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이야기/일기장

방학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고민하다가 결국엔..게임이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5. 12. 26.
그렇게 빡셀 수가 없었던 2학기가 지나고 드디어 방학이 시작됐다. 일단 갈구하던 게임을 이것저것 마구
마구 플레이하기 시작. 로한 렙 16기사를 만들고 마비노기를 오늘 처음 해보고, 아무것도 하기 싫을때 구원
의 반을 틀어서 줄줄 읽기만 하거나, 스트레스 쌓이면 전국무쌍으로 일기당천 모드다. 1~2주일간의 게임
라이프는 대략 이런 식일듯 한데, 문제는 일상을 어떻게 보내냐다.

일찍 일어나서 상쾌한 아침을 보내고 점심을 먹고 도서관을 가려던 계획은 대 실패. 아침에 무언가 영감이
많이 살아나리라 생각하며 일찍 일어나기를 시도하고 있는데 막상 맞는 아침은 왠지 뻐근하고 생각하자니
오히려 골치가 아픈 시간이 됐다. 아마도 정신이 멍한 상태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 시간에 별달리
할 게 없어 게임을 하면 금새 점심이 되서 일찍 일어난 보람도 별로 없어지게 되고...
사실 해야할 공부가 산더미다. 이번 방학동안 해야 하리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들은..





1. 영어실력을 고3 이상 수준으로 올리는 것.(부끄럽다)

2. 컴퓨터활용능력 자격증 따는 것(증이 중요하다기 보다는 기본적인 MS Office능력좀 갖추려는..)

3. 신화, 전쟁사를 비롯한 교양서적 다독하기

4. 수학 정석 처음부터 풀어보기




그외 포토샵 연습, 하루에 1시간 일어공부 유지, 릴레이 소설 등 창작활동 해보기 등등등...할일은 많은데
일어나서 암것도 안하며 있다가 점심을 먹고 나면 대략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진다. 게임조차도...
어쨌든 6시에 일어나서 베란다에 나가 명상을 하는 버릇은 어느정도 정착이 되어가고 있고 무언가 하려는,
(솔직히 명상이라기보단 군대에서 그 엄동설한에 아침 점호를 받던 기억만 생생하게 해 주지만..)
만들어 보려는 의욕이 용솟음침에 기쁨을 느낀다. 그 샘이 마르지만 않는다면 이번 겨울방학은 후회없이
보낼 수가 있을 것 같다.



게임을 기획자적 시각에서 한번 바라보려고 노력을 하긴 하는데 정말 체크할 것이 여간 아니다. 한가지 
깨달은 것은 정말 잘 된 게임을 보고 벤치마킹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되고있지 않는 게임을 보고
해결점을 강구해 내는 것 역시 엄청나게 중요하다는 것. 내가 게임을 만들어 본 적은 없지만 만드는 입장
에서 생각을 해 보면 관대해지는 부분이 있는 반면 지적할 문제점이 이곳저곳에서 드러나는 것이 신기했다.

오늘 로한을 하다가 '놀의 취락캠프' 로 놀 10마리를 잡으로 갔다. 그런데 '놀의 취락캠프'는 놀이라는
몬스터와 걸맞지 않는 나무틀로 짜여진 요새에 가까웠던 데다가, '놀'이라는 몬스터들은 이집트 신화의
'아누비스' (대충 진돗개같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나무 방벽에 망루까지 설치된 요새에 가까운 '취락캠프' 그리고 내 앞에 있는 '놀'



내가 너무 WOW의 시점으로 치우쳤나 해서 놀의 기원적 배경을 찾아보니..


(Gnoll) 고블린의 일종. 하이에나 머리를 하고 있으며 어두운 곳을 좋아하는 야행성이다. 애완동물이나
호위용으로 하이에나를 데리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 일반 고블린보단 조금 세지만 오거나 트롤과 비하면
너무 달린다.


 이 경우는 완전히 WOW의 놀과 일치하는 고로, 그런 하나하나의 원안에 대한 충실함이 게임의 배경이나
설정, 세계관에 리얼리티를 부여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같은 자료에서 펄볼그(Firb
olg, 본래의 켈트 신화에서는 피르볼그라고 읽는다) 에 대한 내용을 읽어보니 WOW 역시 그런 신화나
기원적 배경의 것과는 꽤나 거리가 있었다. 물론 모티브가 되는 설정을 그대로 게임에 반영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그와 다르게 변조하는 경우도 있다.(사실상 훨씬 많다.) 하지만 잘못된 대상을 가지고 변조하는
것은 그 상상력의 기준점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밖에는 생각되지 않는다. 놀이라는 생명체의 기원을 알고
서 변조했다면, 적어도 아누비스의 머리를 가진 놀은 나오지 않았을 테니까..그래서 고증은 더더욱 중요
한 것 같다. 

 내가 이전에 해 본 게임 중에서는 '진 여신전생' 시리즈가 일본, 중국, 인도, 그리고 서양의 각종 신화
와 전설에서 몬스터를 그대로 따 온 경우였는데, 몬스터를 내가 데리고 다닐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설정
설명도 충실해서 게임의 세계관과 상관없이 여러 세계관을 아우르는 캐릭터들을 내가 자유롭게 부리는
듯한 느낌을 얻을 수가 있었다.


어찌됐든, 그리하여 다시금 계획한 방학중 목표의 1순위는 신화와 전설을 많이 읽는 것이 되었다. 그 기원
을 알고 그것이 게임에서 어떻게 쓰였는지, 혹은 어떻게 변조되었는지 알아보는 것은 꽤나 재미있는 일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