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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컵라면 이야기

라면 이야기 13 - 묘죠(明星) 잇페이짱(一平ちゃん) 오오모리와 챠루메라(チャルメラ)

by 대학맛탕 2024. 4. 11.

 
 
블로그 유입 검색어에 매~우 높은 빈도로 보이는 단어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닛신 묘조 잇페이짱
 
뭔가 귀여운 이름이라 한정판같은 건가...? 하고 생각하던 차에, 편의점에서 노란색의 굵은 一平ちゃん이라는 글자를 보고 그제서야 검색어가 뭐였는지 깨달았다. 분명히 많이 보긴 봤는데 한 번도 먹어본 적 없었던 그 라면.
 

 
검증을 위해 그자리에서 구매. 야키소바의 또하나의 명가 페양그도 덩달아 샀다. 

 
글을 이어가기 전에 일단 한 마디.
 
 
 
 
 
이거 닛신 아닙니다!
 
 
 
 
정확한 상품명은 검색어에서 닛신만 빼면 되는, 묘조 잇페이쨩(明星一平ちゃん).

묘조가 바로 회사명으로, 이 글을 쓸 때까지 7년 동안 明星를 메이세이라고 읽고 있었다. 같은 한자를 쓰는 메이세이 대학도 있으므로 무조건 묘조라고 읽는 건 아니다. 아무튼 일본어 한자읽기는 끝이 없다. 
 
묘조 식품(明星食品)은 닛신 식품 (日清食品) 창업으로부터 2년 뒤인 1950년 설립되어, 건면의 위탁제조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서 1958년 매출이 1억엔을 넘었다. 

출처:묘조식품 공식 페이지(https://www.myojofoods.co.jp/about/myojo-history/)

 
1958년 닛신 식품에서 내놓은 치킨 라멘(チキンラーメン)에 자극받아 인스턴트 라면 개발을 시작, 1960년 묘죠 양념 라면(明星味付けラーメン)을 내놓는다. 
 

 
1962년에는 최초의 스프별첨 라면  묘조 라면(明星ラーメン)을 발매한다. 닛신 치킨라면이나 이전의 양념 라면은 양념을 한 뒤에 튀겨서 여러 종류의 상품을 내놓기 어려웠지만, 이 스프 별첨의 발명으로 다양한 상품 개발이 가능해졌다. 다른 회사들도 이를 모방하기 시작하여 시장 전체가 성장하는 동력이 되기도 했다.

 
1963년에는 삼양공업주식회사에 라면 개발기술을 제유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처음 나온 삼양라면은 패키지도 묘조 라면과 거의 비슷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닛신식품에 먼저 기술제휴 요청을 했으나 거절당하고, 그 다음에 찾아간 묘조식품에서 흔쾌히 허락했다고.

 

 
회사 연혁을 계속 보기에는 배가 고프니 일단 잇페이짱을 먹으러 가자!

겉포장을 벗긴 패키지는 U.F.O와 크게 다르지 않다.
 

 
면에 약간 검은 빛깔이 감돌아서 U.F.O 와는 조금 다른 느낌을 준다.

 
뒤에 소개할 묘조식품의 대표 라면 챠루메라(チャルメラ)로 뚜껑을 덮었다. 오오모리 사이즈라 일반 봉지라면보다 살짝 큰 편.

 
스프 삼총사. 액체소스와 스파이스 향이 나는 소스 후리카케, 겨자 마요네즈. 마요 빔-만 보면 닛신 야키소바 U.F.O의 스프처럼 보인다.

 
대기 타임. 좋아하는 젓가락인데 다른 요리에 써버렸다가 끝이 녹고 말았다 ㅠㅜ

 
끓는 물을 부어 3분 익힌 후, 3종 스프를 모두 투하.

 
잘 비벼주고 먹기 시작.

 
먹어본 감상은... 야키소바 U.F.O보다 훨씬 담백하고 맛있다! 지난번에 리뷰한 완전메시 U.F.O만큼은 아니지만, U.F.O는 좀 간장맛이 강한 편이었는데 잇페이짱은 밸런스가 좋다.

면발도 U.F.O가 그냥 짜장범벅 같은 컵라면의 그것이라면, 잇페이짱은 사진에서 보이듯 야키소바에 더 가까운 느낌으로 후루룩후루룩 들어갈 때의 타격감이 좋다. 
 
오오모리 사이즈의 특징이겠지만, 볼륨도  충실해서 면을 정확히 조리예에 따라 불렸는데도 저 사각 용기가 꽉 들어찬 느낌을 준다.

사진으로 잘 표현이 안 되서 찍은 근접샷으로, 젓가락으로 들었을 때의 그 중량감이 일품.

 

 
한국에서는 그다지 명성이 높지 않은 명성묘조식품은 마케팅의 닛신과는 달리 라면 맛 그 자체로 승부한다는 느낌이다. 그 또하나의 이유가 바로 이 대표 라면 챠루메라(チャルメラ) 
 

 
2024년 현재까지도 건재한 챠루메라는, 양념 라면으로부터 4년 뒤인 1966년 발매되었다. 챠루메라는 16세기에 일본에 전해진 포르투갈 악기인 '차르메라'에서 따 온 이름으로, 1930년대부터 포장마차에서 라멘을 팔 때 이 차르메라를 불어서 알렸다고 한다.
 
1966년 당시의 봉지에도 뭔가 정겨운 일러스트로 그려져 있는 것을 보면 이 때 이미 차르메라를 부는 풍습은 없어지고 있었던 것일까..?
 

 
 
저 나팔부는 아저씨는 뭐지..? 하던 궁금증이 드디어 풀렸다. 이제는 일본에서 포장마차 라멘을 보기가 매우 힘들어졌다고는 하나, 포장마차를 없애 버리면 아저씨가 뭘 하시는지 알 수가 없잖아 ㅋㅋㅋ

 
스프는 아주 심플하다. 분말스프와 비전의 스파이스.

 
 
챠루메라는 조리방법이 살짝 다르다. 보통은 끓는 물에 라면과 스프를 함께 넣지만, 챠르메라는 스프를 미리 그릇에 뿌려두고, 라면을 끓인 물과 면을 그릇에 붓는다. 

 
 
조리법대로 일단 스프를 그릇에 뿌려둔다.

 
막 끓여낸 면과 육수(?) 를 부어주면 이런 느낌.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주면 딱 이런 쇼유라멘 같은 비주얼이 완성된다.

 
비전의 스파이스가 있긴 하지만, 일단 여기서 먹는 것을 추천한다. 왜냐하면, 그냥 이 상태의 맛으로 이 라면은 이미 완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패키지에는 챠슈, 멘마, 양념달걀이 있지만 그것은 신라면 표지에 있는 커다란 표고버섯 같은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이 자체로 충분하기 때문에 뭔가를 더 넣으면 본래의 맛을 방해할 뿐이다.
 
맛을 알기쉽게 표현하면
 
좀 더 깊이있는 국물의 일본 스낵면.
 
덜 끓이면 바삭바삭하면서 먹는 동안 면이 풀어지는 스낵면과 비슷한 식감. 하지만 면이 나름대로의 굵기가 있어 후루룩 할 때의 타격감도 모자라지 않는다.

국물은 스낵면에서 매운맛을 한층 더 줄인 듯한 간장맛이지만, 감칠맛이 풍부해서 절대 스낵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라면 개발자의 의도대로 먹어야 한다는 신념이 있어, 별첨되는 스파이스도 추가로 투하.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스파이스는 추천하지 않는다. 비전 스파이스라 쓰여있으나, 라멘집에 가면 놓여있는 GABAN 후추양념과 냄새, 맛이 거의 동일하다.

냄새는 좀 안 좋은 의미로 동일하고, 딱히 매운맛도 아니라서 이미 풍부한 국물맛을 가진 챠루메라에는 불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스파이스는 라멘집에 놓여있는 요거랑 동일

 
 
위 사진에는 라멘풍 용기에 담았고 면발을 좀 살려서 일본의 스낵면이라는 표현에 의문이 들 수 있지만, 이 사진을 보면 조금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지 않나 생각된다. 스낵면에서 쇠고기다시다 맛을 빼낸 맛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래서인지 김치와 함께 먹으면 담백한 국물맛을 침해해 버리고, 달달한 기무치가 잘 어울린다.
 
 
맛에서 신뢰를 얻으니, 닛신보다는 묘조를 응원하고 싶어져 회사 정보를 조금 더 찾아보니, 이미 닛신식품의 자회사가 되어 있었다. 

2006년 23퍼센트의 묘조식품 주식을 가지고 있던 투자 펀드 스틸 파트너스가 묘조식품의 주식을 공개매수하여 적대적 인수를 시도했다.

몇 개의 식품 업체들이 묘조식품과 접촉한 끝에, 닛신식품이 우호적으로 주식을 매수하여 묘조식품은 닛신식품의 완전 자회사가 되었다. 
 
그 이후로도 닛신과 다른 회사명으로 꾸준히 신제품을 내놓고 있는 것을 보면, 닛신은 약속을 지켰던 모양.

잠깐, 이렇게 되면 '닛신 묘조 잇페이짱' 은 어떻게 보면 맞는 말이 되지 않는가. 현대-기아차처럼 붙여서 칭하지는 않으니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상품력의 닛신
제품력의 묘조

닛신이 제품력이 없다고 하면 그건 아니지만, 일단은 이런 이미지가 강하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