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이야기 공작소

인문학 수업을 들어봅시다 본문

사는 이야기/생각상자

인문학 수업을 들어봅시다

두릅이 2006. 3. 28. 11:24
월요일엔 항상 생각의 폭이 120%로 확장되는 듯한 느낌을 팍팍 받는다.


12교시인 '신화와 영화' 수업과 34교시인 '남유럽 사회와 문화'라는 수업이 바로 그 이유.


신화와 영화 수업은 영화속에 숨어있는 신화를 분석하여 현실에 적용시키는 것이 수업의
주 내용이다. 그리스 어학 및 신화학의 권위자인 교수님의 머릿속에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신화들을 기반으로 영화속의 신화 해석에서부터 시작하여 현실에 적용되는 단계에 이르러
서는 문화 인류학과 총체적 철학에 걸친 그 해박한 지식과 고유의 세상을 보는 눈을 같이할
수가 있다. 시간가는 줄 모르는 강의라는게 정말 존재한다.


남유럽 사회와 문화는 르네상스 시대 전후의 이탈리아를 돌아보며 단테, 페트라르카, 보카
치오와 같은 문학의 대가들부터 시작하여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피치노와 피코에
이르기까지 피렌체의 메디치 가에서 활동했던 여러 학자와 예술가들의 삶과 업적을 듣게 되
고, 절대왕정이 태동하는 시기에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 탄생한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며
이탈리아 파트 가 끝난다. 매번 수업이 끝날 때마다 이탈리아로 떠나고 싶어진다.


이 수업의 교수님은 이탈리아어를 전공하신 분인데, 관심이 별로 없는 사람이 이야기를 들으면
그저 이탈리아 및 유럽문화의 숭배자로밖에 보이지 않을 지도 모르지만 여러 예술가, 석학들의
삶과 그 끊임없는 노력, 절정에 달한 르네상스 시대의 문화가 현재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는
이야기들을 듣는 동안에 왜 문화라고 하면 '르네상스' 라는 말을 빼놓을 수 없는지 알 수가 있다.


대학에서 교양 인문학 수업을 듣다 보면 가르치는 사람이 강사이든 교수이든 일단 재미없고
졸리다는 선입견이 앞선다. 실제로 거의 수면제 급의 수업을 하는 교수님들도 많고 막말로 교수
같지 않은 교수도 많다. 물론 위의 두 수업은 일단 모두 '재밌다'. 특유의 말투나 중간에 섞이는
위트가 졸지않고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정말 그런 수업을 들어야 한다고 느끼는 것은 역시나 그 지식의 깊이에 놀랄 즈음이다.
그저 교양수업을 수강하는 것 이상의 느낌, 내가 살아온 세상을 이만큼 더 알게 되는 느낌을
받을 때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그리고 많이 늦었지만 이런 느낌을 알았다는 데에 안도한다.


물론 따분하게 남의 이야기나 듣는건 딱 질색인 사람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자신의
삶에 대해, 인류가 살아온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 깊이 사색해보고 싶다면 반드시 인문학 수업을
들어보길 권한다. 수업에서 감명을 얻어본 기억이 없다면 더더욱 권하고 싶다.

물론 운이 나빠 위의 두 수업에서 내가 받았던 느낌을 절대 받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좋은 수업
이란 로또와 같은 것-_-+ 하지만 그 깊은 사색의 경험은 분명 소중하다. 그것을 얻기 위해 몇
학점쯤 지루하게 보내도 상관없지 않을까? 어차피 채워야 할 학점이라면 말이다.











그러나 어제도 늦잠자서 신화와 영화수업 2주째 못나갔다. 월요일을 위해 일요일 밤에는 일찍 잡시다~
0 Comments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