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글보기<<< [음식] 라면 이야기 - 11. 왕뚜껑 SPECIAL EDITION
십수년 전 한참 블로그를 하던 시절, 농심에서 야심작을 내놓은 적이 있다.
기름에 튀기지 않은 면, 건강한 면을 전면에 내세운 건면세대(健麵世代).
이제는 기억할 사람이 그다지 없을 정도로 한 시대의 조각이지만, 당시 웰빙 열풍에 힘입어 농심은 차세대 주력 라면으로 건면세대를 밀었다.
함께보기>>> [음식] 라면 이야기 - 6. 健麵世代 (건면세대) 읽으러 가기
일본에서 여러 컵라면을 보다가 왜인지 모를 기시감을 일으키는 컵라면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면 장인(麺職人)
이 용기를 처음 본 순간, 이것은 일본의 건면세대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용기 사이즈는 일본에서도 이 라면 이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고속도로 떡볶이와 같은 그 용기 말이다.
108엔. 세금포함 116엔이라고는 하지만 가격에 대한 이미지가 너무 다르다. 건면세대가 나올 시절 웰빙 라면을 표방하며 프리미엄한 이미지를 풍기기도 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시 일본에서도 이 논 프라잉 면에 대한 수요는 제한적이었는지, 이 시리즈도 지금은 편의점에서는 찾아보기 힘들고, 큰 평수의 동네 마트에서만 볼 수 있는 제품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가격이 닛신 컵라면보다 싼 것이 신기하다.
닛신이 컵라면을 처음 만들어낼 때 기름에 튀긴 것은 보존기한을 늘리기 위한 방편이었다고는 하지만, 튀긴 면에 대한 인간의 욕구는 DNA에 새겨진 무언가일지도 모르겠다. 건면세대의 결과가 그것을 반증한다.
16년만의 라면 이야기 재개를 겸해 진열되어 있는 3종을 모아봤다.
첫번째 타자는 소금누룩 미소라멘.(塩こうじ를 어떻게 번역해야 할 지 모르겠다;)
뚜겅을 따자마자 그리운 건면의 그 면이 보인다!
그리고 건더기스프를 넣는다.
일본의 컵라면은 전체적으로 건더기가 실한 편이다.
건더기 비율을 일정이상으로 하는 법이 있다고 어디서 본....것 같기도 한데 기억이 가물하니 그냥 카더라로.
일본 컵라면은 페이스트 스프를 쓰는 패턴이 많고, 뚜껑 위에 올려놨다가 먹기 직전에 넣어서 타먹으라고 한다.
써 있으니 그렇게 하고는 있지만 왜 이래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페이스트 스프 투하. 절반은 기름맛을 내는 돈지 스프다.
건면의 이 자태를 보라. 튀기지 않은 면의 이 순수함을.
이 라면의 국물이 정말 일품이었는데, 정말 메주를 띄운 된장처럼 누룩이 둥둥 떠다닌다.
실제 누룩인지 장식인지는 알 수 없지만, 진한 미소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내친 김에 닭육수 쇼유라멘맛도 달려봤다. 이 쪽도 건더기가 실하다.
잘 익었다. 둥둥 떠다니는 봄 스페셜 고명이 그것을 증명한다.
쇼유 라멘이라도 조리법은 똑같이 페이스트 스프를 나중에 넣는 식.여기에는 조미김이 별첨되어 있다.
이 쪽도 보통 파는 컵라면에 비해 국물이 진했다. 게다가 고명도 실한데 세금포함 116엔이라니 이 가성비 무엇!?
국민건강을 위해 튀기지 않은 면에 감세라도 해 주는 것일까?
면을 한 입 털어넣는 순간 건면세대의 그 기억이 돌아온다.
분명 20년 가까이 맛보지 않은 식감인데도, 한 번 맛보는 순간 모든 기억이 되살아나는 이 느낌.
인간의 기억이란 참 신기하다.
나머지 하나 남은 농후 탄탄멘은 다음 기회에..
(수정으로 추가) 이튿날 참지 못하고 농후 탄탄멘도 달리고 말았다.
역시나 비슷하게 실한 스프 구성. 액체스프를 섞기도 전에 갈아넣은 들깨가루 냄새부터 이미 맛있었다.
한눈 팔다가 면이 좀 불어버렸다.
탄탄멘의 땅콩소스와 매콤함은 물론, 곁들여진 파가 적절한 악센트를 준다.
세 가지 모두 두 가지 이상의 맛이 겹쳐진, 라면으로서도 상당히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었다.
게다가 한 그릇에 겨우 356칼로리! 이쯤 되면 완전식품이다. 집에 상비해놓고 먹어도 될 수준.
왜 이렇게 마이너로 내려왔는 지 진심으로 의문을 가지며..이번 컵라면 이야기 끝!
함께보기>>> 라면 이야기 - 12 part 2. 닛신 장인라면(麺職人) 유즈시오 라멘과 AFURI(阿夫利) 라멘
다음글보기>>> 라면 이야기 - 13. 닛신 완전메시(完全メシ) 야키소바 U.F.O 비교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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