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가기 전 책장을 보니 안 읽은 책이 있길래 가지고 나가서 밖에서 읽었다. (몇 달 전에 산 책이었는데 아직 안 읽었다는 걸 까먹고 있었다.) 무삭제 완역본이 으레 그렇듯, 어린 시절 누구나 생각할 법한 피터팬은 아니었다. 좀 산만하고 적당히 잔인하고 왠지 모르게 기묘했다. 나쁘진 않았지만. 가장 마음에 들었던 구절은 아래 구절이었다. ------------------------------------------------------------------------ 좋은 엄마라면 누구나 아이들이 잠든 후에 아이들의 마음속을 뒤적거린다. 그리고 낮 동안 어질러놓은 것들을 다음날 아침을 위해 치우고 정리한다. 여러분이 그때까지 깨어 있다면 (물론 그럴 리는 없겠지만) 엄마의 이런 모습을 보고, 참 신기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것은 마치 옷장 서랍을 정리정돈하는 것과 비슷하다. 아마도 엄마는 무릎을 꿇은 채 여러분의 마음속에 있는 것들을 한참 들여다볼 것이다. 이걸 도대체 어디서 주워왔을까 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리기도 하고, 예쁜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을 구별하기도 한다. 예쁜 것은 마치 새끼고양이라도 되는 양 뺨에 갖다대고, 나쁜 것은 안 보이는 곳에 서둘러 치워버린다. 여러분이 아침에 깨어나면 어젯밤 잠자리에 들 때 가져갔던 심술이나 욕심은 작게 접혀 마음속 제일 아래 칸에 놓여 있고, 제일 위 칸에는 향긋한 냄새가 나는 예쁜 생각들이 바로 꺼내 입을 수 있도록 포개져 있을 것이다. ------------------------------------------------------------------------ 근데 생각보다 되게 빨리 읽었다. 쉬운 소설이라 그런가... 다음주엔 나무공화국을 읽어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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