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한 딥펜이 드디어 도착했다. 왜 이렇게 배송이 늦나 했더니 함께 주문한 노트가 품절이어서 오래 걸렸다고...
역시 펜은 잉크를 부르고 종이를 부르네 ㅎㅎ 사고 싶은 게 점점 늘어난다.
쨔잔~
아래에 깔린 노트는 클레르퐁텐 스프링노트 세이지.
그 위로 펜촉은 왼쪽부터 순서대로 L'Ecoliere(어떻게 읽지?), Steno(스테노), 그리고 브라우스의 캘리그래피용 1.1mm닙.
잉크는 지난번에도 썼지만 10ml 병에 소분한 이로시즈쿠 3색.
딥펜은 조금만 힘을 줘도 잉크가 왈칵 쏟아져 나오는 게 신선한 느낌이다. 익숙하지 않아서 꽤 애를 먹었지만... 만화 그릴 때도 이랬던가?? 하도 오래 전이라 잘 기억이 안 나네...
뭘 써 볼까 하다가 鈴木秀子(스즈키 히데코) 수녀님의 今日幸せになる171の言葉(오늘 행복해지는 171가지의 말)라는 책에서 몇 가지를 골라 써 보았다. 일반적으로 스테노를 제일 많이 쓰는 것 같은데 나는 L'Ecoliere 쪽이 훨씬 쓰기 편했다. 아래의 글귀도 모두 L'Ecoliere로 썼다.
'자신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은 타인을 행복하게 만듭니다.'
저녁노을(유야케)
종이에 따라 번짐이 좀 있었다. 송로 쓸 때는 몰랐는데 저녁노을은 훅 번져서 좀 당황... 색은 이쁘다. ^^ 사진과 거의 비슷한 어두운 당근색.
'나에게 일어나는 일 중 쓸모없는 일은 하나도 없다.'
코스모스
딥펜으로 쓰니 사진보다는 조금 더 진하다. 여리여리한 분홍이 아니고 약간 코랄 빛이 도는 것이... 개인적으로 넘 맘에 들어서 큰 병으로 들일까 생각 중.
'과거에는 그저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것.'
송로(쇼로)
쓴 직후에는 파랗다가 마르면 청록색으로 변한다는 걸 프레라 쓸 때는 이해를 못 했는데 딥펜으로 쓰니 느낌이 확 온다. 오오ㅋ 신기하다!!
소분병에 붙이는 라벨을 같은 걸로 통일하고 해당 잉크로 각각 이름을 써 놓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해서 계속 근질근질했는데 오늘 펜촉이 오면서 숙원사업을 이뤘다. ㅎㅎ 라벨은 캘리용 1.1mm닙으로 썼다. 캘리용 펜촉은 두꺼우리란 예상을 깨고 의외로 잉크가 옅게 나왔다. 한 번에 뭉텅 나오는 게 아니라 넓은 범위로 퍼져서 골고루 나오니 그런가 보다. 같은 잉크라도 어떤 펜촉에 넣는지, 또 어떤 종이에 쓰는지에 따라 색감이 다르게 나오는 게 정말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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