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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라팡 이야기 1

by 대학맛탕 2026. 8. 7.

야마나시 현(山梨県)의 하드오프에 원정을 간 어느날, 모든 것은 옆에 세워진 이 차로부터 시작됐다.

언제나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주차장에 가 보니 라둥이 옆에 아주 작은 차가 세워져 있었다. 더 작은 차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작은 라둥이보다도 훨씬 작은 차체에 놀라고, 딱 봐도 엄청 오래된 차인데도 전혀 촌스럽지 않고 세련된 느낌. 게다가 보닛에 달린 공기구멍(?) 덕에 강력한 힘까지 느껴졌다.



잠시 경탄의 시간이 지난 후, 이번엔 왜인지 라둥이와 묘하게 닮으면서도 어딘가 친근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처음 찍은 사진은 좀 왜곡이 들어가서 두 차 모두 길쭉하게 보이지만, 각지면서도 동글동글한 실루엣이나 둥근 림라이트가 주는 첫인상 역시 비슷했다.



잠시 검색을 해 본 후 내가 느낀 여러 감정들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라둥이 옆에 친근하게 다가서듯 주차된 차는,

라둥이의 5세대 위의 방계 할아버지이자,
90년대 초 국민차 타이틀을 거머쥔 대우 티코의 직계 형제뻘이 되는,

1990년~1992년식 '스즈키 알토 웍스'였다.

앙증맞은 외관만큼이나 초경량 차체에 터보차저 엔진을 얹고, 인터쿨러를 달아 64마력을 내는 경차계의 전설같은 존재. 역시 범상치 않은 외관에는 이유가 있었다. 딱 봐서 티코라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옆면 실루엣에 집중하고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해 램프 사각으로 해 보면 얼추 비슷한 외형임을 알 수 있다.


출고된 지 무려 30년이 훨씬 넘은 차가 이렇게 매끈한 상태인데서 차주 분의 엄청난 애정 역시 느껴진다.
사실은 이렇게 넓고 텅텅 비어있던 주차장에서 굳이 라둥이 옆에 콕 찝어 주차하신 것은, 차주 분도 어이쿠 우리 손주 하며 친근감을 느껴서는 아니었을까?


그럼 라둥이와의 관계로 돌아와서, 먼저 라둥이의 정식 이름은 이름은 '스즈키 알토 라팡'으로, 3세대 모델이다.

라팡은 스즈키의 역사깊은 경차 스즈키 알토를 베이스로 해서, 여성 운전자의 취향을 저격하는 귀여운 실루엣과 '토끼'라는 테마를 차 전체에 붙여 귀여움을 한층 더한 파생 차종이다.

2001년 도쿄 모터쇼에서 프로토타입을 처음 공개하고


이듬해인 2002년 정식 출시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뒤 2008년에 2세대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단종되었다.



알토 웍스의 둥근 헤드라이트와는 거리가 많이 먼 모습이나, 연결점은 이후에 나온 상위 트림 '라팡 모드'에서 시작된다. 가죽 시트에 핸들 커버 등 내부장식은 경차 레벨을 훌쩍 뛰어넘고, 무엇보다도 둥근 헤드램프가 클래식한 느낌을 한껏 더하는데, 이 헤드램프가 바로 십수년 전에 나온 전설의 경차 알토 웍스에서 영감을 받은 것.



라팡 모드는 남성 운전자를 겨냥한 5단 수동기어 트림인 라팡 모드 SS도 내놓았다. 오토만 내놓은 차종에 나중에 수동 전용 트림을 끼워넣는 시도에서 당시 스즈키의 의욕을 엿볼 수 있다. 2세대 이후에는 단종되었기 때문에 1세대에만 있는 트림이고, 지금도 수많은 튜닝러들에게 마개조를 당하고 있는 중.


라팡 1세대의 이 움직임이 20년이 훌쩍 넘는 세대차가 있는 스즈키 알토 웍스와 라둥이를 이어줬던 것이다.
라둥이와 만나게 된 탓에 라팡에 대해 여러가지를 알게 되었던 정보를 바탕으로 제미나이에게 정리좀 해 달라고 하니 아주 깔끔한 장표를 뽑아주었다. 라팡 1세대와 2세대에 다른 모델을 붙여놓고 아무리 수정요구를 해도 고집을 부려서 결국 직접 사진을 갖다붙이긴 했지만.


이렇게 시작된 라팡 이야기.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는 것은 그냥 1년만에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다음번엔 라둥이와 만나게 된 이야기를 좀 해 보겠다.