

 

 

자료출처 (스페인 내전 전개과정)

네이버 블로그 동성주막

http://blog.naver.com/sudony/100023134159 (블로그에 원문기사출처 표기가 없습니다.)

네이버 블로그 오스카사령부

http://blog.naver.com/asia8125/120024146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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