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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등등

[goodz] 골동품 오디오 리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6. 12. 17.
 이모네 집에서 8년 전에 10년 동안 썼던 인켈 오디오를 우리 집으로 갖고 왔었는데, 무슨 학교
음악실에나 있을 법한 스피커(4 * 1.2m) 2개에 LP플레이어가 메인이였다.
 골동품이라고 할 만하지만, 88년도 당시에 100만원이 넘는 고급형으로, 무려 CD플레이어까지
달려 있었고, 98년 당시의 오디오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스피커의 물리적 거대함이 주는 웅장함
이 일품이였다. 내 방에 있던 미니 컴포넌트만 원치 않게 진정한 골동품이 되었다. HIDE와 X-JA
PAN을 시작으로 듣기 시작한 J-POP와 SM시디들의 향연을 그 오디오와 함께 했다.

 또 그 당시 쓰던 P1 133MHz PC로 MP3 음악을 듣기도 했지만 뭐니뭐니해도 큰 효과를 본 건
스타크래프트를 할 때. 적 침입 경고 사운드가 울릴 때면 정말 심장이 쿵쾅쿵쾅할 정도였다. GB
를 연결해서 제2차 슈퍼로봇대전을 하기도 했지만 솔직히 GB는 아니였다..그냥 이어폰이 최고ㅠㅜ

 오디오 뿐만 아니라 소방차나 조하문, 나카모리 아키나의 빽판이나 닐 세다카(Z건담 오프닝곡을
작곡한 사람이기도 함)의 정규 앨범까지..사촌누나가 내 나이때 모았던 80년대의 레코드판들도 빼
놓지 않고 들었다. 그 오디오 덕분에 나는 사춘기동안 풍성한 음악생활을 누릴 수 있었다.

 군대갔다 와서도 그 오디오를 쓰긴 했지만, 세월의 힘은 어쩔 수 없는지 언젠가부터 한 쪽 스피커
의 저음부가 뭉개지고, LPP의 바늘도 고장나서 제대와 동시에 결국 폐기 처분했다. PC를 새로 장
만하면서 산 인스파이어 5.1채널 스피커는 7만원이라는 가격에 비해 대단히 만족스러웠지만, 아무
래도 그 오디오가 주던 고급스러움과 정감은 없었다. 정든 각그랜져를 폐차시키고 마티즈를 탄 느
낌이랄까?

 그런데 어제, 내가 기거하고 있던 큰이모 댁이 이사를 가게 되어서 언제나처럼 우리집으로 몇 가지
세간살이가 우리집으로 건너왔다. 그런데, 8년 전에 추억의 오디오를 우리집으로 넘기면서 새로 샀
던 오디오를 이번에 또 버리게 됐다고 해서 넙죽 넘겨받았다. 5.1채널 스피커가 기본사양인 요즈음
을 생각하면 8년 전의 그때와 거의 비슷하게 카세트 데크가 딸린 골동품이지만 역시 인켈 제로 200
만원 가까이 되는 고급인데다, 이전의 것과 비교하면 크기가 반으로 줄었고 우리집 거실 빈공간에
딱 들어맞는 것이였다. 이번엔 98년식 EF소나타가 굴러들어온 느낌이랄까?




구렁이 담 넘어가듯 끼어든 PS2는....의외로 잘 어울린다!? 새틴 실버 컬러로 했으면 딱 들어맞을 듯.

 드림시어터 라이브 DVD부터 재생. 이 DVD는 스테레오 재생을 하면 뭉개지는 단점이 있는 고로, 5.1채널
모드로 돌리니 왼쪽 스피커에서 보컬, 오른쪽 스피커에서 기타 음이 메인으로 들렸다. 어차피 라이브 중
대부분을 화면에 보이는 존 페트루치 선생의 솔로에 집중하는 나로서는..이로서 충분.




 스트리트 파이터 3 - 3rd STRIKE - 캡콤 특유의 콰직콰직하는 타격음을 기대했는데 의외로 그 쪽은
매우 빈약했다. 게임 전반을 관통하는 BGM의 그루브는 확실해서, VS화면의 박력은 TV로 할 때의 몇
배. 음량을 줄이고 저음부를 올리면 어느 정도는 해결되지만, 아쉬운 것은 사실.


GOD OF WAR - 영혼의 반역자 - 역시 게임마다의 차이였다. 이쪽은 타격음이건 배경음이건 완전히
영화 수준. 그런데 메모리카드를 안 가져왔네? OTL..몬스터 헌터를 하면 초박력일 듯.


 LUNA SEA - ECLIPSE 1, 2 - 며칠 동안 GLAY에 삘받은 김에 LUNA SEA도 꺼내서 플레이. 드림 시어
터를 볼 때의 탁한 음질은 라이브 앨범이였기 때문이였다. 볼륨을 1/5만 해도 이미 집안이 들썩들썩.






 스타워즈 에피소드 1 -보이지 않는 위험 -  하일라이트인 레이싱 장면. 스테레오인지라 뒤에서 추격하는
느낌은 많이 부족하지만, 저음부를 올려 두면 현장감만큼은 일품. 옆집 아저씨가 낮잠을 자고 있지만 않으
면 여기가 바로 극장.

 10년 전에 오디오를 가져올 때와 마찬가지로, 이 오디오도 너무 오랫동안 쓰지 않아서 CD트레이 쪽의 벨
트가 움직이지 않았다. 10년 전에는 A/S기사를 불러서 두 번이나 고쳤지만, 지금은 이미 집안에 CD재생이
가능한 기기가 10대가 넘고, MP3만 연결하면 바로 들을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을 보면, 이모네가 또 이사갈
언젠가 오디오를 교체할 때는 또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지 궁금해진다.

 하루가 멀다하고 나오는 신형 스피커의 홍수와 자금의 현실에서 고민하는 당신, 음성선 하나만 구입해서
집에서 묵묵히 썩어가는 오디오에 생명을 불어넣읍시다.

 어쨌든, 최고의 생일선물을 얻었다. 이걸로 내 음악생활은 10년은 버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