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5일 어린이날, 도심은 어디나 다 붐빌 것 같아 타치카와의 쇼와 기념공원(昭和記念公園)에서 쉬기로 했다.
날씨도 좋으니 공원에서 노닥노닥하다가 이케아 들러서 저녁먹는 코스로 결정.
괴수 8호의 본부가 타치카와에 있어서인지 콜라보 행사를 하고 있었다.
역에서 간단한 먹을것을 사서 쇼와 기념공원 입장.
3년 전 처음 왔을 때는 이 광장이 쇼와 기념공원 전체라 생각하고 그냥 하루종일 놀다 들어갔더랬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광장 만으로도 어지간한 공원 이상으로 넓어서 여기에만 있어도 피크닉이 된다.
공원에서 보이는 타치카와 긴급 의료센터.
언덕에 전망대에 서서 타치카와 역 쪽을 바라보았다.
계단을 올라오니 또 널찍한 잔디밭이 있고 그 양 쪽으로 통로가 있다. 아직도 유료 입장 게이트는 한참 남았다.
잔디를 지나니 커널을 낀 분수대가 보인다. 역광이지만 그냥 막 찍음.
한참을 걸어 뒤를 돌아보니 푸른 하늘이 깔끔하게 들어오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게이트 입장할 때 표 끊느라 사진찍는 걸 잊었나 보다. 약간 들어와서 있는 매점 앞.
쫄깃쫄깃 포테토 600엔. 날씨가 더워서인지 벌써 팥빙수도 팔고 있다.
도쿄에서는 이렇게 100년 넘은 널찍한 공원과 거대한 나무를 종종 볼 수 있다.
여기까지 걸어온 길이 타치카와 역에서 오는 타치카와구치(立川口)고, 반대편에는 아키시마구치(昭島口)가 있다. 저기로 나가면 아키시마 시(昭島市)에 그대로 이어지는 건가...?
하고 생각하며 지도를 보니 공원 절반 정도가 아키시마 시에 속해 있었다.
세이부 하이지마선이 공원 위쪽으로 지나는 것도 처음 알았다.
이렇게 광활한 대지(?)가 존재하는 것은 위의 지도에서 보이듯, 이 자리에 군용 비행기의 활주로가 있기 때문이다.
1922년에 타치카와 육군 비행장으로 건설된 이곳은, 2차대전 후에는 미 공군 타치카와 기지로 사용되면서 군용기는 물론 민간 화물기도 자주 드나들었다.
1970년대 미군의 부지 반환이 시작되어 이후 육상 자위대가 사용하고자 이주를 시작했지만 타치카와 시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지만, 재해 시 지원을 위해 자위대의 주둔이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결국 육상자위대 타치카와 주둔지가 되었다.
공원에서 거대한 긴급 의료센터가 보였던 것이 이해가 되는 대목이었다. 괴수 8호에서 재해방지 차원의 기지가 타치카와에 있는 설정은 어느정도 현실을 반영한 것이었다.
1977년 부지는 모두 반환되었고, 1980년에 쇼와 기념공원의 공사를 시작하여 1983년 완공되었다.
지금까지 올린 사진이 아래 지도의 붉은색 화살표 정도이니 어느정도 규모인지 가늠할 만 하다.
미군이 이 지역에서 그대로 철수한 것은 아니다. 1960년대부터 본래 부속 시설이었던 북서쪽의 타마 비행장의 활주로를 1300미터에서 3350미터로 확장한 후 베이스 캠프로서의 시설이 차례차례 이전해 간 뒤에 타치카와 부지를 반환한 것이다.
거대한 타마 비행장은 훗사 시(福生市)의 요코타 미 공군기지가 되었다. 지도에서 볼 수 있듯이 그 규모가 엄청난데, 오우메 선(青梅線)의 하이지마(拝島), 훗사(福生), 하무라(羽村)의 3개 역에 걸쳐 있는 크기다.
기지 안에 고등학교, 영화관, 럭비 경기장까지 있어서 초시공요새 마크로스(超時空要塞マクロス) 는 여기를 보고 영감을 얻은 것은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그 미군부대 앞에서 시티팝의 시조 오오타키 에이이치(大瀧詠一)가 70년대 스튜디오를 만들고 수많은 명곡을 만들었다. 일본 최초로 CD로 발매된 앨범이기도 한 A LONG VACATION이 유명하다.
그가 만든 나이아가라 레이블을 통해 야마시타 타츠로(山下達郎), 오오누키 타에코(大貫妙子) 등의 호화멤버로 결성된 SUGAR BABE의 SONGS 앨범을 프로듀스하기도 했다.
공원으로 돌아와서, 좀 더 걸어가니 지도 아래쪽에 보이는 호수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멀리서 볼 때는 마치 바다를 통해 이웃하는 섬이 보이는 듯 했다.
날씨좋은 골든위크라서인지 사람들이 꽤 많았다.
저 멀리 호수에서 오리 보트를 타는 사람들.
뒤돌아 볼 때마다 천연색의 초록과 하늘색이 또렷하게 보인다.
공원을 바라본 시점에서의 오른쪽이 북쪽인 지도. 호수를 다 둘러봤다가는 목적지인 꽃의 언덕에 갈 체력이 바닥날 것 같아서 곧장 북쪽(오른쪽) 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왼쪽에 모두의 들판(みんなの原っぱ)를 끼고 계속 북쪽으로. 지도의 넓이에 압도당한 탓인지 슬슬 체력이 떨어져 여기부터는 사진도 덜 찍고 그저 걷고 또 걸었다.
저기에 텐트 쳐놓고 하루종일 누워있고 싶게 만드는 사진.
그리고 드디어 실질적 목적지인 꽃의 언덕(花の丘) 도착.
이바라키에 가지 않아도 네모필라가 흐드러지게 핀 언덕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사람이 바글바글. 코스프레 비슷한 의상을 갖춰입고 사진찍으러 오는 사람들도 많았다.
힘들어서 경사면이고 뭐고 돗자리를 깔고 일단 누웠다.
시원한 봄 산들바람에 잠을 깨고나서 보니 멀리 타치카와 시내가 보였다.
좀 더 누워있으니 어느새 해가 살짝 기울어 있었다. 경사면이 평지보다 도리어 누워서 쉬기가 좋아서, 다음에 올 때도 여기서 머물 생각이다.
그리고 네모필라 꽃밭 산책.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안 나오게 찍으라 애썼다.
슬슬 추워져서 돗자리를 접고 북쪽으로 이동 시작.
폐장 시간이 6시인데 이미 5시 40분쯤 되어서 가장 가까운 북쪽의 스나카와구치(砂川口)로 나가기로 했다.
그 사이 해가 저물어 간다.
네모필라 꽃밭은 5월 26일까지라고. 안내판 중간의 스즈메의 문단속처럼 생긴 곳은 정말로 사진 스폿이 있었다. 차마 부끄러워 저기서 찍지는 못했지만.
북쪽 출구에서 본 안내도. 공원 내에서만 2킬로를 넘게 걸어온 셈이다.
공원 운영시간과 요금 안내. 안에서 자전거를 빌려서 탈 수도 있고, 정기적으로 운행하는 파크 트레인도 있으니 여행객 분들은 참고하시도록.
북쪽으로 나와니 앞사람 둘이 미친듯이 뛰어서 길을 건너길래 무슨 일이 있나 했더니, 이케아로 가는 버스가 28분에 한 대씩 오는 것이었다. 다음 신호에 그 사람들의 2배로 빨리 뛰어 겨우겨우 버스 탑승.
이케아에서 저녁 먹고 가구를 구경하다가 집에 갔다. 연휴의 마지막에 어울리는 충실한 하루였다.
올 때 봤던 괴수 8월 방위대원의 휴일 이벤트는 타치카와 역으로 돌아오는 길의 시네마시티2에서도 하고 있었다.
뜬금없이 익숙한 고토부키야의 로고가 보였는데 알고보니 여기가 본사 오피스라고. 판매장도 있다고 하니 다음에 올 때는 한 번 들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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