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미

RC 피아트 500 조립기 상편 - RC카로 만난 500 ABARTH

by 대학맛탕 2024. 5. 20.

90년대 소년들의 드림카였던 RC카

90년대 소년들에게 RC카는 다가갈 수 없었던 어떤 로망이었다. 흔히 미니카로 부르던 4륜구동 모터자동차 미니사구(ミニ四駆, みによんく)는 문방구에도 그럭저럭 볼 수 있었지만, RC카는 모형 전문점에 가야 종종 볼 수 있었는데, 박스가 커서 일단 웅장했고, 어마무시한 가격에 구매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당시 아이큐 점프에서 연재하던 '달려라 썬더보이' 라는 만화를 읽으며 그저 이런거겠구나 상상을 하던 정도였다.
 
더불어 RC카를 일본에서는 라지콘카(ラジコンカー)라고 한다. 단어가 어느정도 수입이 된 미니사구와는 달리 너무나 생소한 단어이기에 본 포스팅에서는 그대로 RC카라고 부르기로 하겠다.
 
페라리나 람보르기니 같은 문자 그대로의 드림카와 어느정도 넘볼 수 있는 수준의 드림카가 있다면 당시 소년들에게 RC카는 전자였고, 미니사구는 후자였다. 강남모형에서 만든 국산 카피품은 2500원이었지만, 타미야 오리지널은 두 배인 5000원에 살 수 있었다.
 
당시 가장 인기있었던 미니사구 모델 중 하나였던 아반테 주니어. 

 
 
미니사구 아반테도 참 멋지지만, 본 바탕이 되는 RC카 버전의 아반테는 한 차원 다른 품격이 있었다. 일본 현지에서도 워낙 명차였던 지 2011년에 복각판 모델이 발매되기도 했다.  

 
그리고 그 모델은 송신기를 제외한 정가만 68,000엔. 어른이 되어도 여전히 드림카였다.

출처: 타미야 RC카 제품소개 페이지(https://www.tamiya.com/japan/products/58489/index.html)

 
 
카나가와 현 사가미하라 시(相模原市)의 어느 모형점에서 약간 커스텀한 모델을 목격한 적도 있었다.

 
 
 

RC카로 처음 만난 드림카, ABARTH 500

 2012년. 어렸을 때의 그 소망을 풀고자 하는 염원으로 큰 맘 먹고 RC카를 구입했다. 이렇게 처음 만난 것이 ABARTH 500 모델. 
 
 

 
 
베이스가 되는 차는 2007년 부활하여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이탈리아의 피아트 500. 500은 이탈리아어인  '칭퀘찬토'로 읽는다. 이 조립기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아래가 2023년식 모델로 큰 들의 디자인은 동일하다.

출처: 일본 피아트 500 소개 페이지(https://www.fiat-auto.co.jp/500/500/colours)

 
 
전신이 되는 오리지널 피아트 500은 1957년 출시되었다. 앙증맞음 그 자체로 이걸 그대로 고쳐서 타고 다니는 애호가도 있다고 한다.

출처: 탑기어(https://www.topgear.com/car-news/retro/new-company-offering-restored-original-fiat-500s-eu9000)

 
애니메이션 루팡 3세(ルパン3世) 에서 주인공이 타는 차라 일본에서도 인기가 많다.

 

그래서인지 일본에는 2007년식 발매 시기부터 제 값에 수입되어, 길거리를 거닐다 심심치 않게 피아트 500을 볼수 있다.


 
최근 전기차 모델도 나왔으나, 쌍꺼풀 수술을 한 것 같은 디자인이 되어 여러모로 아쉽다.

출처: 일본 피아트 500 소개 페이지(https://www.fiat-auto.co.jp/500/500/colours)

 
 
ABARTH는 고성능 튜닝 전문업체로, 여기서 개조한 피아트 500은 피아트를 떼고 전갈 모양의 ABARTH 로고가 붙으며, 이름이 500 ABARTH로 불리운다. ABARTH는 아바스 혹은 아바르트라고도 읽는데 뭐가 정확한 건지는 모르겠다. 이후는 부르기 편한 아바스라고 칭하도록 하겠다.
 
아래가 2023년식 695 모델. 

출처 : 일본 아바스 500 소개 페이지(https://www.abarth.jp/695_turismo/)

 
언젠가부터 595 혹은 695가 붙으며 모델이 분화되었는데 자세한 사양은 출처를 참고하길 바란다. 피아트와 아바스에 열광하는 나이지만, 전기차 디자인은 좀 이해불가 영역이었다.

출처 : 일본 아바스 500 소개 페이지(https://www.abarth.jp/695_turismo/)

 
 
ABARTH는 고성능 튜닝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로, 요즘 생긴 회사인가 했더니 1949년에 설립되어 한 시대를 풍미한 회사였고, 랠리카로 유명한 란치아(LANCIA)의 개발도 도왔다고 한다. 
 
타미야 카탈로그를 보니 1968년에 나온, 클래식 피아트를 베이스로 한 아바스 모델도 있었다! 아바스의 붉은 띠를 두른 디자인은 저 때부터 계승된 것이었다. 저렇게 아바스 로고가 붙어있으니 알파 로메오처럼 보이기도 하고, 클래식 아바스도 너무 멋지다.

 
이후 내 현실 드림카는 피아트 500, 문자 그대로의 드림카는 아바스 500 모델이 됐을 정도로 푹 빠져들었다. 
 
함께보기>>> [자동차] 동유럽 3국 피아트500

 

[자동차] 동유럽 3국 피아트500

두달 전 RC카에 입문하게 됐는데, 이리저리 자동차를 찾다가 눈에 들어온 것이 피아트 500(칭퀘찬토) 였다. 붉은색 피아트500과의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결국 구입한 것은 이 녀석. 피아트의 모터스

willucy.tistory.com

 
 

RC카 주행의 즐거움

RC카 이야기로 돌아와서, 무경험자라 조립할 용기는 없었고 완성품인  XB(EXPERT BUILD) 시리즈를 구매했다. 이쪽도 RTR(Ready To Run)이라는 표현이 병기되어 있어서 어떤것이 완성품을 정확히 지칭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타미야 XB 시리즈 카탈로그 링크)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100엔에 1450원(오늘 환율 보니 100엔에 870원이다.) 시절이라 정말 큰 마음을 먹고 샀던 것과 다니던 회사가 희망퇴직 소식으로 싱숭생숭하던 때에 회사에 배송을 받은 것 때문에 여러모로 기억에 남아 있다. 

 
한강변에서 한참 굴릴 시절의 모습. 귀여운 아바스라서 아둥이라는 이름도 붙여 줬다.

 
귀여운데 멋진 이 느낌을 뭐라고 해야 하나.

 
처음 굴려 본 RC카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미니사구는 결국 서킷이 없으면 둘이서 주고받고밖에 되지 않아서 '주행' 을 한다고 보기 어렵고, 자동차와의 인터랙션은 조립과 내려놓기 뿐이라 게임으로 치면 턴제 게임에 가깝다. (달려라 부메랑의 하키 스틱은 다 거짓말이다!)
 
전동차라서 가속이 엄청 빠를 뿐만 아니라, 코너링 중 역방향으로 급히 꺾어주면 멋지게 드리프트가 가능했다. 내 손의 움직임이 그대로 차의 동력에 전달되는 느낌은 정말 신선했고, RC카 특유의 '내려다 본 시점'의 주행도 특유의 즐거움이 있었다.
 
아직 개통하지 않은 도로라는 천혜의(?) 코스를 만나 신나게 달려봤을 때의 영상. 마지막에는 너무 멀리까지 운행해서 전파가 통하지 않게 되는 현상도 경험했다.

 
 
 
 

실제 피아트 500을 시승하다

이듬해인 2013년, 피아트 500이 크라이슬러를 통해 한국에 출시되었다!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기억하실 지 모르겠지만, 3800만원이라는 정신나간 출고가로 출시된 바 있다. 
 
지금은 정신나갔다고 표현을 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정말 진지하게 살 생각을 해서 시승까지 하러 갔더랬다.
떨리는 마음으로 판매장에 가는데 마침 주차되어 있던 것이 민트색. 이후 나는 10년 넘게 민트색에 빠져들고 만다.

 
이 프론트는 최신 모델과 비교해도 환상적으로 이쁘다. 
최근엔 흰색을 제외하고는 모두 진한 계열을 색밖에 없어서 좀 아쉽다.

 
일본에서는 꽤 자주 보는 편이라 조금은 익숙해졌지만, 지금도 볼 때마다 설레이는 둥그스름한 차체.

 
차에 딱 들어서서 앉았을 때 실내가 넓어서 깜짝 놀랐다. 당시에는 경차 하면 모닝과 스파크밖에 없던 시절이라 놀라움이 더 켰던 듯. 주행 중은 찍을 수가 없었지만, 움직이는 순간 정말 이탈리아의 언덕길을 주행하는 환상에 빠졌다. 

 
잘 보이지 않지만 해치를 열면 트렁크 공간도 은근히 넓다. 여기엔 무슨 샌드위치 바구니 같은게 놓여있을 것 같은 분위기.

 
3800이라도 사려면 이 방법밖에는 없으니 정말 계약할 생각까지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3도어인 것과 차폭이 2밀리 커서 경차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 때문에 포기했다. 
 
그해 말인가 이듬해인가, 너무 안 팔려서 거의 반값 가까운 가격에 떨이판매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다시 한 번 심장이 고동쳤지만 한 번 포기해서인지 더이상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이후에 강남 지역에서만 가끔 피아트가 다니는 것을 봤다. (테헤란로의 저 흉물 철골건물 아직도 있나..?)

 
아무튼 그렇게 포기한 후 PS3용 그란투리스모 5를 구입했고, 언제나 릿지레이서 파였던 나는 이 소프트가 드림카의 꿈을 안고 사는 어른들에게 얼마나 훌륭한 대체제인지를 느낄 수 있었다. 

 
포토 모드를 게임에 처음 도입한 것이 그란투리스모4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대체 그런 쓸모없는 기능을 왜 넣나 했지만 5를 하면서 폴리포니 디지털을 바라보고 인사를 하고싶을 정도로 고마웠다.

 
그 실내도 이 정도로까지 재현하고 있다. 

 
다만 죽어라 달려도 다른 차의 뒤꽁무니밖에 볼 수 없다는 것도 깨달았다. 나중에 클래식 피아트도 사서 타봤는데 그건 레이스를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조립기를 다 쓰고 서두를 써붙이다가 서두가 거의 조립기 레벨이 되고 말았다.
조립기는 다음 포스팅으로 이어지니 기대해 주시기를.
 

 

다음글보기>>> RC 피아트 500 조립기 하편 - 조립에서 온로드 주행까지

 

RC 피아트 500 조립기 하편 - 조립에서 온로드 주행까지

조립을 결심하다첫 RC카라 여기저기 추돌은 기본에, 한강 자전거공원에서 자전거 밑에 깔린 적도 있기 때문에 한 대 더 갖고싶다는 마음이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만들 자신도 없는 걸 10만원 넘게

willucy.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