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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 에세이

아잔 브라흐마, <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by 일본맛탕 2008. 9. 22.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코끼리를 갖고 싶었다. 그는 코끼리가 너무 좋아서 코끼리 한 마리를 갖는 것이 소원이었다. 자나 깨나 코끼리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가 뜨거웠다.

그는 차츰 알게 되었다. 당장 코끼리를 갖게 된다 해도 자신은 그걸 키울 능력이 없다는 것을. 그는 평범한 넓이의 마당을 가진 자그마한 집에 살고 있었고, 아주 가난하진 않았지만 농담으로라도 부자라고 말할 수 있는 형편이 전혀 아니었다. 코끼리를 손에 넣는다 해도 그것을 데려다 놓을 공간이 턱없이 부족했으며, 날마다 코끼리를 배불리 먹일 만큼의 사료를 살 돈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는 자신에게 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코끼리가 과연 자기에게 오게 될지도 의심스러웠지만, 만에 하나 갑자기 그 일이 현실로 이루어진다 해도 그것을 유지조차 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가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그는 돈을 모으려고 밤낮으로 노력했다. 그러나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았다. 그가 일차적으로 원하는 것은 코끼리이지 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곧잘 돈을 모을 기회를 놓치기 일쑤였다. 하지만 코끼리를 너무도 간절히 원했기 때문에 그는 싫지만 돈을 모아야 했다.

왜 하필 코끼리냐고 사람들은 그에게 묻곤 했다. 개나 고양이라면 쉽게 키울 수 있을 것 아닌가? 물론 그 자신도 그런 생각을 안 해 본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온통 코끼리한테 사로잡혀 있어서 어쩔 수가 없었다.

그는 아직도 부자가 되지 못했고, 아직 코끼리는 그의 것이 아니었다. 이제 그가 원하는 것은 코끼리가 아니었다. 그가 가장 원하는 것은 이것이었다.

'코끼리를 포기할 수 있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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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친구에게 코끼리 모양 거울을 건네줬다.
그러자 친구도 내게 줄 것이 있다며 이 책을 건네줬다.
우연 치고는 너무 신기하지 않아? 우리 좀 너무한 거 아니야? ㅎㅎ

이 책을 쓴 아잔 브라흐마라는 스님은
원래 전형적인 서양인 집안에서 나서 과학도의 길을 걷다 교사 생활을 하던 영국인이란다.
태국에 가서 출가를 하고 위대한 스승을 만나 그 아래에서 수행을 했다고.
종교색이 그렇게 짙지도 않고, 서양인 특유의 조크도 가끔 들어가 있어서
누구나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참... 위에 쓴 구절은 브라흐마 스님이 쓴 건 아니고
번역을 한 류시화 시인이 다른 곳에서 인용하며 프롤로그에 쓴 글이다.

한 구절 한 구절을 마음에 새기느라 천~천히 읽었다.
그리고 다 읽고 나서는 한 번 더 읽었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내 마음을 거둘 수 있는 감사한 책.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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