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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 에세이

이정명, <바람의 화원>

by 일본맛탕 2008. 10. 5.


오늘은 3권의 책을 읽었다.
'바람의 화원'이랑 '피버 피치'랑 '지구별 여행자'.
모두 누군가에게 빌린 책들이다. ㅎㅎ

바람의 화원은 회사 언니한테 빌리면서 "개천절 연휴 동안 읽을 거다"라고 했더니 언니는 "1권만 빌려가면 다 읽고 나서 2권이 읽고 싶어서 미칠걸?"이라고 했지만 난 개의치 않고 그냥 빌렸다. 근데 진짜 2권이 느므느므 읽고 싶다 ㅋㅋㅋㅋ

바람의 화원은 특이한 소재에 내용도 흥미진진하지만... (재밌으니 드라마로도 제작됐겠지?) 작가의 글솜씨도 훌륭하지만... 뭐랄까... 전체적으로 '수식어'에 조금 갈증을 느꼈다.
이건 정말 개인적인 취향인데 난 직유법을 별로 안 좋아한다. 가령 '마치 ○○처럼 ●●한 □□'라는 식의 비유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냥 '□□는 ○○다'와 같은 두루뭉술한 은유가 좋은데, 이 책에서 사물을 수식하는 방식은 대체로 직유 내지는 그와 비슷한 사실적인 묘사라서 그 부분이 조금 아쉬웠다.

중학교 1학년 땐가... 영어를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 너무 재밌어서 영어로 소설을 써 봐야겠다 싶어 노트에다가 아무렇게나 막 썼던 적이 있는데, 그때 어리고 유치했던 나는 주인공의 슬픈 심정을 표현하기 위해 '그녀는 슬펐다. 아주 슬펐다. 너무너무 슬펐다. 마치 눈에 수도꼭지를 달아 놓은 것처럼 펑펑 울었다.'와 같은 문장밖에 쓸 수가 없어서 절망하고 노트를 덮었던 기억이 있다. 근데 바람의 화원을 읽으면서는 왠지 그 경험이 자꾸만 떠올랐다...;; 물론 작가의 필력이 중학생인 내가 쓰는 것만큼 형편없다는 얘긴 절대 절대 네버 아니지만 그냥 뭐랄까 그때랑 내가 받는 느낌이 비슷하달까......

신윤복이 천재라면 천재로 보일 만한 일화만 늘어놓아도 보는 사람이 알아서 판단할 텐데, 자꾸만 '윤복은 천재다. 윤복은 천재다.'라고 독자에게 세뇌시키는 듯한 느낌...

뭐 그냥 개인적인 감상이다. ㅎㅎ
그래도 재밌었으므로 나중에 드라마도 봐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