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회사 언니와 함께 '백건우와 김태형, 김준희, 김선욱'의 피아노 연주회를 다녀온 이후로 샤방하고귀엽고훈훈하고풋풋하고바람직한 태형이에게 빠져 버린 나는 이번 디토 페스티벌을 맞아 그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을 협연한다기에 덜컥 예매를 했다. 하하하!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의 주도로 만들어진 앙상블 디토도 시즌3을 맞았다. 이와 더불어 올해는 다양한 실내악 연주로 구성된 '디토 페스티벌'이 열리게 되었다!
작년에는 앙상블 디토에 피아니스트로 임동혁이 참가했었는데, 사실 작년에 디토 공연을 못 간 게 천추의 한이 되었던 나는 올해야말로 꼭 가야겠다고 다짐에 또 다짐을 했건만 올해는 동혁이가 빠지고 다른 피아니스트가 들어가는 바람에(단지 이런 이유로;;) 마음을 접으려던 찰나! 디토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샤방한 태형이가 연주에 참가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급흐뭇해져서 이날만을 기다렸더랬다...ㅋㅋ
공연은 일요일 낮이었다. 미리 가서 잔디밭에서 음악 들으며 뒹굴거리고 싶었지만 비가 올듯말듯해서 그만뒀다. 집 근처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택시를 타고 예술의 전당으로 갔더니 금방이었다. 우리 집과 예술의 전당이 가깝다는 걸 또 실감하고...
내가 간 공연은 Beethoven No.5. 오로지 베토벤의 곡들로만 채워진 연주회였다. 프로그램은 에그몬트 서곡,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교향곡 5번 '운명' 순이었다. 디토 오케스트라(이번 페스티벌을 위해 조직된 오케스트라인가...?)가 연주하고 혼나 테츠지가 지휘, 피아노 협주곡 협연은 김태형이 맡았다.
에그몬트 서곡은 잘 모르는 곡이었는데, 괴테가 쓴 극작품 <에그몬트>를 위해 쓴 극부수음악이라고 한다. 여러 곡을 썼는데 그 중 서곡이 가장 유명해서 현재까지 많이 연주되고 있다고. 웅장하고 장대한 곡이었다.
에그몬트 서곡이 끝나자 바로 피아노 협주곡으로 이어졌다. 협주곡 5번 황제는 지난 3월에 임동혁이 노던 신포니아와 협연했던 바로 그 곡이었다. 실연으로 듣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라 내심 기대가 컸다. 공연에 들어가기 전에 폴리니와 키신이 치는 황제도 열심히 들었다.
임동혁이 연주하는 황제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느낌이었는데(황제가 달콤하다니 ㅋㅋㅋ) 김태형은 그보다 조금 더 힘이 있는 느낌이었다. 도입부부터 생동감이 있어서 참 좋았다. 소리의 강약이 조금 살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약한 부분을 조금만 더 특징을 넣어서 쳐 줬더라면...) 그래도 정말정말 좋았다... 에헤헤 >.<
아이구 우리 태형이~ 아이구~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정말 크게 아쉬웠던 점은 오케스트라와 속도가 어긋나는 부분이 군데군데 있었다는 점이었다. 1악장 때 오케스트라가 다소 빠른 느낌이 들어서 조금 갸우뚱했는데, 2악장에서는 괜찮은 듯싶다가 3악장에 가서 다시 반복되었다. 3악장에서는 오케스트라와 피아노가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비슷한 부분을 연이어 치는 구절이 있는데, 피아노로 가면 느려졌다가 오케스트라로 가면 빨라졌다가 하는 것 같아서 조금 듣기가 불편했다. 흐음... 나만 이렇게 느낀 건가...?
지난번 연주회 때 태형이가 치는 모습을 보고 언니가 '키신 어릴 때 치는 자세 같다'라고 했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아하하~ 튀어나온 이마에 뽀글머리, 뽀얀 피부.. 아하하하하~ (이건 뭐 연주 평가도 아니고 철저한 외모 중심 ㅋㅋㅋㅋ)
협연임에도 앵콜곡까지 쳐 줬다. 재밌는 곡이었는데 내가 잘 모르는 곡이라 안타까웠다 ㅎㅎ;;
인터미션이 끝나고 교향곡 5번 운명이 시작되었다. 워낙 유명한 곡이라 더 설명이 필요없겠지만... 나도 그냥 차분한 마음으로 귀를 기울였다.
조용한 2악장을 들으면서는 기분이 덩달아 차분해져서인지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일, 내 맘 같지 않은 사람들, 미웠던 과거의 사람들, 피하고 싶었던 것들... 그리고, 그것들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을 용서하고 나를 용서해야지. 어느덧 내가 나에게 마음속으로 고해성사를 하는 타이밍이 되었다... 아놔 -_-;; 나 왜 이러냐며...
3악장을 거쳐 4악장으로 가면서 다시 웅장한 주제가 이어졌는데, 관악기 소리가 커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저음이 너무 강조되어서 그 많은 바이올린 소리가 묻혀 버린 거다 ㅠㅠ 아... 메인 선율이 잘 들리지 않아 안타까웠다. 내 자리가 3층이라 그랬나...? 훌쩍...
연주를 모두 마치고, 앵콜곡으로는 현악기의 현을 뚱기면서 내는 독특한 곡을 연주했다. 대체 무슨 곡이었을까? 엉뚱하고 재미있었다 ㅎㅎ
아무튼 멋진 공연이었고, 어떤 의미로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 공연이었다. 올해에도 역시 앙상블 디토의 공연은 가지 못했지만 나중에 기회가 되면 오케스트라가 아닌 작은 규모의 협연에도 가 보아야겠다.
참, 디토 페스티벌을 하는 동안 야외에서도 무대를 마련하고, 스크린을 통해 밖에서도 연주회를 감상할 수 있게 해 놓았던 모양이다. (공연장 밖 스크린은 늘 있긴 있었지만)
맑은 날에는 분수도 틀어 주고 음악도 틀어 주고 음악 공연 외에도 미술관도 있고 잔디밭도 있고... 굳이 공연이 없는 날이더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을 나와서 조용히 쉬다 가면 참 좋겠다 싶었다.
나중에 언젠가 예술의 전당 근처에 살고 싶다. 언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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