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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인문

[책] 미래를 읽는 기술 (The Art of the Long View)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3. 16.


 앨빈 토플러의 '부의 미래'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탓에 한달에 한 권씩 미래학 책을 읽기로 했다.
이 책은 초반부를 훑어보다가 '2054년 세계 10대 기업' 부분을 보고 부의 미래를 읽었을 때처럼 어린시절
대예언 책을 봤을 때의 느낌을 기대하고 구입했다.

 그러나 본 내용은 제목이 말해주듯 'XX의 미래'가 아닌 '미래를 읽는 기술'이였다. 저자의 지식과 통찰에
의해 그린 미래를 보여주기보다는 각각의 미래를 그릴 방법을 제시해 준다. 저자가 그리는 미래는 초반부
와 후반부에 조금씩 나타나 있고, 대부분의 내용은 저자가 겪어온 수많은 사례를 통해 '시나리오 작성 기술'
의 방법론을 제시하는 데 할애하고 있다.

 그러나 방법론 책이 언제나 그렇듯이 이 책에도 정답은 없다. 중반에 등장해 후반 내용 대부분을 장식하는
'결정적인 불확실성' 이라는 말이 더욱 그렇다. 결정적인 요인이지만 불확실성을 수반하므로 알 수 없다는
것인데. 결국은 알 수 없다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결론은 결정적인 불확실성에 관련된 몇 가지의(주로 세
가지)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것에서 끝난다. 시나리오 기법이라는 것이 효과적인 것 같기는 한데 결정적으
로 내가 써먹기에는 물음표가 너무 많다는 것이 문제다. 사실 중요한 것은 그 시나리오 중에 무엇을 고르느
냐일 테니까.

  시나리오 기법을 적용한다고 해서 책에 나온 예시들과 같은 성과를 거둘 거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아
마도 자기 분야에서 저자만큼의 경험을 쌓아야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밥 아저씨가 붓을
휘두르는 동안에는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림이 완성된 후 '참 쉽죠?' 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고개를 절
레절레 흔들지 않는가? 방법론 책의 한계이자 모순이지만, 어쨌든 시나리오 기법을 '어떻게' 사용하는 지에
대한 설명은 애매모호하게 끝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시나리오 기법은 개인이든 어떤 집단이든 한 번쯤 시도해 볼 만한 가치는 있을 것 같다. 핵심 요인을
짚어내고, 그 핵심 요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원동력'으로 다양한 플롯을 구성한 후 의사 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적당히 세부적인' 시나리오를 제시하여 예측하는 기법은 확실히 수긍이 간다. 자신의 분야에 있어
시장의 흐름까지 읽을 수 있는 내공이 있다면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미래를 보고 싶다면 앨빈 토플러의 책을 보고, 미래를 그려보고 싶다면 이 책을 보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