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랑일까를 읽고 나서 곧바로 샀던 책. 어딘가에 두고 못찾고 있다가, 왠지 멜랑꼴리
해지는 가을녘에 다시 집어들었다. 사랑을 하고있을 때, 사랑을 더 깊게 하고자 읽었던 책.
'우리는 사랑일까'의 이야기에 공감하면서도, 과연 사랑을 하는 동안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의
문이 계속 들었다. 마지막의 결말 덕분에 냉소는 아니라고 결론지었지만, 사랑을 그렇게 재단
할 수 있는 것일까? 제3자의 이야기이기에 그렇게 분석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공감했던 이
야기들은 모두 과거의(그것도 후회하고 있는) 이야기들은 아니었을까?
반사적으로 뭔가 뻔한, 싸이월드에 많이 퍼갈 것 같은 책을 찾았다. 다소 유치해도, 뻔해 보
여도 사랑이기에 봐줄 수 있잖아? 인문학적 분석과 통찰을 가하지 않아도 충분히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아니, 그러지 않는 쪽이 사랑에 있어서는 더욱 공감을 얻는 것은 아닐지..
연애라는 게임에서는 덜 사랑하는 쪽이 유리하다
말로도 많이 들었고, PC통신 시절부터 많이 보아 온 말이고, 실제로도 느껴 온 사실이다. 하
지만 꼭 더 사랑하고 덜 사랑한다기보다도, 사랑하는 스타일의 차이 때문에 항상 이렇게 되는
건 아닌가 싶다. 어차피 서로 사랑하는데 누가 더 사랑하고 덜 사랑하는 것을 따지는 것도 의
미가 없지 않을까..? 그런데 난 왜 항상 더 사랑하는 포지션이 되어 있을까...-ㅅ-
지옥은 천국의 반대편이 아니라, 애인이 약속을 취소한 토요일 오후에 있다.
서점에서 들춰보았다가 결국엔 책을 사게 만든 한 마디. 나는 약속의 취소에 굉장히 취약하다.
거의 패닉에 이르는 수준. 사랑하는 사람과의 약속이라면 더더욱..애처럼 굴지 말고 그냥 다른
일을 하면 되는데...약속을 취소하고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요즘에는 그러기
위해 미리 여러가지 할 일을 준비해 둔다.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것이다.
처음 사랑할 때는 밥먹듯이 '영원히 사랑해'라는 말을 하곤 했다. 그리고 같은 말을 대답으로
들을 때마다 기쁨은 2배가 되었다. 하지만 헤어진 이후 나를 가장 가슴아프게 했던 말 또한 영
원히 사랑해..였다. 연애할 때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하는 편이지만, 영원히...라는 말은 절대
붙이지 않는다. 영원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지금의 사랑이 모자람을 알 수 있게 된다.
책에 태깅되어 있는 구절은 위의 2개. 그 외에도 사랑을 했다면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여럿
있다. 내가 사랑하는 스타일이 저자와 비슷해서인지도 모르겠지만.. 후반부로 가면 앞에서
본 구절들에 걸맞는 것들을 채워넣은 듯한 기분을 지울 수 없는데.. 앞 부분에서 느껴졌던,
저자가 겪은 것만 같은 절절함이 덜 묻어나오는 느낌이다.
가을 탓인지 날씨도 마음도 쓸쓸하기만 하다. 더 추워지기 전에 가슴을 따뜻하게 할 사랑 책
이나 하나 더 읽어둬야겠다. 나름의 월동 준비랄까..
인터넷 여기저기서 많이들 옮겨놨을 테고, 연애편지에도 많이들 써먹었을 테니 사서 볼 만한
책은 못 된다. 멜랑꼴리해지고 싶으시거든 빌려가시라. 나처럼 가끔씩 그런 처방이 필요하신
분은 한 권 사두셔도 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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