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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게임 이야기

[ON] 서든어택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6. 6. 18.
서든어택은 스페셜포스가 FPS의 저변을 넓히고 워록이 새로운 배틀필드식 전투로 일부 시장을
점유한 상황에서 등장했다. 1월에 런칭해서 동접 3만을 넘으면서 좀 성공하나 싶더니 5만을 넘고
10만을 넘어 지금 동접 13만으로 스페셜포스를 위협하기에 이르렀는데 이정도면 그야말로 대박.

난 워록으로 FPS를 처음 시작했었는데, 비록 배틀필드를 모방하긴 했지만 워록도 확실히 재미있는
게임이다. 거점 탈환방식의 전투와 험비, 탱크, 헬리콥터와 전투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비에 탑승
하면서 전장을 체험할 수가 있다. 이는 분명 스페셜 포스에는 없는 새로운 재미였다.

서든어택은 계속되는 동접자 수 갱신 뉴스와 친구들의 권유때문에 처음 해봤는데, 첫 느낌은 별로였다.
칙칙한 이미지에 초라한 그래픽부터 시작해서 . 총을 맞았을 때나 수류탄에 날아갈 때의 동작도 어색하기
그지없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갈 때도 그냥 걷는 모션을 사용하는 등 부족해 보이는 점이 많았다. 하지만
칙칙한 겉모습과 달리 이 게임은 FPS의 기본적인 재미 요소를 잘 지키고 있다.



첫째는 타격감. 총 소리가 대체로 묵직한 편이고 사람을 쏘아맞출 때의 느낌이 스페셜포스나 워록에
비해 훨씬 좋다. 처음부터 19세 이상으로 만들어 피도 팍팍 뿌려지고 연출로 헤드샷을 했을 때 고개를
푹 숙여서 그게 머리가 날아간 것처럼 보이는데, 아무래도 의도적인 연출이 아닌가 싶다. 적 1명을
죽이고 다른 플레이어가 킬을 하기 전에 또한번 적을 죽이면 더블 킬, 세번 죽이면 모스트킬, 네번
죽이면 어쩌구저쩌구 킬..(모르겠음) 하는 음성이 나오는데, 뿌요뿌요에서 연쇄를 할때 나오는 음성처럼 
연속 킬했을 때의 쾌감을 훨씬 더해준다.

그냥 맥없이 쓰러지는 게 아니라 피가 팍팍팍 튄다. 총을 맞은 적의 리액션도 타격감을 더하는 요소

 

둘째는 잘 짜여진 레벨 디자인. 내가 제일 많이 플레이하는 맵인 웨어하우스는 컨테이너 박스가 놓아진 하역장이라는 설정은 다른 게임과 같은데 컨테이너가 놓여진 위치가 참 절묘하다. 중간은 살짝 비워서 주로 난전을 벌이게 하면서 환기구를 통해 기습이 가능하게 해 두었다. 워록이 넓은 맵에서 장비로 싸운다는 새로운 재미에 집중하느라 총을 쏜다는 기본적인 재미가 덜한 반면, 서든어택은 그 재미를  유지하면서 어떻게 재미있게 할까를 고민했다.                 

                                               보통 때는 여기서 난전을 벌이지만


                      적에게 아군이 몰릴 때는 환풍구로 돌아 들어가서 반격할 수가 있다.


기본적인 레벨 디자인의 완성도 뿐만 아니라 기존 FPS의 틀을 깨는 새로운 맵들도 이 게임이 차별화되는 요소다.
현대전은 카스, 미래는 언리얼로 고착화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전을 기본 베이스로 하면서도 재미를 위해 다양한
상상력을 동원했다. 물 속에서 싸울 수는 없을까? 싸울 수 있다.

물 속에서는 총알이 어뢰처럼 나가서 어느 정도의 사실성은 부여하고 있다. 물속에서 소총 사격을 한다니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수면 속에서 적을 저격하는 재미는 상당하다. 이 뿐만 아니라 최근 업데이트된 G-큐브
맵은 저중력 실험실이라는 설정. 사실 이 게임에 정말 놀랐던 것은 이 맵에서였다.




바깥은 저중력 공간으로 점프하면 무조건 몇 배나 높이 뛰어오르게 되고 기지 안쪽은 보통의 중력 공간이다. 그런데 그 사이가 방탄유리로 차단되어 있어서 적이 보이긴 하는데 싸울 수는 없다. 바깥이 주요 전장이긴 하지만 중앙에
에어 펌프가 있기 때문에 좁은 복도에서의 전투도 많이 발생하며, 바깥에서 적이 접근해 오는 것까지는 유리를 통해
볼 수 있지만 중간통로를 길게 해서 실제로 어느 타이밍에 올 지는 알기 힘들게 해 두었다. 기존 게임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긴장감이 느껴진다.

적들과 공유하는 구역인 중앙 중앙 에어펌프로 들어가면..


위로 날아올려져서 맵 전체를 볼 수가 있다. 전체의 전황을 살피면서 자신이 공격하고 싶은 곳으로 낙하하면 된다.
물론, 공중전도 가능하지만 사격하기가 쉽지 않다. 이 얼마나 멋진 발상인가..? 몇 가지 이동법칙의 변수 조절만으로 다른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수없이 많은 새로운 전략으로 싸울 수가 있었다. 발상의 전환이란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지금 게임에서는 떨어지는 도중에 벽에 걸치는 버그 공중부양 플레이가 난무하고 있다. 무적이다 -_-


셋째는 다른 게임과 미묘하게 다른 게임 밸런스다. 기본적으로 신체 부위를 몇 발 맞추면 적이 사망하고,
머리를 쏘면 한 방에 죽는 것은 같은데, 몸에 맞는 데미지는 매우 적고 대신 헤드샷 판정은 다른 게임보다
훨씬 넓어서 새로운 게임 밸런스를 만들어냈다. 가령 적 2명에게 둘러싸이면 다른 게임에서는 보통 그대로
사망하게 마련인데 이 게임은 머리만 잘 맞추면 이길 수도 있다. 적 4명의 뒤를 잡으면 차례대로 머리를 
쏘아서 전부 킬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다시말해 다른 게임보다 람보가 될 수 있는 기회가 훨씬 많다는 것이다.
이런 밸런스는 처음의 연쇄 킬의 연출과 더불어 강렬한 쾌감을  선사한다.

         난전이라도 컨트롤 요소가 있기 때문에 꽤 전략적으로 이동하면 훨씬 많은 킬을 올릴 수 있다.  

   오늘의 최고 기록. 이정도쯤 하면 정말 신난다 >_< 무조건 돌격하기 때문에 데스 수도 1등-ㅅ-;


FPS라는 장르는 항상 그래픽의 최고봉을 달리고 신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필수인 것으로 회자되곤 한다. 해외
게임 디자인 서적을 보면 장르를 구분할 때 FPS는 항상 그렇게 분류된다. 그런데 서든어택은 카스 소스나 콜 오브
듀티에 비하면 정말 초라하기 짝이 없는 그래픽이다. 하지만 그 게임들보다 쉽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으면서 그
게임들에서 느낄 수 없는 또다른 재미가 있다. 바로 이런것이 기획의 승리가 아닐까? 게임이란 원래 재미있어야
하는 거니까.

2월에 우연한 기회로 이 게임을 만든 게임하이의 개발자들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 '우린 무조건 하드한 재미를
추구한다' 고 자신있게 이야기하던 것이 기억난다. 더 영화같고 더 멋진 게임이 아니라 더 재미있는 게임. 나도
그런 게임을 만들고 싶다. 다 떠나서 우선은 재미있는 게임 말이다.

작년에 블로그를 시작할때 비디오 게임의 미래 에 대해서 포스팅을 한 적이 있는데, 온라인 게임이 MMORPG로
점철되는 현상도 그와 다를 바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캐주얼 게임이 시장의 중심이 되는 것은 참 바람직한 현상
이다. 어떻게 리니지를 뛰어넘을까가 아니라 또 어떤 재미있는 것을 만들어볼까가 개발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나는 작품성을 인정받는 게임보다는 더 많은 사람이 즐겁게 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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