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하바라 트레더 정크 코너 에서 계속..
점원이 알려준 길을 따라 슈퍼 포테토를 찾았다. 트레더 본점에서 대략 이런 코스. 대로변에 있는 샵만 가봤던지라 골목에 가본 적이 없었는데, 길을 찾아가다보니 아키하바라의 뒷골목도 볼 수 있었다. 오래된 조립 컴퓨터 샵이 많았고, 호객행위 중인 메이드도 보였다.
A가 트레더 본점. B가 슈퍼 포테토.
입구에 크게 씌여진 것이 없어서 한참을 헤맸다. 작고 오래된 빌딩 안에 들어와야 겨우 이 정도 표지판이 있는 수준. 뭐 물건은 있어도 트레더보다 작겠거니..했다.
3층은 패미컴 ~ 16비트 및 세가 게임들이 있는 매장이고 4층은 플스 게임과 게임음악, 공략본 매장, 그리고 5층엔 게임센터가 있다.
들어서자마자 레트로의 향연이 이어진다. 위쪽에는 조그만 브라운관 TV에 게임들을 틀어두고 있고, 밑에는 온갖 오래된 게임기가 놓여 있다.
메가드라이브와 SG-1000(우리나라 삼성겜보이의 전신). SG−1000의 실물을 본 건 처음이었다.
입구에 배치되어 있는 슈퍼패미콤. 게임을 해볼 수 있도록 컨트롤러 2개를 배려해 두었다.
레트로 하면 아리노 아저씨. 닌텐도 코너의 얼굴마담이 되어 있었다.
그 밑의 장식장에는 기절초풍할 가격의 레어 오브 레어 게임들이 있었다.
근육맨 알팩이 39800엔. 왼쪽 것은 색이 조금 바래서 26040엔인 모양이다.
뭐길래 그리 비싸? 하실 분들을 위해 근육맨 게임 스크린샷 첨부. 해 보신 분들은 저 경찰과 불수갑을 보고 분노가 솟아오를지도..
85년에 발매된 패미컴용 기동전사 Z건담 핫 스크램블. 12만 8천엔....이쯤 되면 팔려고 둔다기보단 장식용이라고 봐야 할 듯.
이해를 돕기 위해 이것도 스샷 첨부. SFC용 기동전사 SD건담 2처럼 원작을 잘 살린 수작이 아니고, Z건담 2기 오프닝을 BGM으로 들으며 무한정 적만 때려잡아야 하는 게임이다.
그 밖에도 가격이 좀 나가는 물건들은 유리 장 안에 진열되어 있었다.
닌텐도 코너 오른쪽엔 닌텐도 희대의 실패작 버추얼 보이 시연대가 있었다. 게임을 직접 해 보니....'이건 3D다!'라고 인지하고 봐서 3D로 보이는 그런 수준 -_-; 그래도 이 기계가 있었기에 닌텐도 3DS가 나올 수 있었던 것 아니겠는가..대부분이 검은 색인데다 붉은색 액정이라 와리오인데도 어둡고 슬픈 분위기..
상식적인 물건들 파는 코너. 레트로 전문샵인 만큼 시리즈 별로 잘 정리되어 있다. 윗 줄은 테크모의 닌자용검전 시리즈이고, 아랫줄은 30대 초중반인 대한민국 남자라면 많이들 해 봤을 열혈 시리즈.
그 오른쪽. 52가지에 들어있던 북두의 권 마피도 보인다.
손이 닿지 않는 맨 윗줄에는 각종 고전게임들을 틀어놓고 있다.
왼쪽에는 파이널 파이트가 보인다. 소닉 그림과 함께 엄청 광고하고 있는 물건은..
무려 슈퍼패미콤으로 메가드라이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컨버터. 집에 슈퍼패미콤은 있지만 메가드라이브까지 사기는 좀 애매했는데 심히 땡기는 물건이었다. 사진은 못 찍었지만 패미콤, 슈퍼패미콤 카트리지를 끼워 즐기는 휴대용 액정 게임기도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10볼트의 압박도 있고 해서 게임을 사 와도 그냥 처박아두는 경우가 자주 있는데 그 점을 해결한 아주 좋은 아이디어였다. 다만 정식발매품은 당연히 아닐테니 팩에 무언가 무리가 가는 건 아닌지..
PC엔진 휴카드 코너. 어렸을 때 휴카드만 되는 PC엔진만 갖고 있었던지라 이 게임들은 익숙한 편이다. PSN에서도 유명한 게임들은 구매 가능하니 관심있는 분들은 그 쪽에서 해보셔도 될 듯.
여기도 알짜배기. 위에 소개한 케이스 있는 게임과 중복되는 것들도 많다.
내 인생의 명작 손손 2는 1029엔!. 일명 용대가리라 불리웠던 드래곤 스피리트는 100엔;
새턴게임 코너. 헉 던전 앤 드래곤즈 콜렉션이 보인다. 그때 있으면 사려고 햇었는데 못 찾았던..새턴용 스내처도 보이고..(플스판은 기브슨의 사망 장면이 흑백 처리되어 있어서 스내처를 해 보실 분은 새턴판으로...)
드린캐스트 코너. 알 만한 게임 몇 종 빼고는 전부 미소녀 게임.
구하기 힘든 주변기기도 많이 판다. 위쪽에는 바코드 배틀러, 아래쪽에는 PC엔진용 스틱과 새턴용 마우스가 보인다.
PC엔진용 멀티탭과 세가새턴용 파워 메모리.
SNK의 비운의 게임기 네오지오 포켓 컬러와 원더스완이 보인다. 네오지오 포켓은 당시를 기억해보면 꽤 괜찮은 기기였는데..네오지오 포켓을 낼 즈음 게임보이 컬러가 나온 것은 SNK에게 충격이었겠지만, 네오지오 컬러가 나온 것은 네오지오 포켓을 구매한 유저들에게 충격이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 이래저래 아쉬웠던 부분.
이 버튼 2개짜리는 뭐더라..? 그 오른쪽은 드림캐스트 컨트롤러.
PC엔진 초기형의 흰색 컨트롤러. 나도 저 컨트롤러를 썼었다. PC엔진으로 스트리트 파이터가 이식되었을 때 나온 6버튼 패드도 보인다.
4층 입구. 게임음악은 좋아하지만 CD들을 구매할 엄두는 안 나고, 오래된 공략본이 기대가 됐다.
구경만 했던 게임음악 코너.
게임보이 알팩들.
4층엔 플스와 닌텐도 64 게임을 팔고 있다.
게임 공략집 코너는 상상 이상. 정말 오래된 게임 공략본까지 많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게임을 기획할 때 일단 기획을 하고, 막히는 순간이 되면 그 때부터 온갖 자료를 다 찾아보는 편이다. 물론 시작은 검색과 유튜브. 하지만 게임을 찾아도 직접 그 게임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집에 있는 게임잡지를 뒤져보기도 하지만, 색인이 되어있지 않아서 찾아보는 데에 한계가 있다. 결국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데이터와 공략위키나 공략본. 특히 최근의 공략본에는 대미지 산출공식 같은 것도 써 있어서 큰 도움이 된다.
물론 이런 오래된 게임들은 게임의 데이터가 자세히 나와있지 않다. 오히려 데이터 자체가 적어서 그렇게까지 쓸 것이 없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게임기 성능에 한계가 있던 때인 만큼 공략본에는 원래의 컨셉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삽화나 비화들이 많이 들어가 있다. 모두가 소중한 자료.
가장 오른쪽의 게임은 패밀리 52가지 팩에 들어있었던 카게의 전설. 주인공 여자 아니었구나...
기억하시는 분 계실까봐 동영상 첨부. 알고나서 보니 남자로 보이네..
희대의 막장 게임 비트 다케시의 도전장. (링크 참조) 공략본 없이는 절대 깰 수가 없으니 가치가 있다고 해야 하나..;
그에 못지않은 쿠소게임 패미컴판 스펠렁커 공략집. 지상 최약의 남자라고 10년 전에 인터넷을 달궜었는데 기억할 지 모르겠다.
이런 책들을 올리고 나니 위에 진지하게 쓴 내용이 조금 부끄러워졌다...(..)
5층은 레트로 게임 센터.
이런 풍경. 저 게임은 뭐지?
몇 남지 않은 우리나라 오락실과 비슷한 풍경이다. 킹오파 시리즈 선택해서 즐기는 기기 등..
제비우스 실기. 기가 도쿄 토이박스 4권에서 텐카와 타이요가 하던 물건이 이 기기인듯.
여기까지. 루리웹에 게임 올리시는 분들 소장품 보면 이곳을 꽤 드나드셨을 듯 하다. 지난 포스팅에서도 말한 바이지만 이런 아날로그적인 문화가 남아있는 풍경이 좋았다. 디지털 유희인 게임이 아날로그라니 좀 역설적인가? 다만 10년 전에 비해 아키하바라는 최첨단 테크놀로지보다는 정말 그들만의 세상 이미지가 되어 있었다. 이미 게임은 일반 쇼핑몰이나 인터넷, 더 나아가 디지털 다운로드가 점점 대치해 가고 있고, 점점 더 그렇게 될 것이다. 그들만의 것이라는 것은 말라가는 우물처럼 명맥은 이어져도 점점 줄어가기 마련이다. 그래도 이런 보고가 아직 남아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다음에 다시 오면 공략집과 자료들 좀 더 사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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