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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생각상자

모임이라는 것의 단계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5. 4. 22.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


1단계 - 어떤 목적을 가진 커뮤니티가 생겨난다. 이 단계에서 만든 운영자가 얼마나 왕성하게
프로모션을 하는지가 그 커뮤니티가 존속할지 아닐지에 대한 변수가 된다.

2단계 - 1차 팽창 단계로 회원수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커뮤니티의 주제에 대한 토론이나 활동
이 활발하게 일어난다. 아직 구성원들끼리 거리감이 조금은 있어서 예의를 지키기 때문
에 특별히 다툼같은 것도 생기지 않는다. 한마디로 정팅 활동이 가장 왕성한 시기.

3단계 - 2차 팽창 단계로 같은 목적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 구성원들끼리 정말 인간적으로 친해
지게 된다. '커뮤니티'의 목적이 달성되는 순간이랄까? 정기 모임에서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기하게 되고 그로서 온라인에서 생각했던 이미지가 아닌 실제의 그 사람
으로서 받아들이게 된다.

이 단계에서 커뮤니티는 카페의 본 목적이냐 아니면 개인적 친목이냐 하는 두 가지 선
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친목 쪽이 높아지면 그 친목 집단에 끼느냐 못 끼느냐에 따라
구성원의 유출이 일어난다. 또한 그 결속력이 단단하기 때문에 신규 구성원의 유입도
거의 힘들어지게 된다.

4단계 - 2차 팽창에서 절정을 맞고 나서 서서히 하락세로 가는 시기. 커뮤니티의 구성원들에
게 그 커뮤니티는 이미 생활화된다. 그러나 생활화됐기 때문에 구성원들은 그 중요성
을 조금씩 망각하게 된다. 마치 공기가 우리가 사는데 필수적이라는 것을 가끔씩 망각
하듯이 말이다.

5단계 - 4단계의 현상이 심화되어, 카페가 완전히 쇠퇴해 가는 시기. 구성원들은 2,3단계 때를
회상하게 되고,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무언가 커다란 계기 없이는 이 분위기
를 쇄신하기 힘들기 때문에 계속 이렇게 흐르게 된다.



그냥 염소,플렘, 그리고 내가 있는 모임의 변천사를 대략 과정별로 나눠본 거다. 다른 커뮤니티도 이런 과정을 거칠지 모르겠다. 물론 두마리 토끼를 다 잡아서 규모와 결속력 모두에서 지금까지도 꿋꿋한 곳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이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는 분명 3단계에서 선택의 기로에 섰다. 하지만 5단계인 지금이 그렇듯이 그때도 친목으로 가는 흐름을 막을 수는 없었다. 몇번 시도는 해 봤지만 꾸준하지 못했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나는 4단계, 5단계로 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역시나 신규 회원의 유입이 전혀 없어서라고 본다. 새로 오는 사람이 없으니 커뮤니티에 들어오면서 새로운 기대감은 점점 사라지고, 항상 보던 사람 만나던 사람만 만나게 되니 흥미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는게 시시하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그 중요함을 점점 망각하게 된다는 거다.

나는 2단계일 때부터 4단계일 때까지 항상 누구든지 더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두의 생각은 나와는 달랐다. 새로 들어오는 사람이 없다면 우리의 결속력은 더 강해지지만, 한 둘씩 빠져나가는 사람 역시 막을 수 없는 상황에 결국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닐까?

하지만, 다시 3단계로 돌아가서 나를 선택의 기로에 세우고 내가 선택하게 한다면, 나는 당연히 지금과 똑같은 길을 걸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 상황이 된 아쉬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친구들을 얻었으니까.


솔직히 나도 ㄻ군같은 행동을 한 적도 있지만, 정말, 그러지는 말자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