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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게임잡지 DB

시대를 선도했던 게임전문지 '게임월드' 이야기

두릅이 2005. 11. 12. 04:49


   이걸 보고 무언가 뭉클하다면 당신은 패미컴(혹은 MSX) 키드.

 정감있지 않은가? 페르시아 왕자와 팩맨, 더블 드래곤이 혼재하는 작렬 센스의 표지 그림부터, 완벽공략

혹은 perfect guide가 아닌 '신나는 게임의 세계' 라던지..오락실에 주인 아저씨가 써놓았을 만한 제목'땅

따먹기' (아마도 볼피드일 것이다)라던지.. 아쉽게도 이 사진은 내가 처음 봤던 1990년 8월 창간호는 아니

고 10월호 표지이다. 창간호는 정가 1,500원에 스플래터 하우스와 세가마크-3용 시노비 등의 공략이 실려

있었고, 닌텐도에 대한 진지한 글도 게재되어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황당하게도 '임천당'으로 시작하는

그 글이 씌어진 페이지로 만든 딱지로 동네를 재패했기 때문에 기억한다.) 표지에는 당시 최고의 화제작

(?) 이였던 PC엔진판 스플래터 하우스의 주인공 릭과 타이거 로드의 주인공이 위풍당당하게 서 있었다.

 스플래터 하우스의 공략을 보면, 각 스테이지의 사진 몇개만 빨간 말풍선(일본 잡지의 글자를 억지로

가리고 한글을 써넣은 부분)과 함께 소개되어 있고, 그나마도 4스테이지에서 구하려고 하던 여자친구 제

니퍼가 괴물로 변하는 장면에서 '릭은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빨간 말풍선과 함께 공략은 끝난다.

그때는 정말 흥미진진한 공략이였는데 지금 생각하면 아무리 봐도 패미통에서 게임 소개한 것을 대충 갖
다붙인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로부터 2년 후 나는 그 게임을 직접 해보면서 공략에 소개된 3스테
이지의 '샷건 8발을 다 맞아도 죽지 않는 강력한 보스'를 샷건 2정을 바꿔들고 가서 갖고 놀았고, '적에게 

강력한 데미지를 입힐 수 있는 슬라이딩 킥' 은 보스에게 대략 무용지물이란 것을 알았으며 5,6스테이지

의 가공할 난이도를 체감하면서 '4스테이지까지는 장난이였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92년까지도 편집의 레이아웃이나 내용 구성은 크게 다르지 않았고 공략의 경우 대작 게임은 보통 3개월로

나누어 공략하는 것이 보통이였다. 하지만 한글화는 꿈도 꿀 수 없고, 비디오 게임을 즐기는 대부분의 유

저가 일본어를 모르고 게임을 하는 경우가 보통이였던 이 시기에 게임잡지의 공략은 그 게임을 할 수 있는가

없는가의 조건이 되기도 했다.(특히 RPG의 경우)

 

 당시에 미약하게나마 개발되던 국산 게임의 주인공이 표지 모델로 등장

 

 92년에 게임뉴스,겜통,게임챔프 등 여러 게임지가 난립했는데 이중 게임챔프가 명인을 통한 크로스 리뷰나

게임 순위 등 패미통을 그대로 벤치마킹하여  빠른 소식과 내용 구성으로 많은 독자를 게임월드에서 빼앗아

가며 2강 대결 구도가 되었다. 

 게임챔프가 한국판 패미통(실제로 나중에 게임챔프로 덩치를 키운 제우미디어가 패미통 PS2를 발간하기도

한다.)이였다면 게임월드는 '마이컴'에서 비롯된 한국 게이머의 정서가 많이 담겨 있는 잡지였다. 신작 정보

는 많이 뒤쳐졌고 레이아웃 역시 위에 언급한 대로 조악한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으며, 공식 일러스

트 대신 들어가던 삽화의 수준 또한 매우 낮았지만 공략 하나만은 정말 좋았다. 게임월드의 공략(당시엔 게임

분석)은 공략 그 자체가 상세하기도 했지만 게임의 진행 만큼이나 게임의 스토리를 풀어가는 데에 많은 지면

을 할애했기 때문에 읽는 재미가 있었다. 

 94년에 접어들어 앞은 비디오 게임, 뒷면은 PC게임이라는 새로운 편집 방식과 대폭 늘어난 지면으로 새로운

변신을 꾀하지만 이미 대세는 게임챔프 쪽으로 넘어가 있었다. 그해 가을에는 '게임 매거진'이 창간되는데,

기존의 두 잡지에는 없었던 기획 기사와 새로운 내용을 바탕으로 3강 구도를 확립하게 된다.

 차세대 게임기 전쟁의 서막이 열렸던 95년에는 코너 및 공략의 기종별 분류를 먼저 시도한 게임 매거진을 뒤

늦게 쫓아가는가 하면, 게임챔프와 같이 패미통 식 제본을 했다가 다시 철회하기도 하고, 대부분의 자료 사진

이 당시의 열악한 인터넷 환경에서 얻어온 낮은 해상도의 사진으로 구성되는 등 발빠르게 성장해 가는 타 잡

지에 비해 더욱 더 뒤쳐지는 모습을 보인다. (여담이지만 94년엔 PC엔진 18금게임을국내에서 가장 많이 소개

했다고 생각되는 '슈퍼게임' 이라는 그야말로 코어 잡지도 존재했다.)

 96년에는 매거진 출신 및 코어 게이머가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잡지 '게임라인' 이 충실한 내용,공략(이 시기

부터 달을 나누어 가며 하는 공략은 자취를 감추었다)과 더불어 참신한 기획 기사로 많은 독자를 사로잡으며

부상하게 된다. 이 때의 게임월드는 정말 가관으로, PC게임의 지면이 비디오 게임을 넘어서는 괴현상(?)까지

발생시키며 비디오 게임 출판업계의 선구자적 면모를 완전히 잃어가게 되고, 이듬해에 결국 폐간하고 만다.

창간호부터 쭉 본 것은 아니지만 그 시작을 지켜본 유저로서 매우 안타까웠다.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게이머즈에 고참 기자님들이 회고록 형식으로 글을 쓰는 코너가 있었는데, 거기서 게

이머즈 발행인인 정현모씨(로 추정;) 가 쓰신 글을 보면 95~96년경에 왜 그렇게 벼랑 끝으로 점점 더 다가서

게 되었는지 알 수 있다. (몇년 몇월호인지 확실히 아시는 분은 제보좀; )

 확실히 중기 이후의 게임월드는 타 잡지에 비해 자극적인 기사도 부족했고 뭐랄까 좀 따분한 잡지이긴 했다.

하지만 나는 창간호의 추억 때문인지는 몰라도 게임월드가 좋았다. 일본 잡지를 탐독하고 일본의 사고를 그

대로 반영하는 게임챔프 보다는 뭐랄까 '순수하게' 게임을 좋아하는 공대생들이 만드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챔프쪽 분들이 게임을 순수하게 좋아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단지 그 느낌이 조금 다를 뿐) 

 게임월드가 폐간된 지도 8년이 되었고, 그 세월동안 게임 시장은 참 많이도 변했다. 게임라인도 게임 매거진

도 폐간된 지 오래이고 비디오 게임지는 게이머즈의 독주 체재로 가고 있다. PS2 정발 후에 몇 가지의 잡지가

출간되긴 했지만 그 잡지들이 존속하기에 비디오 게임 시장은 너무 작아져 있었다.(물론 복사 쪽의 이유가 더

클 수도 있겠지만)

 PS이후로 비디오 게임을 즐겨온 유저들은 아마도 '아~예전에 게임라인이라는 멋진 잡지가 있었지' 하면서

회상을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그 시장을 일구어낸 이런 고전이 있었다는 사실까지 같이 알아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늙은척 하고있지만 전 82년생입니다^^; 글의 내용중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리플 부탁~^^)

 

 

 

 


                          스파 카드를 생각나게 하는 일러스트. 그래..리우! 빈슨 제독을 물리쳐라!
 
 
  그 책을 보는 사람의 대부분이 안중에 두지 않고 공략도 고작 10페이지밖에 들어가지 않은 게임이 당당하게,
것도 인물 사진이 표지를 장식하는 최근의 자본 논리에 비하면 정말 순수함이 느껴지는 표지 아닌가?(테X즈 오브  레X디아 정도만 되도 수긍이 갔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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