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도쿄 이야기/└ 도쿄근교여행

인간이 사라진 테마파크 유적, 타마테크(多摩テック)

by 대학맛탕 2024. 4. 9.

 지난 금요일, 닛테레 금요 로드쇼(日テレ金曜ロードショー)에서 지상파 최초로 스즈메의 문단속을 방영해서 드디어  보게 되었다.

중간에 효고현 고베 시의 니노미야스지 상점가(二宮筋商店街)로 차를 얻어타고 가는 장면이 있다. 
 

 
차를 타고 가면서 멀리 폐원한 유원지 를 바라보며, '요새는 이렇게 쓸쓸한 곳이 많아졌네' 하는 대사가 나온다.

 
푸른 녹음이 우거진 산 뒤로 대관람차와 롤러코스터 선로가 보이는 이 장면에서, 아주 오래된 기억 하나가 꺼내졌다.

그것은 일본 드라마 결혼 못하는 남자(結婚できない男). 2006년 드라마지만, 2년 뒤인 2008년에 우연히 알게 되어 한참 재밌게 봤더랬다.

스마트폰이라는 단어가 일반화되기 전에 나온 삼성 미라지폰(SPH-M4800)의 이 작은 화면으로 열심히도 봤더랬다. 
 

이 핸드폰으로 보았으니 정말 오래 전이다

 
 
 4화 휴일에 혼자인 게 뭐가 나빠! ?(休日ひとりで悪いか!?)에서 미치루가 쿠와노의 조수인 에이지에게 주말에 놀이공원에 같이 가자고 했다가, 결국 친구랑 둘이 가고 나중에 에이지 커플과 만나는 장면이 있다.

 

 


장면 자체는 서브 에피소드로 별 거 아닌데, 동시대의 일본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는 풍경이 흥미로와서 여러모로 기억에 남아 있었다. 
 


일본에 온 뒤, 어느날 갑자기 '그 공원에 한 번 가봐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 '결혼 못하는 남자 로케이션 유원지' 등등으로 검색해서 놀이공원의 이름이 '타마테크(多摩テック)' 라는 것을 알아냈다.

드디어 가 볼 수 있게 된 것도 기뻤고, 타마 지역이면 당시에 살던 곳에서도 멀지 않은 곳이라 쾌재를 불렀다.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타마테크를 검색했으나, 검색결과에 나온 것은 '타마테크 폐원', '유원지 폐허' 등의 결과 뿐이었다..

2000년대 유니버설 스튜디오 저팬, 디즈니 씨 등의 대규모 테마파크 개원으로 이용객이 감소해서 결국 2009년에 폐업했다는 것이다.

이 검색결과는 방금 검색한 것이다

 
결혼 못하는 남자에서 나온 것이 2006년이니까 폐원으로부터 고작 3년 전인데, 그렇게 사람이 득시글했던 곳이 3년만에 아예 문을 닫게 되었다니 조금 믿어지지가 않았다.

자주 가던 요미우리 랜드는 지금도 건재하고, 찾는 사람도 많은데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허망한 마음으로 언제 생긴 곳인지를 더듬어 찾기 시작했다.

 

타마테크는 1961년 혼다 모터 스포츠 센터로 개원해서 본격적인 오토바이 코스가 여럿 준비되어 있었다고 한다. 코니카 미놀타, 올림퍼스, 켄우드 등의 공장이 모여있는 키타하치오지(北八王子) 와 히노 자동차가 있는 히노 시(日野市)에 근접해 있으니 이용객이 점점 늘어갈 만 하다. 70년대부터 개발된 타마 뉴타운 역시 이용객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함께보기>>> 귀를 기울이면의 배경, 타마 지역과 지브리 스튜디오

 

개장 직후엔 폭주족의 연습장으로 이용되는거 아니냐며 여론이 나빠졌고, 설상가상으로 원내에서 오토바이 사고가 발생해 사망자까지 나왔다고. 이듬해 고카트와 미니 오토바이 등이 놀이기구로 설치되어 가족 관람색을 대상으로 한 유원지로 모습을 단장하고, 엔진의 분해 조립을 체험하는 엔진 교실도 있었다고 한다. 
 
1970년대에는 여러가지 놀이기구가 신설되어, 명실상부 세이부엔(西武園)과 요미우리 랜드(よみうりランド)의 중간에 위치하는 타마 지역의 놀이공원이 되었다고 한다. 
 

출처:에어타임(http://geo.d51498.com/kawasima_kikuo/tama.html)

 
 
폐원 이후에는 이후 메이지 대학이 부지를 인수해서 체육학과 캠퍼스를 포함한 스포츠 파크를 개업할 계획을 세웠지만, 공사중에 멸종위기종이 여럿 발견되어 계획은 대폭 축소되었고, 3.11 지진 및 도쿄올림픽 계획 등으로 건축 자재비가 상승해 사업 계획은 철회되었다고 한다.
 
그로부터 14년이 지난 2023년, 타마테크 유적지를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와 있었다!

도쿄도 내에서 드론 촬영이 아예 금지된 것으로 생각했는데, 신고제였나 보다. 영상의 퀄리티가 너무 높아서 한참 빠져들어 바라봤다.
 


라스트 오브 어스와 같은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넘어, 인간이 완전히 사라진 지구가 어떻게 변해있을 지 가늠하게 하는 절경이었다. 

 

 

 

 

 
 
워낙 역사가 오래되서인지, 폐원을 아쉬워하는 영상도 유튜브에 몇 개 있었다. 폐원 전날에 찍은 영상.

 
 
이제와서 의미는 없지만, 위치가 어디인지 한 번 찾아보니 메이세이 대학(明星大学)과 호리노우치 근처로, 케이오 호리노우치(京王堀之内)역에서 4킬로 정도 떨어져 있고, 동쪽에는 타마 동물공원 역에서도 가깝다. 주소지는 하치오지 동쪽의 히노 시(日野市).

 
전에 케이오 호리노우치 근처에 살았던지라, 이럴 줄 알았으면 저 동네에 살 때 자전거를 타고 한 번 가 볼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갑자기 찾아온 상념을 다시 서랍 속에 넣어놓으며, 오늘의 도쿄 이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