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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만년필, 잉크

취미의 문구상 32권과 RYP 블렌드 잉크

by 일본맛탕 2015. 3. 19.

지난달에 질러서 이번 달 초에 받은 잉크 이야기.

생각해 보니 만년필 동호회에만 쓰고 블로그에 쓰는 걸 까먹어서...



잉크 이야기를 하려면 우선 이 책부터.

취미의 문구상(趣味の文具箱)이라는 일본의 필기구 관련 잡지인데, 32호가 잉크 특집이라고 해서 지난달에 샀었다.



펼치면 이런 무시무시한 정보가...

(사실 사 놓고 뿌듯해서 거의 가지고만 있고 내용을 찬찬히 읽어 보진 않았다 ㅎㅎ 관심 있는 부분만 슉슉)



전국 각지의 한정 잉크들.

한정판의 노예인 나는 여기에 초집중...



그러다 이런 곳을 발견했다.

시즈오카현에 있다는 RYP라는 공방인데, 오리지널 잉크를 블렌딩해서 팔고 있다고. (베이스는 프라이빗 리저브 잉크)



공방에 방문하면 원하는 색상을 직접 만들어 볼 수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미리 만들어서 팔고 있는 색상은 일본의 색을 모티브로 블렌딩한 20종의 색.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없을까 싶어 찾아보니 펜스탠드 이와타(http://www.i-penstand.com/)라는 곳의 온라인 샵에서 팔고 있다고!! [地域から探す(지역으로 찾기) - 日本(일본) - ペンスタ磐田 オリジナル]로 들어가면 된다.



그래서 냉큼 구입ㅋ 이번 달 초에 도착했으니 산 지는 좀 됐다.


紅緋 베니히

珊瑚色 산고이로(산호색)

柑子色 코지이로

若緑 와카미도리

鶯色 우구이스이로

青緑 아오미도리

若紫 와카무라사키


총 7색을 샀다. 한 병당 25ml에 880엔.

종류별로 다 사고 싶었지만 관세가 안 붙는 범위 내에서 사느라... (이것만 산 게 아니고 다른 거 살 게 있어서 사는 김에 끼워서 삼)


잡지랑 쇼핑몰 홈페이지의 시필샷을 보고 열심히 골랐는데,

막상 받아서 써 보니 시필샷의 발색이랑은 다른 색이 많았다는 거.



왼쪽은 이로시즈쿠 미니병(15ml), 오른쪽은 바이알병(10ml)

RYP 잉크병은 키가 작고 옆으로 뚱뚱한 둥근 병이다.

근데 뚜껑의 요철에 잉크가 고이기 쉬운 구조라, 병을 여닫을 때 필연적으로 잉크가 조금씩 새거나 묻어나거나 한다.

필히 개선이 필요할 듯.



처음 찍어본 병목과 시필샷.


베니히는 이런 색이라고 한다. 코랄에 가까운 붉은색을 기대하고 샀는데 생각보다 빨강에 가까워서 조금 실망을... 근데 색 자체는 고와서 언젠가 잘 써 보고 싶다.


산호색은 지금까지 제일 많이 써 봤지만 아직도 무슨 색인지 잘 모르겠는 오묘한 색. 사이트의 시필샷은 형광에 가까운 밝은 색인데 실제론 전혀 아니다. 처음에 딥펜으로 썼을 땐 색깔이나 제대로 나올까 싶을 정도로 묽다고 생각했고, 마르고 나니 탁하게 변했다. 그런데 세필이나 캘리촉에 넣고 쓰면(얇게 퍼지면) 정~~~~말 여리여리한 색이 나온다. 만년필 동호회에서 만난 어느 분께서는 이 잉크가 든 F촉 만년필을 써 보시고는 "이 부끄러운 색은 뭐죠?"라고...ㅎㅎ


코지이로 역시 많이 묽다. 사이트 시필샷의 발색이 약간 파스텔톤 같다고 생각해서 샀는데 전혀 그렇진 않고 그냥 밝은 귤색. 이것도 세필에 넣으면 쓰는 티도 안 날 듯.


와카미도리 역시 묽다. (다 묽다고 하는 것 같지만 베니히와 아오미도리 빼고는 정말 다 묽었다...) 근데 이건 그냥 연두색이 아니라 형!광! 연두색이라서 깜짝 놀란 잉크. 새싹색이라 잔뜩 기대했는데... 처음에 잉크가 좀 떨어지는 바람에 휴지로 닦았는데 온통 형광형광한 색이... 어디에 쓸지 고민을 좀 해 봐야겠다. 그림을 그려 볼까?


우구이스이로는 요런 색. 사이트의 발색이 고동색에 녹색 테가 도는 것처럼 생겨서 신기해서 사 봤는데 실제로 테는 돌지 않고 그냥 편안한 녹두빛이 난다. 근데 휴지에 묻으면 엄청 오묘한 여러 색이 나는 걸로 봐서 딥펜으로 잘 써 보면 여러 톤이 나오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아오미도리는 별 생각 없이 담았는데 의외로 꽤 맘에 드는 색. 청록이라기보단 파랑에 가깝다. 녹색이 약~간 섞인 깊은 파랑? 안 써 봐서 모르겠지만 이로시즈쿠 월야랑 비슷한 것 같다. (테는 안 돌지만...) 깊고 푸른 바다색 느낌. FA닙에 넣고 써 봐야겠다.


와카무라사키는 산호색과 더불어 저엉~말 묽고 여리여리하다. 이거 역시 웬만한 만년필에 넣어선 색깔이 티도 안 남. 대신 딥펜으로 쓰면 참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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