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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인문

[책] 구스타프 슈바브의 그리스 로마 신화 1권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3. 25.


 외국어를 약간 공부하면 자기 자신이 만들어낸 어휘의 벽에 부딪히게 마련이다. 단어장이라는 것을
사서 열심히 외워보지만 몇 권을 봐도 100번 정도까지밖에 기억나지 않는다. 그리고 '외국어는 너무
어려워..'하는 탄식을 내뱉는다.

 신화를 읽다 보면 너무나 많은 신과 영웅들, 그리고 그들이 얽히고 섥혀 만들어내는 사건들의 방대함
에 혀를 내두른다. 몇 권의 신화책을 읽어도 머릿속에 남아있는 것은 올림포스 신들의 탄생과 거인/기
간테스들과의 전쟁 정도..오이디푸스의 비극은 누구나 알지만 그리스 비극의 정수인 탄탈로스 가의 저
주 같은 이야기를 들으면 아리송할 뿐이다.
(물론, 위의 두 예는 나라는 개인에 한정된 이야기일 수 있다.)

 외국어를 조금 더 공부해서 일정 수준이 되면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알아야 하는 단어가 생각보다 적
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어휘의 방대함에 지레 겁먹었던 초보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어렵다고 탄식할
시간에 맨땅에 헤딩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책은 신화에 있어서 그런 깨달음을 얻게 해 준다. 그냥 재미있다. 에피소드를 술술 읽어나가다 보니
계보나 인물에 크게 신경쓰지 않을 수 있었다. 스타워즈의 조지 루카스에게 큰 영향을 끼친 신화학자
조지프 캠밸의 명저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이나 작년에 출간된 '신화의 이미지'같은 책에 도전했다가
깨갱 했던 사람들은 자신의 지식이 얕음을 인정하고 이 책을 보자.

 토머스 불핀치의 '신화의 시대' 보다도 10여년 앞서 출간되었는데, 책 광고의 '불핀치와 쌍벽을 이루
는' 이라는 말은 그냥 무시하자. 깊이는 조금 떨어지는 것 같지만, 책을 읽는다기보다 그냥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라 좋고 부족한 내용은 주석을 달아두었다.

 12/34/56권이 각각 신과 영웅 이야기/일리어드/오딧세이로 나누어져 있다. 일단 6권까지 읽어봐야겠다.
그리고 다시 한번 조지프 캠벨에 도전해야겠다. 아, 불핀치판도 한번 더 읽고!



 이윤기씨만큼 유명세를 떨치지는 못했고, 이미 절판되었지만 유재원 교수님이 쓰신 '그리스 신화의 세계'
1,2권도 더불어 추천한다. 교수님의 주관이 꽤 들어있는 편이지만, 난 그 주관을 좋아하며, 존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