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고나서 가장 좋은 점은
포털 사이트에서 '괴'자만 보여도 백스페이스를 누르던 버릇이 싹 없어졌다는 것과
수많은 괴물에 대한 감상도 볼 수 있으며, 담론에 낄 수도 있게 되었다는 것. 뭔가
심각한 감상문을 쓰려 했던 것은 아니지만 다른 감상문들을 철저하게 보지 않은 상태
에서 내 이야기만을 쓰니까 오히려 쓸 말이 많아졌다.
글을 쓰고나서 다른 감상문들을 뒤적인 결과 영화판은 잘 모르지만 그래도 내 눈이
썩은 동태눈깔은 아니라는 데에 안도했고, 영화 글은 내러티브니 뭐니 하는거랑
정답이 있을 리 없는 감독의 의도를 멋드러지게 써놓지 않으면 그대로 졸필이 된다는
위험성 때문에 역시나 글빨 내공이 훨씬 더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고 게임 관련글이 영화보다 쓰기 쉬운 것은 아니지만, 아직은 게임 글이라 하면
약간은 가벼워도 리뷰라 불러주기에..빨리 게임도 영화 정도의 비평문화가 발달되었으
면 좋겠다. (하지만 그러기엔 너무 시장이 온라인 중심이 되고 말았다.)
그야말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영화 '괴물'. 나는 이 영화가 세상에 알려질 적에
이외수의 '괴물'이 영화화되는건줄 알고 박해일이 소설 괴물의 미친 살인마고 송강호가 그놈 잡는
주인공이겠거니..했는데 그 이후에 들려온 칸느의 소식 이후에도 나는 그대로 오해를 하고 있었고
예고편을 보고서야 거대 크리쳐로서의 '괴물'이 나오는 영화라는 것을 알았다.
기대치는 당연히 최고조. 왜냐하면 나에게 2004년 최고의 영화는 '살인의 추억'이였기 때문이다.
'올드보이'와 비교할 때 독특한 미장센이나 탄탄한 연출 면에서는 용호상박이라고고 할 수 있지만
이야기의 큰 줄기에서의 탄탄함과 그 속에 숨어있는 사회성까지 고려한다면 단연 살인의 추억이
압도적 우위였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이 뭔가 블록버스터 냄새를 풍긴다는 점도 큰 관심과 기대를 모으게 한 이유지만
애초에 이 영화에서 블록버스터적 스펙터클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나는 괴물에서도 살인의 추억에서
와 같이 극한의 몰입도와 긴장감, 에피소드를 기대했고 그 기대치는 100% 채워졌다.
그러나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괴물의 연출 또한 정말 압권이였다. 한강 둔치라는 배경이 익숙해서
일까? 처음 괴물이 뛰어오는 장면은 정말 내가 그 자리에 있을 때 무언가 거대한 생물이 나를 덮치는
듯한 느낌을 주는 데에 부족함이 없었고, 그런 스펙터클함은 적어도 내가 본 한국 영화중에서는 처음
이였다. 사람들이 컨테이너 안에 갇혀서 괴물에게 당하며 피를 흘리고 울부짖는 장면은 여타의 고어
영화에 길들여진 요즘의 관객 눈에도 참혹함의 극을 느끼게 한다. (문이 열렸을 때 찢어진 사지가
아닌 케찹 바른 사람들만 쏟아져서 약간 몰입도가 떨어지긴 했지만)
한국 영화가 아무리 거대화되고 CG기술이 받쳐준들 블록버스터라는 간판을 내거는 순간부터 헐리
우드 블록버스터들과 비교되면서 '몇%나 따라왔을까'가 영화를 볼 때의 척도가 되고, 대부분은 실망
하게 마련이다. 그나마 내용마저 없었던 '태풍'같은 경우가 최악의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감독은 영화의 대부분을 어둡게 물든 한강 둔치로 한정해 놓고 관객들을 철저하게 그 속에 가둔 뒤
몰입을 선사한다. 낚시성 언론들 때문에 원래 의도와 다르게 블록버스터로 불려진 감이 있지만 괴물은
애초부터 '블록버스터'따위는 안중에 없는 영화였다. '무언가 알 수 없는 존재와의 싸움'이라는 것에 모
든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서 영화의 시작부터 관객은 한강 둔치라는 소박한 배경에 큰 거부감없이 동화
되고 이후 모든 장면은 철저하게 그 안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스케일에 대한 비교나 강박관념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관객들은 영화의 사전 정보나 도입부에서 이미 미니어처나 큰 스케일의 배경CG는 기대하
지 않도록 길들여졌기 때문에 어둠침침한 한강이라는 배경위에서 미끈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괴물의 CG는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못지 않게 리얼하게 보인다.
배경이 한강으로 제한된다는 점이 우리내 관객들의 몰입도를 좀 더 높일 수는 있겠지만 '한강'이라서가
아니라 '괴물이 등장하는 곳'이라는 의미가 더 강하기 때문에 딱히 한국적인 색깔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래서 외국(한류빠 말고 그 외의 나라들)에도 자신있게 내놓을 수 있을 것 같다.
영화 도입부에서 괴물의 탄생을 설명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그 장면은 바이러스 소동이 터무니없는
것이였다는 사실을 암시하고 있다. 약간만 생각해 보면 포름 알데히드라는 약품이 돌연변이를 일으킬
망정 바이러스로 전이될 가능성은 희박하고, 미군에게서 촉발되었으며 미국식의 어처구니없는 해결방
식이 사태를 격하게 몰아가는 것만 보아도 바이러스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열쇠를 쥐고 있었던 포름 알데히드를 버린 한국인이 구체적으로 왜 죽었는지를(죄책감인지
두려움인지) 모호한 상태로 남겨둔 채 굵직한 장면들과 가족의 에피소드가 교차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되
기 때문에 관객은 이 장소가 어디인지, 괴물은 어디에서 온 존재인지 깊이 생각하지는 않게 된다.
주인공들이 현서를 구하기 위해 괴물과 싸워야 한다는 사실에만 온 신경을 집중할 뿐이다.
이야기가 중반에 다다르면서 The host라는 제목과 더불어 때문에 현서만 살아있는 상황 때문에 괴물이
정말 바이러스를 전이시키려고 숙주를 찾는 것은 아니였나 하는 의문을 갖게 되고, 괴물의 존재를 약간은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바이러스가 없다고 영화 속에서 단정지어지는 순간 관객들은 다시금 '현실에
서 있음직한 일'로 이야기를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그와 함께 영화를 보는 내내 생각지 못했던 리얼리티가
고개를 든다.
영화는 그런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와 미국의 관계를 은근히 비꼬고 있는데, '살인의 추억'에서 송강호
가 용의자를 고문하는 장면에서 군사독재 시절의 아픔을 떠올리게 할 때와 비슷한 효과를 내고 있다.
독극물로 생겨난 돌연변이 때문에 일어난 비극이라고 해서 이 영화가 '환경을 보호합시다' 라는 메시지
를 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도 내 옆에 앉았던 어린이들 정도가 아닐까?
살인의 추억에서는 선형적인 이야기 구조 속에서도 주인공들과 완전히 동화되면서 '나도 그놈을 잡고
싶다. 잡고싶어 미쳐 죽을거 같다'라는 그 마음이 가슴으로 전달되는 것에 놀랐는데 괴물 역시 영화의
가장 큰 테마인 '괴물과의 싸움'에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몰입된다는 점이 대단하다. 물론 그 속에는 앞
서 언급했던 한강이라는 제한된 배경과 급박한 상황의 연속, 끈끈한 가족의 사랑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어우러져서 관객들의 시선을 감독의 의도대로 어둠침침한 한강 둔치의 괴물에게로 집중시켰기에 가능했
던 봉준호 감독의 마법이라고 볼 수 있겠다.
다만 모호하게 처리된 현서의 죽음이나 후일담의 부재는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살인의 추억에서
영화 다 끝났으니 자리를 뜨려다가 그대로 얼어버렸던 기억이 있는데, 그냥 스탭롤이 나와서 조금은
아쉬웠다. (허탈하게 스탭롤을 보는데 괴물 효과음 성우가 오달수다!?)
어쨌든 처음부터 나와 같은 기대를 하고 이 영화를 기다렸다면 충분히 만족할 거라고 생각한다. 칸느에
서 기립박수 받았으니(거품이 잔뜩 든 소문이였지만) 헐리우드를 능가하는 영화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그냥 캐리비안의 해적을 봐라. 어쨌든 확실한 것은 작품성 만큼은 거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포털 사이트에서 '괴'자만 보여도 백스페이스를 누르던 버릇이 싹 없어졌다는 것과
수많은 괴물에 대한 감상도 볼 수 있으며, 담론에 낄 수도 있게 되었다는 것. 뭔가
심각한 감상문을 쓰려 했던 것은 아니지만 다른 감상문들을 철저하게 보지 않은 상태
에서 내 이야기만을 쓰니까 오히려 쓸 말이 많아졌다.
글을 쓰고나서 다른 감상문들을 뒤적인 결과 영화판은 잘 모르지만 그래도 내 눈이
썩은 동태눈깔은 아니라는 데에 안도했고, 영화 글은 내러티브니 뭐니 하는거랑
정답이 있을 리 없는 감독의 의도를 멋드러지게 써놓지 않으면 그대로 졸필이 된다는
위험성 때문에 역시나 글빨 내공이 훨씬 더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고 게임 관련글이 영화보다 쓰기 쉬운 것은 아니지만, 아직은 게임 글이라 하면
약간은 가벼워도 리뷰라 불러주기에..빨리 게임도 영화 정도의 비평문화가 발달되었으
면 좋겠다. (하지만 그러기엔 너무 시장이 온라인 중심이 되고 말았다.)
그야말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영화 '괴물'. 나는 이 영화가 세상에 알려질 적에
이외수의 '괴물'이 영화화되는건줄 알고 박해일이 소설 괴물의 미친 살인마고 송강호가 그놈 잡는
주인공이겠거니..했는데 그 이후에 들려온 칸느의 소식 이후에도 나는 그대로 오해를 하고 있었고
예고편을 보고서야 거대 크리쳐로서의 '괴물'이 나오는 영화라는 것을 알았다.
기대치는 당연히 최고조. 왜냐하면 나에게 2004년 최고의 영화는 '살인의 추억'이였기 때문이다.
'올드보이'와 비교할 때 독특한 미장센이나 탄탄한 연출 면에서는 용호상박이라고고 할 수 있지만
이야기의 큰 줄기에서의 탄탄함과 그 속에 숨어있는 사회성까지 고려한다면 단연 살인의 추억이
압도적 우위였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이 뭔가 블록버스터 냄새를 풍긴다는 점도 큰 관심과 기대를 모으게 한 이유지만
애초에 이 영화에서 블록버스터적 스펙터클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나는 괴물에서도 살인의 추억에서
와 같이 극한의 몰입도와 긴장감, 에피소드를 기대했고 그 기대치는 100% 채워졌다.
그러나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괴물의 연출 또한 정말 압권이였다. 한강 둔치라는 배경이 익숙해서
일까? 처음 괴물이 뛰어오는 장면은 정말 내가 그 자리에 있을 때 무언가 거대한 생물이 나를 덮치는
듯한 느낌을 주는 데에 부족함이 없었고, 그런 스펙터클함은 적어도 내가 본 한국 영화중에서는 처음
이였다. 사람들이 컨테이너 안에 갇혀서 괴물에게 당하며 피를 흘리고 울부짖는 장면은 여타의 고어
영화에 길들여진 요즘의 관객 눈에도 참혹함의 극을 느끼게 한다. (문이 열렸을 때 찢어진 사지가
아닌 케찹 바른 사람들만 쏟아져서 약간 몰입도가 떨어지긴 했지만)
한국 영화가 아무리 거대화되고 CG기술이 받쳐준들 블록버스터라는 간판을 내거는 순간부터 헐리
우드 블록버스터들과 비교되면서 '몇%나 따라왔을까'가 영화를 볼 때의 척도가 되고, 대부분은 실망
하게 마련이다. 그나마 내용마저 없었던 '태풍'같은 경우가 최악의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감독은 영화의 대부분을 어둡게 물든 한강 둔치로 한정해 놓고 관객들을 철저하게 그 속에 가둔 뒤
몰입을 선사한다. 낚시성 언론들 때문에 원래 의도와 다르게 블록버스터로 불려진 감이 있지만 괴물은
애초부터 '블록버스터'따위는 안중에 없는 영화였다. '무언가 알 수 없는 존재와의 싸움'이라는 것에 모
든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서 영화의 시작부터 관객은 한강 둔치라는 소박한 배경에 큰 거부감없이 동화
되고 이후 모든 장면은 철저하게 그 안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스케일에 대한 비교나 강박관념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관객들은 영화의 사전 정보나 도입부에서 이미 미니어처나 큰 스케일의 배경CG는 기대하
지 않도록 길들여졌기 때문에 어둠침침한 한강이라는 배경위에서 미끈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괴물의 CG는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못지 않게 리얼하게 보인다.
배경이 한강으로 제한된다는 점이 우리내 관객들의 몰입도를 좀 더 높일 수는 있겠지만 '한강'이라서가
아니라 '괴물이 등장하는 곳'이라는 의미가 더 강하기 때문에 딱히 한국적인 색깔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래서 외국(한류빠 말고 그 외의 나라들)에도 자신있게 내놓을 수 있을 것 같다.
영화 도입부에서 괴물의 탄생을 설명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그 장면은 바이러스 소동이 터무니없는
것이였다는 사실을 암시하고 있다. 약간만 생각해 보면 포름 알데히드라는 약품이 돌연변이를 일으킬
망정 바이러스로 전이될 가능성은 희박하고, 미군에게서 촉발되었으며 미국식의 어처구니없는 해결방
식이 사태를 격하게 몰아가는 것만 보아도 바이러스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열쇠를 쥐고 있었던 포름 알데히드를 버린 한국인이 구체적으로 왜 죽었는지를(죄책감인지
두려움인지) 모호한 상태로 남겨둔 채 굵직한 장면들과 가족의 에피소드가 교차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되
기 때문에 관객은 이 장소가 어디인지, 괴물은 어디에서 온 존재인지 깊이 생각하지는 않게 된다.
주인공들이 현서를 구하기 위해 괴물과 싸워야 한다는 사실에만 온 신경을 집중할 뿐이다.
이야기가 중반에 다다르면서 The host라는 제목과 더불어 때문에 현서만 살아있는 상황 때문에 괴물이
정말 바이러스를 전이시키려고 숙주를 찾는 것은 아니였나 하는 의문을 갖게 되고, 괴물의 존재를 약간은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바이러스가 없다고 영화 속에서 단정지어지는 순간 관객들은 다시금 '현실에
서 있음직한 일'로 이야기를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그와 함께 영화를 보는 내내 생각지 못했던 리얼리티가
고개를 든다.
영화는 그런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와 미국의 관계를 은근히 비꼬고 있는데, '살인의 추억'에서 송강호
가 용의자를 고문하는 장면에서 군사독재 시절의 아픔을 떠올리게 할 때와 비슷한 효과를 내고 있다.
독극물로 생겨난 돌연변이 때문에 일어난 비극이라고 해서 이 영화가 '환경을 보호합시다' 라는 메시지
를 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도 내 옆에 앉았던 어린이들 정도가 아닐까?
살인의 추억에서는 선형적인 이야기 구조 속에서도 주인공들과 완전히 동화되면서 '나도 그놈을 잡고
싶다. 잡고싶어 미쳐 죽을거 같다'라는 그 마음이 가슴으로 전달되는 것에 놀랐는데 괴물 역시 영화의
가장 큰 테마인 '괴물과의 싸움'에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몰입된다는 점이 대단하다. 물론 그 속에는 앞
서 언급했던 한강이라는 제한된 배경과 급박한 상황의 연속, 끈끈한 가족의 사랑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어우러져서 관객들의 시선을 감독의 의도대로 어둠침침한 한강 둔치의 괴물에게로 집중시켰기에 가능했
던 봉준호 감독의 마법이라고 볼 수 있겠다.
다만 모호하게 처리된 현서의 죽음이나 후일담의 부재는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살인의 추억에서
영화 다 끝났으니 자리를 뜨려다가 그대로 얼어버렸던 기억이 있는데, 그냥 스탭롤이 나와서 조금은
아쉬웠다. (허탈하게 스탭롤을 보는데 괴물 효과음 성우가 오달수다!?)
어쨌든 처음부터 나와 같은 기대를 하고 이 영화를 기다렸다면 충분히 만족할 거라고 생각한다. 칸느에
서 기립박수 받았으니(거품이 잔뜩 든 소문이였지만) 헐리우드를 능가하는 영화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그냥 캐리비안의 해적을 봐라. 어쨌든 확실한 것은 작품성 만큼은 거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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