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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RC 피아트 500 조립기 하편 - 조립에서 온로드 주행까지

by 대학맛탕 2024.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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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립을 결심하다

첫 RC카라 여기저기 추돌은 기본에, 한강 자전거공원에서 자전거 밑에 깔린 적도 있기 때문에 한 대 더 갖고싶다는 마음이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만들 자신도 없는 걸 10만원 넘게 살 용기가 나지 않았었다.

 

그리고 몇 년 뒤, 일본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조립키트를 덜컥 사버리고 말았다. 한국에서 사려면 거의 2배 값인 14만원 정도 줘야 했는데, 7천엔대라서 이건 사지 않으면 손해라고 생각에 용기가 생겼던 것 같다.

 

 

일단 도색부터 해 보고자 해서 스프레이를 사려는데, 클래식 모델의 컬러랑 같은 색의 스프레이가 딱 있어서 그 색으로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도색 완료. 

폴리카보네이트 보디는 바깥쪽이 아니라 안쪽에 도장을 한다는 것을 처음 알게 알았다. 바깥쪽에 뿌리는 사람들이 많은지 바깥쪽에는 벗길 수 있는 비닐이 씌워져 있다. 스프레이 도료를 안쪽에 고르게 뿌려 말리는 것만 해도 꽤나 수고가 들었다.

아니 뭐 칠해놓기만 했는데도 이리 귀엽나

 

조립은 엄두가 안 나서 그 채로 몇 년을 보냈다. 코로나가 시작된 뒤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어 드디어 조립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조립해가면서 남긴 메모를 따라 시간순으로 조립기를 늘어놓아 본다.

 

2020년 3월 30일

조립 시작.

기어 구성부터가 미니4구와는 다르고 후륜쪽에 피니언 기어부위만 조립 후 뚜껑 닫으면 끝나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동체 파츠를 구성하는 데에만 한시간이 넘게 걸려서 진짜 자동차같은 느낌이었다. (그럴 리는 없지만 기분학 상..)

 

오른쪽이 원래 굴리던 아바스 모델(완성품). 실제 차라면 아바스는 터보엔진을 얹었겠지만 RC카에서는 몸체는 같고 껍질만 갈아끼우는 셈이다.   

 

2020년 4월 6일

동체 부품에 심장을 얹고, 타이엉 4개와 뒷바퀴 샤프트를 조립했다.

이 정도면 건프라 MG보다는 훨씬 간단할지도?

 

서스펜션을 붙였다. 전륜 / 후륜부에 완전히 같은 부품을 쓰는데 전륜부만 3밀리짜리 부품을 추가로 끼운다는 걸 알고 다시 해체하고 조립. 전륜구동이라 추가로 충격을 완화시키는 모양. 같은 차의 완성품을 5년 간 굴렸는데도 전륜구동이라는 걸 전혀 인식하지 못했던지라, 역시 만들면서 알게 되는것이 많다고 느꼈다.

 

 

 

2020년 5월 2일

2대를 함께 굴리기 위해 송신기 구입(8,700엔). 서보(조향신호 수신장치)에 대응하는 송신기가 뭔지 몰라서, 일단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모델을 골랐다. 아바스에 쓰던 것과 완전히 똑같이 생겼는데, 잡아 늘리는 안테나가 없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2012년 ~ 2017년 사이에 RC카 송신기에 대격변이 있었나 보다.

 

 

전룬부에 스티어링 서보를 달고

 

동체 중간에 스피드 컨트롤러와 전원 스위치를 붙였다. 딸깍 하고 조립하는게 아니고 양면 테이프로 붙이는 식.

 

완성차와 어느정도 비슷해졌나? 하고 늘어세워 봤지만 아직 멀었다.

비교해서 보니 조향장치가 아예 다르다. 이전의 완성품은 동체 중앙의 서보에서 샤프트 같은 것으로 전륜부와 연결되어 스티어링을 조절하는 반면, 지금 만들고 있는 것은 서보 모터가 곧장 조향 장치를 움직인다. 지금은 그 차이가 보이는데, 그 때는 뭐가 뭔지 전혀 몰라서 두 차체를 반대 방향으로 놓은 것도 모르고 사진을 찍었다.

 

완성품 아바스 모델의 서보 모터(왼쪽이 후륜 근처에 붙은, 타미야 로고가 있는 부품)

 

구동방식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영상. 

 

조립 중인 서보 모터. 좌우로 움직이는 부품이 그대로 조향장치에 연결되어 있다.

 

 

 

드디어 바퀴 조립!

 

주행 테스트. 후진에서 전진으로 전환하던 중 갑자기 기어부가 굉음을 내면서 트러블 발생ㅠㅜ 조립은 많이 진행했으니 일단 여기까지 하고 멈췄다.

 

 

 

2020년 5월 4일

모터 파츠를 분해해서 안쪽을 봤더니 피니언 기어를 고정하는 イモネジ(한국어 번역이 사전에 안나오지만, 기어를 고정하기 위해 육각 렌치로 돌리는 머리 없는 나사)가 빠져서 기어가 힘을 전달하지 못하고 헛돌고 있던 것이었다.

 

모터를 고정하는 이 종이같은 부품의 나사를 나사부위가 아니라 길쭉한 구멍에 끼워서 애초에 모터가 고정되어 있지 않았다. 앞으로는 어떻게 간 거지..

 

다시 끼워서 주행 테스트 성공!

앞 영상과 비교하니 기어가 꽉 물린 것이 구동되는 소리에서부터 느껴진다.

 

 

스티커 부착도 완료. 사실 조립보다 이게 더 힘들었다..

 

곡면에 맞춰 붙이는 작업이 꽤 힘들었다. 그래도 스티커 자체가 많지는 않아서 고되지만 그럭저럭 할 만은 했다.

 

 

2020년 5월 5일

폴리카보네이트용 구멍뚫는 도구가 도착하지 않아서 백미러를 아직 못 달았지만 어찌어찌 어린이날까지 대략 완성했다.

 

크으 귀여워.. 근데 이리 보니 아바스 모델 라이트 다 나가고 앞범퍼 부서진게 다 보이네 ㅠㅜ

 

새 송신기에 놀란 것은 안테나 뿐만이 아니라 필요한 건전지가 반으로 줄어든 것. 플라스틱 성형을 그대로 해서인지 나머지 4개도 홈은 그대로 파져 있었다.

 

안테나 쭉 뽑는 맛이 있었는데 도리어 조금 심심한 느낌도 들고.

 

주차가 가능한지 미세운행 테스트. 아둥이를 자꾸 긁어대는 것은 백미러가 없어서 헤헤..

아무튼 이것으로 나갈 준비는 다 됐다!

 

 

 

 

2020년 5월 18일

드디어 온로드 테스트! 상쾌하게 잘 달리고 아스팔트에서 기분좋게 드리프트도 잘 된다. 

그 사이에 나갈 시간이 없었는지 꽤 동영상 날짜는 꽤 나중이다.

 

 

완성품을 5년동안 몰면서 나름대로 RC카에 대해서 알았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만들어 보니 그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들이 보였다. 시간도 너무 많이 들 것 같고, 망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에서도 벗어나며 큰 보람을 맛볼 수 있었다. 이제는 어른의 취미가 아니라 중년의 취미로 접어든 RC카이지만, 그 재미만큼은 하나도 빛이 바래지 않았다.

 

이후 가끔씩 주행을 나가기도 했는데 아직 서킷은 가 보지 못했다. 언젠가 서킷도 한 번 가 보고 싶다.

 

 

P.S. 이 완성 경험으로 용기를 얻는 나는 곧이어 레벨을 올려 도전했다가 큰 시련을 맞고 마는데..

이 조립기는 다른 포스팅으로 적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