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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라면 이야기

[음식] 라면 이야기 - 10. 건면세대 짬뽕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10. 23.
라면 이야기 - 6. 健麵世代 (건면세대)
라면 이야기 - 7. 건면세대 청국장&치즈

 9월 초에 위의 이전 건면세대 리뷰에 덧글이 올라왔다. 건면세대 짬뽕이 나왔는데 정말 맛있다고..
나름의 리뷰 요청(?)으로 받아들였지만 근 몇달간 계속되는 포스팅 가뭄에는 건면도 별 수 없었다.

 건면세대 첫 리뷰만 보면 굉장한 기대를 걸고 있지만, 사실 오래전에 건면이 질린 상태다. 나를
농심의 노예로 만들었던 특유의 기름맛(?)의 부재가 원인이 아닐까..몇 달 전에 포장이 바뀐 것도
꽤나 비호감. 이전 포장은 고속도로 휴게소 용기마냥 이뻐서 쌓아두면 참 이뻤는데...바뀐 포장
처음보고 무슨 삼류 회사 짝퉁인가 했다.

 농심 홈페이지에 가보니 라인업도 좀 바뀌어서 지금은 짬뽕, 김치, 치즈, 얼큰한맛의 4가지만
남아있다. 청국장은 시도는 참신했지만 비호감의 벽을 넘을 수 없었고, 잠깐 빤짝 나왔던 소고
기장국은 내가 맛을 보기도 전에 사라져버렸다. 얼큰한맛은 먹어본 적 없지만 아마도 무파마
비슷한 맛이 아닐까 생각된다.

 여하튼, 몇 주가 지나서야 손에 들어온 건면세대 짬뽕. 드디어 시식 타임.

아놔 이 비호감 포장좀...깔끔했던 흰색 톤의 포장이 그립다.

 뚜껑을 열어보니 농심답지 않게 페이스트 스프가 들어있다. 짜짜로니를 버로우시키는 짜파게티나, 설렁탕면의
1인자 사리곰탕면의 스프를 보면 농심은 확실히 과립스프로 승부를 내는 타입인데 말이다. 공화춘 짬뽕에서 좋은
인상을 줬던 고추기름이 여기서도 쓰이나 했는데, 이건 고추기름이 아니라 페이스트 스프 그 자체다.

 오징어가 5조각. 건면세대 김치에서 보여줬던 건더기의 파워를 기대했건만..소수정예로 큼직한 편이긴
하지만, 조직감이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니다.

 컵라면의 페이스트 스프는 일단 그릇 위에 데우고 보는거다. 이 버릇은 어렸을 때 호탕면을 먹을 때 생긴
버릇인데..호탕면을 기억들 하시는지 모르겠다. 조미료맛이 강하긴 했지만 뭔가 장국같은 국물이 괜찮았다.
빅3 해물맛과 더불어 어렸을 때 농심을 가끔 배반하게 만들었던 라면이었다. (검색해보니 있다..바로 이것!)

 페이스트 스프를 넣은 모습. 페이스트 스프를 넣으려고 찢었는데 냄새와 색깔을 보니 영락없는 비빔면이었다.
비빔면을 먹을 때 왠지 모르게 페이스트 스프를 짜내고 남은 곳을 빨아먹게 되는데, 이번에도 별 수 없었다. 그
런데 맛이.....달콤한 첫 맛은 비슷한데 뒷맛이 짭짤한 정도를 넘어 거의 젓국 맛이었다. 그러고보니 고추기름
맛은 나지 않았다.

 페이스트 스프를 넣고 풀어서 완성. 짬뽕다운, 보기좋은 빨간색....인데 반 쯤 먹으면 국물이 투명하게-_-;
되고, 얼큰한 맛 대신 단맛이 난다. 내가 라면을 먹을 때 물을 많이 잡는 편이긴 하나, 이건 좀 너무했다.
고추기름도 비빔면 양념도 아닌 어중간한 맛이다. 처음 먹을 때 회의시작 5분전에 먹어서 뭔가 잘못 먹었나
했는데, 2번째 먹을 때도 확실히 도중에 국물은 노란색이 되고 단맛이 느껴졌다.

 오징어짬뽕을 처음 먹었을 때를 기억하는가? 튼실한 오징어 건더기에, 밥을 말아먹기에 모자람이 없는
짬뽕 국물은 너구리를 대체하고도 남을 작품이었다. 그 감격이 아직도 아른한데..면은 어쩔 수 없다 해도
국물은 오징어 짬뽕의 절반만 옮겼어도 괜찮았을 터인데.. 짜파게티가 짜장면과 다르지만 무언가 놓칠 수
없는 맛이 있듯이, 짬뽕라면이라면 짬뽕라면맛(?) 국물이 생명인데..,이건 너무 안이한 맛이다. 하물며 짬
뽕 왕뚜껑이나 공화춘 짬뽕같은 거물들이 활개치는 짬뽕의 춘추전국시대에..

 왜이러나 농심! 요즘 QA 제대로 안하나 -_-; 여름 내내 광고를 때린 둥지냉면은 그저 평범한 냉면이었고,
짜장범벅 엔진(?)을 활용한 것으로 보이는 이녀석도 불안해보이긴 마찬가지다. 10년 이상 나를 노예로 만
들었던 그 내공은 어디로 간 건지..다시 MSG도 넣고 기름에 팍팍 튀겨서 제대로 된 라면 하나 나왔으면
좋겠다.내가정말이벤트따위 당첨 안되서 이러는게아니라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